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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배드뱅크' 본격화, 은행권 분담 등 재원 마련은 난항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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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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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부실채권 구제 위한 배드뱅크 검토
'새출발기금' 한계 보완해 신속한 지원 목표
정부 재정 건전성·은행권 부담 등 우려 제기

이재명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급증한 자영업자·소상공인 부실채권 문제의 해법으로 '배드뱅크' 설립을 본격 추진한다. 금융위원회는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코로나 대출 탕감·조정 방안 구체화에 착수했으며, 기존 새출발기금의 한계를 보완해 대규모 원금 탕감과 신속한 채무조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추가경정예산 확보와 은행권 공동 출자 등 재원 조달 방안, 운영기관의 재정 건전성, 도덕적 해이 논란 등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정부 재정과 민간 금융사 공동출자 방식 유력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 대통령의 주요 공약으로 언급한 코로나 대출 탕감·조정 방안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번 정책은 팬데믹 기간 급증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부실채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이 대통령이 여러 차례 언급해 온 배드뱅크 설립이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배드뱅크는 금융사가 보유한 부실채권을 대규모로 인수해 정리하는 전문 기관으로, 일반적으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정부 재정과 은행 등 민간 금융사의 공동 출자를 통해 보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정부가 추진하는 배드뱅크는 기존의 장기 소액 연체채권의 소각을 주된 목적으로 하되, 일정 요건을 갖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도 채권 소각 대상에 포함해 지원 범위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2022년부터 운영해 온 새출발기금의 경험을 참고해, 보다 효율적이고 신속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설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새출발기금이 복잡한 신청 절차와 느린 처리 속도로 인해 원금 감면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감안해, 대규모 원금 탕감과 신속한 채무 지원을 핵심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새출발기금의 채무조정 신청 금액은 총 20조3,173억원에 달하며, 신청한 차주는 12만5,738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 중 원금 감면을 전제로 한 '매입형 채무조정' 약정을 체결한 차주는 3만3,629명, 금액 기준으로는 2조9,609억원에 불과하다. 원금은 그대로 두고 금리 및 상환 기간을 조정해 주는 '중개형 채무조정'은 2조8,388억원으로 차주는 3만7,950명으로 집계됐다. 두 방식을 모두 합친 약정 체결 금액은 5조7,997억원으로, 전체 신청 채무액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가 재정 여건 악화로 대규모 재원 확보 한계

이런 상황에서 시장의 관심은 배드뱅크의 재원 조달 방안에 쏠리고 있다. 배드뱅크는 본질적으로 대규모 공공 예산을 수반하는데, 최근 정부의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위를 비롯한 금융당국에선 2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과 함께 은행권 등 민간 금융사의 공동 출자를 통한 재원 조달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은행권의 수익이 많이 늘어난 만큼, 시중은행이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 어떻게 동참할 수 있을지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채 발행이 초래하는 국가 채무 부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치적 불확실성, 추경 예산 사용처를 둘러싼 논란 등으로 인해 배드뱅크의 자금 조달은 물론, 추경을 통한 재원 확보 자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이 제기된다. 현재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2차 추경의 규모를 '20조원+α'로 논의하고 있으나, 이미 1차 추경 13조8,000억원이 집행된 데다 2차 추경 역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 등 민생회복을 위한 사업에 우선 배분될 것으로 보인다.

설령 배드뱅크를 설립하더라도 이를 운영할 캠코의 재정 건전성 역시 부담 요인이다. 캠코는 최근 몇 년간 대규모 부실채권 인수와 정책사업 확대로 부채 규모가 급증했다. 일반적으로 부채 비율 200%를 초과하는 기관을 '재무위험기관'으로 분류하는데, 캠코의 부채비율은 2022년 145.13%에서 2023년 181.73%, 2024년 213.73%까지 치솟으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부채는 5조8,000억원에서 10조원으로 증가한 반면, 자본은 4조 원에서 4조7,000억원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채무 탕감에 따른 도덕적 해이와 역차별 우려

은행권의 반발 기류도 무시할 수 없다. 정부는 위기마다 배드뱅크 카드를 꺼내들었고 시중은행은 그때마다 수천억원의 자금을 출자했다. 실제로 △1998년 외환위기에 부실채권정리기금 △2003년 카드대란에 한마음·희망모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구조조정기금 △2013년 가계부채 위기에 국민행복기금 등이 설립됐고 약 148조원의 부실채권이 배드뱅크에 인수됐다. 특히 국민행복기금의 경우 총 자본금 6,970억원 중 캠코가 5,000만원을 출자했고, 나머지는 산업은행(1,022억원), 기업은행(406억원)을 제외한 민간 은행이 부담했다.

더욱이 시중은행은 2023년에도 윤석열 정부의 요청에 따라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통해 약 2조1,0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팬데믹 이후 누적된 가계 부담을 덜고 금융소비자의 채무 상환 여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당시 국내 20개 은행이 참여해 약 188만 명의 금융소비자에 이자 환급, 금리 감면, 상환 유예 등 다양한 지원이 3년에 걸쳐 제공했다. 이와 함께 은행권은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과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도 병행해, 16만6,580명이 총 7조4,331억원 규모의 대출을 보다 낮은 금리로 전환받도록 지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은행권은 연체율 상승이라는 또 다른 부담을 안고 있다. 2025년 3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0.53%로 전년 동기 대비 0.10%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중소기업(0.80%)과 자영업자(0.71%) 연체율이 두드러지게 확대됐다. 전체 금융업권의 연체액도 2025년 1월 말 23조8,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배드뱅크를 추가 재정 부담이 전가될 경우, 이미 높아진 연체율과 맞물려 자산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드뱅크 설립이 채무 탕감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금융권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장기화한 경기 침체 속에 회복이 어려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성실하게 채무를 상환해 온 차주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무분별한 채무 탕감 확대는 채무자들의 고의적 상환 회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와 금융당국은 보다 근본적이고 일관성 있는 제도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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