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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역풍 맞은 일본 경제, 기업 이익 ‘37억 달러’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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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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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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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월 영업이익 총 5,500억 엔 감소
관세·환율 이중고에 기업들 '비상'
엔화, 130엔 후반대까지 강세 가능성

엔화의 예상 밖 강세가 일본 경제 전반에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기업 실적과 관광 소비를 밀어 올리던 엔저 효과가 사라지면서 일본 주요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다. 여기에 미·일 금리 차 축소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까지 겹치면서 금융시장 불확실성도 증폭되는 양상이다.

자동차 등 수출 산업 '직격탄'

28일 닛케이 아시아가 닛케이 평균주가지수 상위 51개 기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5,500억 엔(약 5조1,900억원)의 부정적인 영향으로 총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1%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만약 환율 역풍이 없었다면 영업이익은 2%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환율은 일본 기업들에 있어 호재였다. 엔화는 2021년 달러당 110엔에서 2024년 156엔까지 약세를 보이며 2021~2024년 4~6월 이익에 총 2조 엔(약 18조9,000억원)을 기여했다. 하지만 올해 4~6월 분기에는 엔화가 달러당 약 145엔에서 11엔 평가절상되면서 5년 만에 처음으로 실적에 역풍으로 작용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부문은 자동차다. 일본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 7개사는 환율로 인해 3,500억 엔(약 3조3,000억원)의 이익 감소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엔 환율 외에 미국 관세도 주요하게 작용했다. 자동차 부문은 미국의 관세 비용이 실적에 부담을 주면서 36개 산업 중 가장 큰 이익 감소를 보였다. 실제 닛산 자동차와 마쓰다 자동차는 손실을 기록했으며, 토요타와 혼다는 이익이 급감했다.

엔화 강세가 바꾼 일본 관광산업

엔화 강세는 일본 관광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인 2022년부터 급격한 약세를 보인 엔화는 지난해까지도 장기간 엔저를 유지했다. 이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들은 높은 구매력을 누릴 수 있었으나, 올해 1월 지나친 엔화 약세를 완화하기 위해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0.25%에서 0.5%로 인상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일본은 미국과의 금리 차를 줄이고 엔화 가치의 반등을 유도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엔화 가치 상승은 일본의 가격 경쟁력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졌고, 이에 따라 방일 외국인 관광객의 실질 구매력도 감소하고 있다. 실제 올해 1월 이후 관광수지는 7,810억 엔(약 7조4,000억원)으로 감소했는데, 이는 1월의 역대 최고치인 8,995억 엔(약 8조5,000억원)에서 2월 8,555억 엔, 3월 7,800억 엔에 이어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낸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 수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4월 입국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8.5% 증가한 390만8,900명으로, 단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과 환율 부담으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비가 고급품보다는 실용적인 소비 항목에 집중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엔 캐리 청산 발작’ 시동 걸릴 수도

이 같은 엔화 강세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이코 엡손의 미즈카미 마사하루 집행관은 "미국 경제 둔화로 달러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엔화가 달러 대비 130엔 후반까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미국 잭슨홀에서 금리 인상 쪽으로 깜빡이를 켜면서 시장에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도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신호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잭슨홀 연설에서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이에 사실상 제로 금리였던 일본에서 엔화를 빌린 뒤 다시 달러로 바꿔 미국 금융 자산에 투자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 여건도 나빠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수익률)의 격차가 좁혀진 것이 대표적이다. 금리 차이가 줄면 엔화를 빌려 달러 자산에 투자할 유인이 약해진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달 22일 연 1.616%로 올해 들어 0.497%포인트 뛰었는데, 리먼 브러더스 사태 직후인 2008년 5월 이후 가장 높다. 반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초 연 4.8% 코앞까지 상승했다가 이달 22일 연 4.258%로 밀려났다. 그 결과 올해 초 3.5%포인트 이상 벌어졌던 미국과 일본과의 국채 금리 격차는 2.6%포인트대로 좁혀졌다.

‘달러 약세와 엔화 강세’가 동반된다는 점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를 자극한다. 환 손실을 막으려는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고, 빌린 돈(엔화) 상환에 나설 수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엔과 유로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8일 기준 98.156로 이달 초(99.14)보다 하락했다.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반영되면서다. 반면 미국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올해 초 158엔대에서 28일 기준 147엔대로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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