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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관세보다 두려운 건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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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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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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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무역 정책, ‘불확실성’이 문제
시장 불안이 투자 축소와 경기 침체로
관세율 조정보다 ‘예측 가능성’ 제공이 관건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지난 4월 치솟은 미국의 무역 정책 불확실성 지수(Trade Policy Uncertainty, TPU)는 미국 무역 정책의 진정한 폐해를 드러냈다. 전 세계에 드리운 불안은 관세 때문이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정책이 가진 ‘예측 불가능성’ 때문이었다. 그것이 수많은 기업을 망설임으로 몰아넣고 투자 계획을 동결하게 만드는 지연 비용(latency tax)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ChatGPT

4월 관세 발표 이후 ‘무역 정책 불확실성’ 고조

일반적인 경제학이 관세의 가격 왜곡에 집중하지만 전문가들은 불확실성 자체가 진짜 피해를 가져온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들은 늘어난 비용을 어딘가 전가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고용을 연기하고 시설 투자를 멈추며 연구개발비 집행을 보류한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이하 연준)의 연구에 따르면 불확실성이 1표준편차만큼 증가하면 투자도 연간 기준으로 1% 줄어든다. 4월의 불확실성 지수가 과거 평균의 16배였으니 이는 국내총생산(GDP)에 영향을 줄 만한 규모다.

미국 및 일본 ‘무역 정책 불확실성 지수’ 추이
주: 미국(청색, 좌측 Y축), 일본(적색, 우측 Y축)

불확실성이 기업 투자 축소로

미국 중서부에 GIAI라는 산업용 로봇 기업이 있는데 4억 달러(약 5,500억원) 규모의 시설 확장 계획을 진행 중이라고 치자. 미국과 유럽 간 관세 위협에 불안해진 해외 공급업자가 계약 진행을 연기하자는 요구를 해 온다. 관세가 완전히 발의된 것도 아닌데 단지 불확실성 때문에 계획이 90일간 연기돼 자본 비용이 늘고 시공업체와 서비스 제공업체, 지역 경제로 파급효과가 전이된다.

이것은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 투자가 급속히 줄어든다는 실물 옵션 이론(real-options theory)의 골자다. 기업은 합리적인 이유로 주저하는 것이지만 기업 하나하나의 결정이 모여 거시경제 차원의 불경기가 만들어진다. 연구에 따르면 1달러(약 1,375원)의 투자는 2.7달러(약 3,711원)의 연관 효과를 발생시킨다고 한다. 프로젝트 하나가 중단되면 관련된 전체 공급망이 침체한다는 의미다. 지역 대학은 교육훈련을 연기하고 수출업체는 계획을 잠정 보류하며 창고 건설조차 불확실성 속에 일정을 미룬다.

국가적 관점에서 보면 모든 결정이 모여 거시경제 부진으로 연결된다. 대략 1조 8천억 달러(약 2,474조원)에 이르는 미국 사업 투자가 영향권 내에 있다. 일부만 연기돼도 국내 총생산(GDP) 성장에 미치는 피해는 1,000억 달러(약 137조원)를 넘는데 이것도 기업들의 로비 비용과 재고 누적에 따른 비효율, 연구개발비 전용 등을 빼고 계산한 것이다.

금융 및 글로벌 시장까지 ‘연쇄 효과’

금융 시장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 4월을 돌아보면 투자자들이 새로운 발표에 귀를 곤두세우며 국채 수익률이 널을 뛰고 기업들이 비용 집행을 꺼려 현금이 내부에 쌓였으며 S&P 500 지수는 6%가 하락했다. 미국 시장에서 자본이 유출되는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투자자들이 위험을 재평가하며 글로벌 제조업체들에 대한 신용 스프레드(credit spread, 위험 수익률)가 확대됐다.

‘무역 정책 불확실성 지수’ 및 사업 투자 규모(단위: 십억 달러) 추이
주: 무역 정책 불확실성 지수(청색), 사업 투자 규모(하늘색)

이는 글로벌 시장으로도 번져 일본의 무역 정책 불확실성 지수가 미국과 동반 상승하며 불안을 공유했다. 조사에 따르면 브렉시트(Brexit)나 브라질 경제 위기 때처럼 정책 불확실성이 고조되면 세계 경제 전반에 걸쳐 수출 기업 수와 해외 투자, 고용 창출이 줄어든다. 유럽중앙은행도 관세가 12~14% 수준으로 확대되면 유로존 성장 잠재력의 거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세율 조정보다 ‘불확실성 제거’가 관건

결국 진짜 피해는 관세가 아니라 잃어버린 시간 때문에 찾아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변화가 실물 경제에 대한 파생상품처럼 작용해 기업들로 하여금 마지못해 기다리는 쪽을 택하게 하는 것이다. 이 은밀한 세금은 세관 기록이 아닌 주문 취소와 교육훈련의 연기와 텅 빈 생산라인에 모습을 드러낸다.

답은 예측 가능성을 되찾는 것이다. 세 가지 간단한 정책 조정만으로 관세율 조정 없이 시장의 확신을 되돌릴 수 있다. 국회의 연장 결의가 없으면 자동으로 종료되는 일몰 조항을 삽입하고, 모든 정책 변경에는 180일 사전 예고를 의무화하며, 분쟁 후 단계적 해소 절차를 무역 협정에 포함하라. 시장의 불안을 줄이고 투자 부담을 덜며 기업에 의사결정을 위한 명료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연준에 따르면 정책 불확실성을 반만 줄여도 투자를 1%까지 늘릴 수 있다. 비용이 들지 않는 경기 부양책이란 이런 것이다.

복잡한 세계 경제에서는 정책 신뢰가 곧 성장 전략이다. 언론 머리기사를 장식하는 것은 관세지만 진짜 위협은 그것이 만들어내는 불확실성이다.

원문의 저자는 모리카와 마사유키(Masayuki Morikawa) 경제산업연구소(Research Institute of Economy, Trade and Industry) 선임 연구원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rump tariff policy, uncertainty, and the role of economic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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