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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부과에도 중국산 가격 경쟁력 ‘여전’ ‘정부 보조금, 위안화 가치, 우회 수출’ 활용 ‘규모 및 기술 확보’ 없이는 ‘경쟁 불가’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미국과 유럽의 징벌적 관세와 방어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 제품들은 확실한 가격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서구 경쟁업체 대비 ㎏당 0.2유로(약 317원)가 싼 데, 이를 하루 무역량으로 환산하면 수십억 유로에 달한다. 정부 보조금과 위안화에 대한 인위적 평가절하, 환적(trans-shipment) 등으로 서구의 조치를 무력화하는 셈이다.

미국, 유럽 관세에도 중국산 ‘가격 경쟁력 유지’
작년 중국의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액은 4천억 유로(약 634조원)를 넘어 점유율 기준으로 2010년의 두 배가 됐으며 미국과 튀르키예를 합친 것보다 많다. 수많은 수출품 중 하나만 예를 든다면 유럽에 도착한 중국산 전자레인지 한 대의 가격이 70유로(약 11만9천원)인데 독일산 경쟁 제품은 92유로(약 14만6천원)다. 독일 기업의 인력 및 설비에 대한 투자는 가격 차이 때문에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

주: 수입 지역 구성(좌측), 중국 외 지역(청색), 중국(회색) / 수입 물품 단가(우측), 중국 외 지역(청색), 중국(회색), 위안화 대 유로 가치(하늘색), *2021년 1월=100
미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국산 철강, 태양광 패널, 전기차에 대한 관세에도 불구하고 작년 수입액은 4,390억 달러(약 603조원)로 더 증가했다. 소비자에게는 저렴한 상품을 의미할지 모르나 유럽과 미국의 제조업체들은 그야말로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실제로 중국산 수출품은 규모의 경제와 보조금을 이용한 가격 경쟁력으로 타국 경쟁재와 차이를 벌려 왔다. 2021년 이후 갈수록 늘어나는 중국 상품의 점유율이 이를 입증한다.
보조금, 위안화 절하, ‘환적’ 통한 관세 회피
중국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5%에 가까운 보조금을 수출 주도형 기업에 투입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이하 IRA)과 같은 서구 국가들의 산업 정책을 압도한다. 지원 형태도 다양해 보조금성 융자, 세금 환급, 가속 상각(accelerated depreciation, 초기에 더 많은 감가상각비를 인식) 등을 포괄한다.
지난 1년간 유로 대비 10% 절하된 위안화 가치와 결합하면 중국 제품의 실질 가격 경쟁력은 유럽 제품보다 14% 높다. 규모의 경제도 무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중국의 태양광 패널 생산업체는 자본 비용을 엄청난 생산량에 배분해 단위당 비용이 서구 기업들보다 훨씬 낮다.
그러자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 없는 EU도 작년 6월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38.1%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공급망 글로벌화라는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중국 기업들이 북아프리카와 튀르키예 등을 경유하는 환적을 통해 관세를 회피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이다. 원산지 규정을 악용한 사례로 볼 수 있는데 연말이 가까워지자 640억 유로(약 101조원)에 달하는 제품들이 경유지 국가들의 수출품으로 재분류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러한 편법은 경제적 비용도 적지 않게 수반한다. 운송 거리가 늘고 선적 지연이 잦아지며 보험료도 올라 수입업자들은 500유로(약 79만원) 짜리 제품 하나당 22유로(약 3만5천원)를 추가로 지불하고 있다. 물가에도 영향을 미쳐, 연구에 따르면 10%의 관세 인상이 1년 내에 유로존 소비자 물가를 0.2%P만큼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물가 변동 후 기간(월)(X축), 유로존 물가 영향(Y축), *68% 신뢰구간
관세보다 ‘생산 경쟁력’ 확보가 관건
미국의 대응은 포괄적이기보다는 가시적인 효과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Biden) 전 대통령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100%로 네 배 올린 데 이어 트럼프(Trump) 대통령은 125%를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전기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에 지나지 않는 반면 미국 수출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전제품, 가구, 완구 등은 별다른 조치 없이 수입이 이뤄지고 있다.
서구의 무역 대응 조치도 그렇지만 내부 생산 설비를 확충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2018~2024년 사이 독일의 자동차 산업에서 60,000여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는데 대부분 기술 발전을 감당하지 못한 중소 부품업체들로 인한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IRA 이후 1,100억 달러(약 152조원)의 친환경 에너지 투자가 이뤄졌는데 그중 2/3가 LG와 파나소닉을 비롯한 외국 기업이 투자한 것이고 기술 이전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중국 기업들의 첨단 기술 분야 특허 등록은 미국과 유럽을 한참 앞서가고 있다.
그나마 관세가 시간을 벌어준다고 보면 미국과 유럽은 생산력 간극을 좁히는 데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보조금을 생산성 및 경쟁력 향상에 연동하면서 교육 훈련 분야를 로봇 공학이나 전력 전자공학(power electronics) 등 필요한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중국의 환적 시도를 블록체인 기반 인증을 포함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저지할 필요도 있다.
미국과 유럽의 협력도 필수적이다. 보조금 정책 내용을 공유해 상호 간 투명성을 확보하는 한편 중국이 양쪽의 차이를 악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국 수출 급증 산업 및 탄소세 정책 관련 공동 대응도 필요하다. 미국과 유럽이 기회를 살려 생산 시설과 기술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중국 제품과의 가격 차이는 더욱 벌어져 결국 서구의 산업 중심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프란체스코 코셀로(Francesco Corsello) 이탈리아 은행(Bank Of Italy) 고문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he Great Wall of Chinese goods: The effect of tariff-induced re-rerouting on euro area consumer price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