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만에 끝 보이는 신세계-알리바바 합작 심사, 시장 획정 넘으면 '시너지'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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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알리바바 합작 승인 심사, 조만간 마무리 "오픈마켓이냐 해외 직구냐" 시장 획정 문제로 심사 장기화 겨우 출발선에 선 합작 법인, 시너지 효과는 여전히 '의문'

올해 초 시작된 신세계그룹과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합작 승인 여부 심사가 조만간 종료된다. 시장 획정 문제로 인해 지체되던 심사 절차가 8개월 만에 겨우 마무리 국면에 접어드는 양상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심사 이후 양사 합작 법인이 성공적으로 출범한다고 해도 전자상거래(이커머스)업계에 유의미한 변화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신세계-알리바바의 '합작' 계획
4일 정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신세계와 알리바바의 기업결합 안건을 상정하는 전원회의를 이달 중 개최하기 위해 막바지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앞서 올해 1월 24일 신세계 소속 계열사인 아폴로코리아(G마켓)는 알리바바 계열사인 그랜드오푸스홀딩 주식 50%를 취득하는 기업결합 신고를 접수한 바 있다. 기업결합이 승인되면 신세계와 알리바바가 공동으로 지배하는 그랜드오푸스홀딩은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을 각각 100% 보유하게 된다.
연초 신고된 기업결합 심사가 여태껏 마무리되지 못한 배경에는 시장 획정 문제가 있다. 양사의 합작 법인이 띠는 성격에 따라 독과점 위험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만약 합작 법인이 오픈마켓으로 분류된다면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 오픈마켓 시장에서는 1위 사업자인 쿠팡의 입지가 압도적이고, 알리익스프레스는 월간활성이용자수(MAU) 기준으로 국내 오픈마켓 시장 3위에 그치는 탓이다.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쿠팡의 이용자 수는 3,339만1,000명에 달한다. 이어 11번가(893만 명), 알리(880만 명), 테무(847만 명), G마켓(705만 명) 순이다. 알리와 G마켓의 이용자 수는 합해도 겨우 쿠팡의 절반에 그친다. 그랜드오푸스홀딩을 오픈마켓 분야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독과점·시장 점유율 50% 이상) 사업자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셈이다.
해외직구로 시장 획정 시 독과점 우려
문제는 그랜드오푸스홀딩이 해외 직구 주력 기업으로 분류될 시, 경쟁 제한을 유발하는 독과점 사업자로 취급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해외 직구 시장에서 아마존과 알리익스프레스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자들의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큐텐과 계열회사의 점유율은 7.72%이며 인터파크커머스는 0.46%, 위메프는 0.38% 수준이다. 반면 알리익스프레스의 점유율은 50% 이상으로 추산된다.
오픈마켓과 해외 직구를 나눠 시장을 획정하는 대신 합작 기업이 두 시장에 모두 포함된다는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각 시장에서의 경쟁 제한 우려와 효율성 증대 효과를 분석해 시정 방안(사업 일부 매각 또는 가격·거래 조건 변경)을 마련하는 조건부 승인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2023년 7월 큐텐의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의 기업 결합 심사 당시에도 오픈마켓과 해외 직구 시장 두 가지가 모두 획정됐다.
시장에서는 공정위가 신세계와 알리바바에 부대조건을 단 시정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번 건은 국내 기업과 C커머스가 결합하는 것인 만큼, 국내 경쟁 업체와 같은 수준으로 관리·감독을 실시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정부가 해외 기업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기업 정보는 제한적"이라며 "사전에 조치를 취해 두지 않으면 관리·감독 과정에서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시너지 창출 여부 지켜봐야
신세계 측은 심사가 마무리되고 합작 법인이 출범하면 지마켓의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알리바바가 보유한 글로벌 빅데이터를 활용해 상품 기획을 다변화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업계는 양사가 유의미한 통합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지 의문을 드러내고 있다. 양사의 주요 고객층과 상품군이 달라 합작 법인 출범 이후 신규 가입자 확보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는 이용자 수가 국내 이커머스보다 많지만, 초저가 제품 위주로 팔려 GMV(플랫폼 총거래액)는 낮은 편"이라며 "지마켓은 개인정보 보호, 환불 문제 등으로 중국 이커머스를 기피하는 고객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데, 알리익스프레스와 사실상 공동 경영을 한다는 이미지가 굳어지면 기존 고객이 이탈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플랫폼 통합이 아닌 독립 운영 구조를 유지할 경우 경쟁사 고객을 끌어올 마땅한 명분이 없다"며 "양사 모두 아직은 흑자를 내기 어려운 사업 구조"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신세계가 합작 법인을 2~3년간 운영해 지마켓 실적을 정상화한 뒤 알리바바에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지마켓은 2021년 3조4,400억원에 매각돼 신세계 산하로 편입된 후 2022~2023년 약 1,000억원의 적자를 냈고, 올해 1~3분기도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시장 가치가 떨어진 상태다. 신세계가 지마켓 인수 이후 인력 감축 등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며 사업 확대를 위한 신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점도 이 같은 예측에 힘을 실어 준다. 하지만 신세계 측 관계자는 "합작 법인을 지마켓 매각과 연결 짓는 것은 너무 앞서나간 추측이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