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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확대, 中 울고 美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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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의회,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의결
이란산 원유 대거 수입해 온 中, 에너지 안보 비상
美, 中 견제·자국 석유 산업 성장 '일석이조'

이란 의회(마즐리스)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자국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폭격에 대응하기 위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현실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향후 해협이 봉쇄되며 중동 지역 원유 공급망에 혼란이 발생할 경우, 이란산 원유를 적극적으로 수입하고 있는 중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선택지 중 하나"

22일(이하 현지시간) 이란 국영 언론 프레스TV에 따르면, 이날 에스마일 쿠사리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장은 “의회는 미국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결정했다”며 “최종 결정권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에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국가안보위원회 소속 모하마드 하산 아스파리 의원 역시 "외세의 침략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건 이란의 명백한 선택지 중 하나"라며 "적절한 시점에 행동에 나서겠다"고 발언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해상로이자, 걸프 산유국들과 이란, 이라크의 원유 및 천연가스 수출의 핵심 수송 통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운송량은 2024년 기준 하루 평균 2,000만 배럴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석유 일일 해상 운송량의 4분의 1 수준이다.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전 세계 해상 운송량의 5분의 1이 이 해협을 지난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세계 에너지 시장이 막대한 혼란을 겪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시장은 이란의 위협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2일 오후 7시 50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일 대비 2.56% 오른 배럴당 75.73달러(약 10만4,500원)에 거래됐다. 개장 직후에는 배럴당 78.40달러(약 10만8,200원)까지 가격이 치솟기도 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은 개장 직후 배럴당 81달러(약 11만1,800원)까지 뛰어올랐다가, 오후 7시 50분 배럴당 78.77달러(약 10만8,700원)로 상승분을 소폭 반납했다.

시장 예상 뒤집힐까

지금껏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봉쇄될 확률은 낮다는 분석이 주류였다.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면 이란 최대 석유 수출국인 중국이 불만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출하는 석유의 약 90%는 아시아로 향하며, 이 중 대부분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란의 해협 봉쇄 조치로 인해 유가가 급등할 경우, 이란과 중국의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 입장에서 거대한 우군인 중국을 잃는 것은 뼈아픈 리스크다.

여태껏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전례가 없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란은 지난 2011년과 2012년에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언급했으며, 2018년 미국이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면서 중동 긴장이 높아졌을 때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무기 삼아 각국을 위협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해역 봉쇄가 이뤄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1990년 걸프전 때도 호르무즈 해협은 폐쇄되지 않았다.

해협 봉쇄 조치가 미국에 추가적인 군사적 개입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호르무즈 해협 내에는 2개 항모 전단이 소속된 미 해군 5함대 사령부가 주둔하고 있다. 만약 이란이 해저 기뢰 등을 활용해 이 지역 해상을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해협의 접근을 막을 경우, 사실상 미국에 전면전을 선포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중동 혼란 속 美·中 희비교차

이란이 이 같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해협 봉쇄를 강행한다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되는 국가는 중국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으로 수출되는 이란산 원유는 대부분이 산둥성에 위치한 소규모 민간 정유사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국영 석유 기업과는 별개로 운영되는 이들 업체는 지난 2022년부터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의 제재 대상이 된 이란산 원유를 적극적으로 사들이는 중이다. 비교적 가격대가 낮은 이란산 원유를 활용해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며 이 같은 유통 구조가 위태로워질 시, 중국의 에너지 위기가 한층 가중될 위험이 있다.

미국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중국에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 중이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22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석유 수입을 호르무즈 해협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막아야 한다"며 "베이징이 (이란에) 연락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결의안을 가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나온 발언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미국이 대외적으로 봉쇄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때 오히려 '이득'을 볼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한 외교 전문가는 "미국은 현재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라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석유 가격이 치솟으면 미국의 군산복합체와 석유 기업들이 막대한 호재를 누릴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반면 중국은 핵심 파트너인 이란의 국력 약화로 인해 중동 전략에 타격을 입고, 에너지 안보 및 인플레이션 방면에서도 큰 고통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입장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자국 석유 산업 성장과 중국의 피해 확대를 동시에 꾀할 수 있는 '일석이조' 전략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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