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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전 ‘대출 막차 수요’에 자산시장 과열, 금리 인하 딜레마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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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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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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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잔액 일평균 2,510억원 증가
부동산 가격 급등 악순환 조짐
“3% 역성장 우려” 한은 경고 조명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과 대출 규제 강화라는 시점이 맞물리면서 자산시장 전반에서 대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을 중심으로 주식, 가상자산까지 투자 열기가 번지면서 2021년을 연상케 하는 ‘영끌’ 현상이 다시 재현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정책 신뢰도에 대한 우려 역시 고조되는 양상이다.

부동산 중심 대출 증가세 뚜렷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50조792억원으로 5월 말(748조812억원)보다 1조9,980억원 증가했다.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폭은 지난해 8월 9조6,259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뒤 이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꾸준히 축소됐고, 올해 1월에는 4,672억원 감소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곧바로 2월 반등(3조931억원)한 후 꾸준히 증가 폭을 키워 왔다.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 593조6,616억원에서 595조1,415억원으로 1조4,799억원 뛰며 이 같은 증가세를 부추겼다. 은행권은 주택 구입용 신규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집 구입과 관련된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수요가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된 지표로 보고 있다. 이는 하루 평균 2,510억원 규모로 5월(2,318억원)보다 약 200억원 많고, 지난해 영끌 수요가 정점(7∼9월)에 달하기 직전인 5월(2,436억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시장에선 일부 신용대출이 주식 및 코인 투자로 흘러들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금융투자협회에 의하면 증시 주변 자금의 대표적 지표인 투자자예탁금은 12일 기준 62조9,444억원으로 2022년 4월 27일(64조8,560억원) 이후 약 3년 2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이는 신용대출 증가세와도 맞물린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03조9,147억원으로 지난해 11월 (104조893억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요 급증+공급 감소, 프리미엄 형성

여기에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규제를 앞두고 자산시장 또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DSR 강화는 고소득자도 대출 한도를 제한받는 방식인 탓에 시행 직전인 지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주요 은행에선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모두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일부 은행은 하루 만에 대출 신청이 마감되거나 조기 차단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은 부동산 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며, 매수 대기 수요가 다시 형성되는 모습이다. 수도권 일대에서는 대출로 자금을 확보한 실수요자 및 투자자가 경쟁적으로 매물을 확보하려 하면서 호가가 치솟고 있으며, 매도자들은 매물을 거둬들이는 사례도 심심찮게 포착된다. 규제 직전 ‘막차 타기’ 심리가 과도한 매수세로 전이되며 가격 왜곡을 부추기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결국 실물 수요와 무관한 금융 주도의 시장 왜곡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질 구매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규제 전 대출 확대에만 의존한 수요는 자산 가치의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하며, 이후 거품 붕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역시 이 같은 과열 조짐을 인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은행권에 직접적인 점검을 요청하는 등 대응에 나선 상태다.

“거품 붕괴 시 –3% 성장” 시나리오 대두

한은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자산시장 거품에 대한 경고를 내놓은 바 있다. 특히 지난 2021년에는 당시 부동산 시장을 뒤덮은 거품이 꺼질 경우, 국내 경제성장률이 -3%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도 했다. 당시 한은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2021년 9월 말 기준 금융불균형 수위를 나타낸 부동산 금융취약성지수(FVI)는 100을 기록하며 1996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 등 3개 지표로 산출하는 FVI는 100에 가까울수록 부동산 거품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 부동산 거품이 최대치에 달했다는 의미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집값은 다시 상승하고 대출 수요 또한 급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섣부른 통화 정책은 경기 부양 효과보다 자산 가격 급등과 금융 불균형 확대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국내외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한은은 완화적 통화정책보다는 거시건전성 확보를 더 우선시하는 기조를 유지 중이다. 자칫 성급하게 금리를 내렸다가 자산 시장에 다시 불을 지피게 되면, 이후 조정 과정에서의 충격은 감당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에서다. 이는 한은이 부동산과 금융 시장에서 나타나는 과열 조짐을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한은의 향후 정책 방향은 기준금리 인하보다는 자산 시장의 추가 과열을 방지하는 방향에 무게를 둘 전망이다. 최근의 자산시장 과열이 단순히 투자 수요 증가의 문제를 넘어 구조적 기대심리와 연계된 만큼 정책 당국의 경고성 메시지만으로는 실질적인 수요 억제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12일에도 창립 75주년 기념식에서 “급하다고 경기 부양책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면, 결과적으로는 더 큰 부작용에 직면할 수 있다”며 이 같은 기조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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