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동아시아포럼] ‘친환경 전환’과 ‘첨단 산업 육성’, 동남아의 버거운 과제
Picture

Member for

7 months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수정

동남아시아, 화석연료 사용 ‘위험 수준’
전기차 산업도 석탄 연료에 의존
친환경 전환 없이 ‘장기 성장 불가능’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동남아시아(이하 동남아)의 기온 상승은 중요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폭염도 그렇지만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화석연료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본격적인 발전이 기대되는 디지털 경제 및 전기차 산업이 화석 연료 소비를 부추기는 것도 아이러니다. 이대로 두면 새롭게 건설되는 인프라가 고탄소 시스템에 갇혀 기후 목표와 경제 성장 모두를 저해할 것이다.

사진=ChatGPT

동남아시아 에너지 수요 급증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이하 IEA)에 따르면 아세안(ASEAN)의 전력 수요는 현재 1,300테라와트시(terawatt-hours)에서 2035년이면 2,000테라와트시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를 제외한 전 세계 어느 곳보다 높은 증가율이다. 동남아가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에 성공하지 못하면 급증하는 탄소 비용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디지털 경제 전환으로 데이터센터는 에너지 소비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과 인공지능(AI)의 성장으로 동남아시아의 데이터 사용량은 2027년까지 세 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데이터센터가 생길 때마다 연간 22테라와트시의 전력을 추가로 사용하게 되는데 이는 현재 미얀마 전체의 전력 소비량에 해당한다.

동남아시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추이(2015~2030년)
주: 연도(X축), 전력 수요(테라와트시, Y축)

디지털 경제 및 전기차 산업이 화석연료 사용 부추겨

친환경 에너지로의 대규모 전환이 없다면 디지털 경제가 아세안 경제에 탄소 자국을 깊게 남길 판이다. 따라서 인도네시아 등 태양광 자원이 풍부한 동남아 국가들이 석탄 연료로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동남아는 전기차 생산 경쟁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태국이 중국의 대규모 투자를 받아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 자리 잡는 한편 인도네시아는 풍부한 니켈 보유량을 기반으로 국내에 전기차 배터리 생태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두 나라는 2030년까지 배터리 생산량을 세 배까지 늘릴 계획이다.

친환경 산업에 뛰어드는 것은 절대 나무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전기차 공장과 충전 네트워크(charging network)가 석탄으로 가동된다면 전기차의 친환경적 장점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베트남에서 운행되는 전기차가 프랑스보다 탄소 배출이 훨씬 더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동남아가 전기차를 지속 가능 기술로 내세우려면 사용하는 전기도 친환경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풍부한 친환경 자원에도 정책 부재가 ‘발목’

동남아는 친환경 에너지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일조량이 풍부하고 우기에는 계절풍도 강하다. 그럼에도 친환경 에너지 목표에서 뒤처지는 것은 정책 부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IEA에 따르면 아세안이 ‘1.5°C 기후 목표’(1.5°C climate path, 지구 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섭씨 1.5도 높은 수준으로 제한)에 맞춰 가려면 2030년까지 229기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및 풍력 발전 설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행정 처리 지연과 목적이 불투명한 관세, 당장 편리한 화석연료를 선호하는 사회 구조가 어울려 친환경 이행을 가로막고 있다. 탄소세를 감안하면 이미 재생에너지가 화석 연료보다 비용효율적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일부 국가는 무공해 에너지 공급을 위해 원자력 발전을 검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36년까지 20기의 소형 조립식 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s, SMRs)를 가동한다는 목표고 베트남도 중단했던 계획을 다시 꺼내 들었다. 하지만 원자력 기술은 여전히 비용이 많이 들고 열대기후에서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SMR의 메가와트시(MWh)당 발전 비용은 110달러(약 15만원)로 태양광 발전의 두 배를 넘는다.

동남아시아 기술별 전력 생산 비용(2024년, 단위: 달러/메가와트시)
주: 석탄, 가스(복합 발전소), 태양광, 육상 풍력 발전, 해상 풍력 발전, 소형 조립식 원자로(좌측부터)

디지털 경제와 친환경 전환 “명운 걸려”

전력망의 전면적 개선도 시급하다. 아세안은 2030년까지 45,000㎞의 고압 송전망을 설치할 계획인데 증가하는 수요를 생각하면 연간 투자를 220억 달러(약 30조원)까지 두 배로 늘려야 한다. 그런 면에서 최근 싱가포르가 100메가와트의 라오스 수력전기를 태국과 말레이시아를 경유해 수입하기로 한 결정은 환영할 만하다. 지역 전력망 구축을 위한 성공적 시도로 볼 수 있다.

친환경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유치도 문제다. 배터리 저장 장치(battery storage), 양수 발전(pumped hydro), 수요 반응 프로그램(demand-response program) 등이 모두 준비됐는데도 명확한 규제 조항이 정리되지 않아 투자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는 해당 시설들을 활용해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현대적인 전력 시장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친환경이냐 성장이냐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다음과 같은 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먼저 사용 시간대에 따라 에너지 가격을 차등화해 피크 타임 수요를 조절해야 한다. 또 전력망 사용 입찰에서 저비용 외에 에너지 저장 장치 보유 여부도 기준으로 활용해야 한다. 탄소세 수입은 석탄 생산 노동자와 지역 사회의 재교육에 투입해야 한다.

동남아는 디지털 경제와 첨단 제조업 육성, 친환경 전환이 모두 걸린 운명의 시간을 맞고 있다. 지금 만들어내는 인프라가 수십 년에 걸친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윤강 리우(Yunkang Liu)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University of New South Wales) 박사과정생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Australia and China can power up Southeast Asia’s green energy transition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7 months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