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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유럽연합 ‘균형 발전’, ‘다양성 포용’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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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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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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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균등 발전 위한 ‘결속기금’
‘방위 예산 전용’ 고민
각국 다양성 수용하는 정책 필요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3,920억 유로(약 615조원)에 달하는 결속기금(cohesion funds)은 유럽을 하나로 뭉치게 하자는 취지로 결성됐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미국과 중국에서 전해지는 외부 충격이 수년간 이어진 투자 계획을 무너뜨릴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마치 한 국가처럼 법령을 제정할 수 있지만 위기가 닥치면 각자 나뉘어 피를 흘려야 하고 시련이 강할수록 누더기가 된다.

사진=ChatGPT

유럽연합, ‘615조 원 결속기금’ 운영

결속 정책(cohesion policy)은 EU 평균에 못 미치는 지역을 지원해 경제적, 사회적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수준의 위기와 충격은 투자 효과를 끌어내린다. 일반적인 지정학적 리스크 하나가 발생해도 결속기금 투자에 의한 산업 성장을 1/3만큼 감소시킨다.

게다가 효과가 일정하게 미치지도 않는다. 독일 같은 나라는 있는지도 모르게 지나가지만 폴란드나 이탈리아는 심각한 경제적 피해로 연결된다. 이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구조적 흠결이다. 제도와 정치와 취약성이 모두 다른 국가들의 모임에서 누구에게나 맞는 자금 지원 방식이란 있을 수 없다.

기록만 보면 EU의 결속 정책은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2024~2020년 기간 90% 가까운 결속기금이 집행됐다. 하지만 거기서 더 들어가 보면 다른 현실이 눈에 들어온다. 폴란드 같은 국가는 주어진 자금의 90% 이상을 사용한 반면 이탈리아는 사용 규모가 제공 규모의 67%에 그친다. 모두 합치면 수십억 유로가 주어진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셈이 된다. 이는 도로가 보수되지 못하고 학교가 수리되지 못했으며 지역 인터넷망이 여전히 불통으로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행정력 따라 기금운용 실적 갈려

지정학적 위험 지수(geopolitical risk index)를 놓고 살펴보면 모든 글로벌 갈등 상황이 EU 자금 지원의 효과성을 떨어뜨렸음을 알 수 있다. 자금 지원의 경제 성장 효과를 측정하는 보조금-성장 승수(grant-to-growth multiplier)는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평균 27% 감소했다.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결속 정책’ 효과 감소
주: 지정학적 위기 無, 미국발 위기, 중국발 위기(좌측부터), *막대그래프는 결속기금 투자로 인한 제조업 총 부가가치

그런데 위기의 발원지에 따라 최대 피해를 입는 국가가 다르다. 미국발 충격이 이탈리아의 제조업 부문을 강타한다면 중국발 진동은 중국산 투입물에 의존하는 폴란드에 특별한 충격을 주는 것이다.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결속 정책’ 효과 감소
주: 미국발 위기(좌측), 벨기에, 체코, 독일, 헝가리, 이탈리아, 슬로베니아(좌측부터) / 중국발 위기(우측), 오스트리아, 체코, 독일, 헝가리, 이탈리아, 폴란드(좌측부터), *막대그래프는 결속기금 투자로 인한 제조업 총 부가가치의 감소율

생산품의 차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각국의 행정력도 큰 영향을 미친다. 폴란드는 조달 및 환경 승인 등에 있어 동작이 빠른 편이다. 반면 이탈리아는 결속기금을 담당하는 기관이 11개나 있는데 정보 공유도 잘되지 않는다. 당연히 프로젝트를 제시간에 끝낼 수 없는 것은 물론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결속기금 ‘방위 예산 전용’, 신중해야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도 유로가 EU 국가들의 통화를 단일화했지만 각국의 재정정책은 통합되지 않았다고 오래전부터 인정한 바 있다. 이 역시 충격에 대응하는 유럽의 역량을 끌어내린다. 중앙은행은 차입 비용을 낮추는 일은 할 수 있지만 각국의 프로젝트 지연이나 정책 불확실성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 그렇다면 결속기금이 각국의 제도와 경제 상황을 감안해 재설계돼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의 우선순위를 방위로 급히 돌려놨고 EU는 결속기금을 국방 인프라에 전용할 수 있게 하자는 제안을 발의했다. 동시에 1,500억 유로(약 235조원) 규모의 신규 방위 기금(defense fund)이 공동 차입을 통해 출범하기도 했다. 이들은 유럽의 안보 강화에 대한 절박한 필요성을 보여주지만 한편으로는 위험을 수반한다. 소외 지역 개발에 배당된 기금이 부자 나라의 무기 생산으로 전용될 수도 있다는 말이 아닌가? 그렇다면 결속기금은 지역 차이를 줄인다는 소기의 목적과 정확히 반대로 쓰이는 결과가 된다.

각국 다양성 반영이 핵심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EU는 지역별로 지정학적 위험을 평가해 국방 예산을 배분할 필요가 있다. 또 기금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국가들에 한해 국방 목적의 전용을 허용해야 한다. 한편 중앙은행과 결속기금 당국은 기금 운용 현황과 현안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필요도 있다.

오랫동안 유럽은 하나의 정책 체계가 27개 회원국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가정을 고수해 왔지만 이제 그 믿음은 유효하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복잡성을 끌어안을 수 있는 모델이다. 실제 위험을 반영해 자원이 배분돼야 하고 유능한 정부에 보상이 주어져야 하며 결속 목적의 기금이 각국의 재무장(rearmament) 예산으로 변형되지 말아야 한다.

다양성은 단지 참고할 사항이 아니라 유럽의 모든 정책을 떠받치는 기반이 돼야 한다.

원문의 저자는 로베르타 아르볼리노(Roberta Arbolino) 동부 나폴리 대학(University Of Naples L'Orientale) 교수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Geopolitical risks and the effectiveness of the EU cohesion polic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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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