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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건설근로자, 5년 연속 증가 청년층의 '취업 기피'로 업계 인력 부족 문제 심화 고용 시장 얼어붙어도 건설업 종사는 꺼려

국내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수가 수년째 증가하고 있다. 청년층의 건설업 기피로 인해 건설업계 내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하자, 외국인 근로자들이 인력 공백을 메꾸는 양상이다.
건설근로자 15%는 '외국인'
21일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발간한 ‘건설 현장 리포트: 외국인 근로자 편’에 따르면, 지난해 1년 중 하루라도 국내에서 일한 외국인 건설근로자는 22만9,54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건설근로자(약 156만 명)의 14.7% 수준이다. 전체 건설근로자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11.8%)부터 5년 연속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퇴직공제를 신고한 전체 외국인 근로자 중 체류 자격(비자)과 국적이 확인된 근로자는 4만9,371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조선족(83.7%)이었으며, 이어 중국인(5.9%), 베트남인(2.2%), 고려인(한국계 러시아인, 1.7%), 우즈베키스탄인(1.6%) 순이었다. 직종별로 살펴보면 외국인 근로자의 23%가 보통 인부였고 21.8%는 형틀목공, 11.7%는 철근공이었다. 외국인 건설근로자의 근속 기간은 평균 5년 3개월로 내국인(평균 7년 2개월) 대비 약 2년 짧았다.

건설업 외면하는 청년들
외국인 건설근로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은 국내 건설업계가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올해까지 전체 건설 기능 인력 중 약 40%가 은퇴 연령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20~30대 청년층이 건설업계를 외면하며 신규 인력 유입이 부족해진 가운데, 숙련된 중장년 인력의 전반적인 연령대가 높아져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청년 인력 부족 문제는 통계치를 통해 한층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최근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이 한국건설기술인협회에 등록된 건설기술인 103만5,724명(2월 기준)을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0대 이상 건설기술인 수는 27만7,432명(26.7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0대(25만8,143명, 24.92%)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반면 20대 건설기술인은 3만3,211명으로 전체의 3.2%에 불과했다. 이는 작년 12월(4만1,758명)보다 20.5%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30대 건설기술인 수도 12만5,158명에서 12만2,507명으로 2.1% 줄었다.
전문가들은 청년 건설 인력이 수급되지 않는 원인으로 우리나라 청년들의 '눈높이'를 지목한다. 한 시장 전문가는 "건설업은 노동 환경이 열악해 소위 '3D 업종(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일)'으로 분류되고, 고용 형태도 불안정하다"며 "일자리의 '질'에 크게 개의치 않고 당장의 일거리가 간절한 고령층 인력은 꾸준히 건설업계에 유입되지만, 임금 수준과 업무 환경에 대한 눈높이가 높은 청년층은 관련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청년층, 눈높이 낮춰라"
문제는 청년들이 고용 시장 상황이 악화하는 와중에도 눈높이를 낮추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4월 20대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7만9,000명 줄었다. 15~29세 청년 고용률 역시 45.3%로 지난해 4월 대비 0.9%p 하락했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41만5,000명으로 같은 기간 4만5,000명 늘어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쉬었음 인구는 일도 하지 않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그냥 쉬고 있는 사람을 일컫는 용어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며 대기업, 공기업 등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줄어들자, 다수의 청년이 중소기업·현장직 등에 종사하는 대신 고용 시장을 이탈해 버린 것이다.
업계에서는 청년들이 '현실'을 볼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남아 있는 이상 급여를 높여주고, 현장 환경을 개선해 줘도 청년층은 건설업계에 유입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나라 청년들은 대기업·공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인원은 한정돼 있고, 건설업 역시 하나의 '선택지'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층이 눈높이를 낮추고 건설업에 종사한다면 노동력 부족에 따른 건설업 임금 폭등 문제도 해결되고, 청년 고용 문제도 완화된다"며 "청년 인력들이 기술과 경험을 쌓아 숙련공으로 성장하면 중장년층 중심으로 돌아가던 건설업에도 '미래'가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