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노조와 합의 속 매각 절차 돌입 예정 2026년 말까지 계약이전 대신 우선 추진 자본확충·노조 리스크 여전, FI·SI 모두 관망

금융당국이 MG손해보험 매각을 계약이전 완료 시점인 2026년 말까지 추진하는 합의안에 서명했다. 당초 계획된 계약이전은 차질 없이 진행하되, 이 기간에 한해 별도로 시장에서 MG손보 인수자를 찾아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수천억원대 자본 확충 부담과 노조 리스크, 구조적인 수익성 한계로 인해 실질적인 인수후보를 찾는 일은 녹록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계약이전과 매각 추진 ‘투트랙’
2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 노조는 MG손보 매각을 재추진하는 방안에 전날 합의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가교보험사를 설립한 뒤, MG손보가 보유한 계약을 조건 변경 없이 5개 손보사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 차례에 걸친 공개매각 시도가 불발되자 계약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합의안에 따라 계약이전과는 별도로 MG손보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올해 3분기 내 가교보험사를 설립하고 2026년 말까지 계약을 이전하는 기존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하되, 이 기한 내에 MG손보 인수자를 물색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2026년 말이 MG손보 매각 기한인 셈이다. 금융당국은 가교보험사 설립 이후 인수자를 찾으면, 가교보험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기한 내에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계약이전은 당초 밝혔던 일정에 맞춰 진행된다.
계약이전 비용, 국민 세금으로
금융당국이 결정을 바꾼 데는 노조의 반대와 정치권의 중재가 크게 작용했다. 노조는 고용 승계가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가교보험사 설치와 계약이전을 반대하며 대통령실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였다. 가교보험사는 MG손보 직원 일부를 채용할 예정이었지만, 노조는 계약 이전이 마무리되고 가교보험사가 해체되면 향후 고용은 장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노조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메리츠화재가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의 인수에 나서자 인수합병(M&A) 추진을 주장하며 협조하지 않았다. 당시 메리츠화재는 직원의 10%를 고용승계하고 비고용 직원에게는 위로금 250억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MG손보 임직원은 총 521명이다.
다만 가교보험사 설립과 계약이전은 현실적으로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 한다. MG손보가 보유한 계약은 지난 3월 말 기준 151만 건으로, 이 중 약 90%는 질병·상해보험 등 장기보험이다. 계약자는 개인 121만 명, 법인 1만 개다. 이들의 계약을 안정적으로 다른 보험사에 이전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재정 지원이 불가피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소 수천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문제는 이 재원을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가교보험사를 통해 계약을 정리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예보가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등 세금으로 보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보는 임시 보험사에 기금을 투입해 재무 건전성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리는 작업에 나설 전망이다. MG손보가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신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4.1%로 당국의 권고치인 150%에 크게 못 미친다. 이에 예보는 공적 자금을 활용해 킥스 비율을 150% 선까지 끌어올린 후 다른 손보사들이 인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자 찾기 '산 넘어 산'
그러나 보험업계에서는 MG손보 매각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부실이 장기간 심화된 데다 노조의 고용 승계 요구까지 받아들여야 해 시너지 효과는커녕 막대한 자금만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요 손보사들은 MG손보가 보유한 계약 일부를 이전받는 것조차 “손실이 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실제 MG손보의 올해 1분기 기준 자본 총계는 -2,441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회사의 전체 자산보다 부채가 많다는 뜻으로, 사실상 부도 상태와 다름없다. 이에 시장에서는 추가 자본 확충 규모를 포함해 인수 시 필요한 자금을 최대 1조원까지로 예상하고 있다. 추정 매각가액인 2,000억~3,000억원에다 킥스까지 고려하면 인수자가 부담해야 할 총비용이 늘어난다. 여기에 고용 승계, 위로금 지급 여부 등도 인수 조건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매력은 더욱 떨어진다.
금융당국의 승인도 중요한 변수다. MG손보 인수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금융사 인허가 절차와 정책 당국의 입장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과거 데일리파트너스, 메리츠금융 등도 후보군에 거론됐지만, 실제 인수전 참여로 이어지지 못한 것도 이 같은 복합 규제 요인 때문이었다.
일각에서는 과거보다 지금이 더 매각이 어려운 환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처음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2022년 당시에는 인수 의사를 가진 투자자들도 있었고, 자본 보강 규모도 지금보다 훨씬 작았다”며 “지금은 영업이 사실상 정지된 데다 핵심 인력 이탈까지 겹치며 매각 조건이 악화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