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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는 밀착, 이스라엘은 거리두기? 트럼프 중동 순방에 남겨진 불편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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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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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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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동 전략서 이스라엘 언급 안 해
사우디와 밀착, 중동 외교 재편 신호탄
위태로운 동맹 ‘불안’과 ‘전략’ 사이
트럼프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순방이 이스라엘 배제와 사우디아라비아 중심 외교 구도로 요약되는 양상이다. 과거 전통적 동맹으로 분류되던 이스라엘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고, 사우디·시리아와의 협력이 부각되면서 외교 지형의 재편이 가속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를 두고 외교계는 트럼프식 실용 외교가 이스라엘과 일시적 거리 조절을 택한 것이란 해석을 내놨다.

중동 ‘경제-안보 패키지 합의’ 도출

21일(이하 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후 첫 해외 순방으로 중동을 지목, 지난 13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를 차례로 방문했다. 이번 순방에서 그는 각 순방국으로부터 거액의 대미 투자와 미국산 제품 수입을 얻어내고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경제-안보 패키지 합의’를 도출했다. 특히 사우디에서는 6,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중동의 지정학적·안보적 맥락보다 경제·재정·무역 측면의 이익을 재정의했다”는 평을 이끌었다.

사우디를 방문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미국과 사우디)은 지금까지 없던 굳건한 관계”라고 강조했다. 이는 사우디가 주도하는 OPEC플러스(OPEC+)가 대규모 원유 증산을 단행하면서 국제 유가가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락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관세에 따른 세계 경제 둔화 우려가 증폭되는 가운데 미국·사우디 전략적 관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대목”이라고 짚었다.

반면 과거 미국의 중동 외교에서 가장 핵심적인 파트너로 꼽히던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나 지원 약속은 철저히 배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중동 질서 구축에 집중하면서 이스라엘은 점차 변두리로 밀려나는 형국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단순한 의전상의 문제를 넘어 미국이 이스라엘을 동맹의 ‘중심축’에서 ‘전략적 변수’로 다루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더욱 당혹스러운 점은 미국의 중동 전략에서 자국이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외교적 수사 하나 없이 ‘패싱’당한 이번 순방을 두고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정치적 메시지를 넘어선 실질적인 파트너십의 후순위화를 뜻한다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특히 보수 정치권은 이러한 흐름이 미국의 보복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이스라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던 점이 이번 외교 일정에서의 철저한 배제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상황은 양국의 갈등을 본격화할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절대적 관계’라는 인식을 흔들기에는 충분하다는 게 외교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미국 행정부의 “전쟁을 끝내라”는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 기간 가자지구에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전쟁이라는 악재를 정리하지 못한 채 고립돼 가는 이스라엘의 외교적 입지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는 진단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미국의 무조건적 이스라엘 지지 막 내려”

이처럼 미국의 의도적인 이스라엘 배제는 시리아와의 관계 회복과 맞물려 더욱 대비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사우디에서 예고 없이 25년 지속됐던 시리아에 대한 제재 해제를 발표했고, 이튿날엔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과 전격으로 회동해 양국의 관계 정상화까지 거론했다. 이는 사실상 미국이 알샤라 신정부를 승인한 것과도 같은 효과를 냈으며, 사우디의 ‘실세’라 불리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또한 이 자리에 함께했다.

알샤라 임시 대통령은 한때 알카에다의 연계 조직인 알누스라 전선을 이끌었던 이슬람 성전주의자로서 2013년 미국이 테러리스트로 지정해 1,000만 달러의 현상금까지 걸었던 인물이다. 그를 축출된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보다 더 위험한 인물로 보고 워싱턴에 강도 높은 제재를 촉구했던 이스라엘로선 이번 회동에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외교계의 주된 시각이다.

이번 결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의 전통적 맹방이자, 해당 사안과 깊은 이해관계가 있는 이스라엘과 사전에 아무런 상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나는 그들(이스라엘)에게 시리아와의 관계에 대해 묻지 않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많은 이들이 나의 결정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중동 내부에서도 이 같은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자미르 아흐메드 아완 파키스탄 국립과학기술대 교수는 “트럼프의 ‘이스라엘 패싱’은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면서 “해묵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 이전에 더 폭넓은 지역 안정과 무슬림 세계의 단합에 초점을 맞추려는 미국과 사우디의 의도적 시도”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텔아비브(이스라엘)의 공격적이고 일방적 정책을 미국이 무조건 지지하던 시절은 이제 막을 내리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조건부 밀월’ 관계로 재편 전망

다만 양국 간 동맹이 흔들린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의 전략적 선택이 다자 협력과 경제 중심 외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스라엘의 소외는 일시적 조정 과정일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특히 정치인으로서의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보수 유권자층과 친이스라엘 로비 세력의 지지를 필요로 하는 만큼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단절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입장에서도 이스라엘을 완전히 등지는 전략은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사우디나 시리아와의 관계가 아직 안정화하지 않은 데다, 이란과의 갈등 구도 역시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여전히 중동 내에서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군사·정보 파트너이며, 트럼프 대통령 또한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순방은 단순 ‘거리두기’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중동 순방은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의 구조적 균열이라기보다는 트럼프식 실용 외교가 가져온 관계 재정렬의 한 단면으로 봐야 한다는 게 국제사회의 주된 시각이다. 이스라엘의 외교적 고립감과 미국의 전략적 거리 조절이 맞물리는 복합적 구도 속에서 향후 양국 관계는 특정 이슈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는 ‘조건부 밀월’ 형태로 재편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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