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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보험이 곧 허가 조건, 자율주행 규제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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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months 3 wee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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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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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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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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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핵심은 기술이 아닌 안전성과 보험 보장 가능성
사고·청구 데이터가 긍정과 부정의 신호를 동시에 제시
보험 데이터 기반 ‘보험 우선’ 규제가 안전성 검증의 열쇠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Research Memo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차를 둘러싼 논의는 기술적 세부 사항보다 안전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2024년 미국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3만 9,345명이라는 수치가 그 출발점을 말해준다. 이는 고속도로교통안전청(NHTSA)의 잠정 추계치로, 1억 마일당 1.20 명의 사망률에 해당한다. 전년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며, 오늘날 이 위험은 보험을 통해 관리되고 있다.

따라서 자율주행 기술이 실제로 더 안전하다면, 그 사실은 보험이라는 위험 관리 체계 속에서 입증돼야 한다. 보험사가 공적 지원이나 특별한 법적 보호 없이도 통상적인 시장 요율로 보장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대규모 운행은 허용돼서는 안 된다. 결국 보험 보장 가능성(insurability)은 규제의 세부 조항이 아니라 시장 신뢰를 판별하는 핵심 기준이다.

사진=ChatGPT

책임을 가격으로 바꾸는 제도

책임 문제를 구체화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가격화할 수 있는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영국은 2024년 제정된 ‘자율주행차법(Automated Vehicles Act)’을 통해 차량이 자율주행 상태일 때 발생한 사고의 1차 책임을 자동차 보험사에 두고, 필요할 경우 제조사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제도는 ‘누가 책임지는가?’라는 추상적 논쟁을 시장이 다룰 수 있는 계약 관계로 전환시켰다.

반면 미국은 주마다 다른 불법 행위법, 시범 규정, 연방 안전 보고 제도가 뒤섞여 책임 구조가 모호하다. 합리적 기준은 분명하다. 보험사가 정상적인 요율로 보장을 제공할 수 있어야만 대규모 운행을 허용할 수 있다. 특정 구역 내 무인 로보택시나 고속도로 한정 부분 자율주행이 그 대상이다.

보험 인수인은 실제 위험 노출을 기반으로 가격을 산정한다. 평가 기준은 기업의 자신감이 아니라 축적된 손실 이력이다. 캘리포니아의 주행 거리·개입 데이터, NHTSA의 충돌 보고 의무제도는 완벽하지 않지만, 보험사가 참고할 수 있는 필수 자료다. 필요한 것은 절대적 확실성이 아니라, 보험계리사가 합리적인 신뢰 구간과 명확한 예외 조건을 전제로 위험률을 추정할 수 있는 기반이다.

2024년 미국 교통 사고 사망 통계(단위: 명)
주: 사망자 수(39,345명), 사망률(1억 마일당 1.2명)

보험 데이터가 보내는 엇갈린 신호

보험업계가 주목하는 기준은 실제 사고로 이어진 보험 청구 건수다. 이 지표는 긍정과 부정, 두 방향을 동시에 보여준다.

긍정적인 사례로는 재보험사 스위스리(Swiss Re)가 분석한 웨이모(Waymo)의 2,530만 마일 무인 주행 실적이 있다. 피닉스·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오스틴에서 기록된 이 데이터에 따르면, 인간 운전 2,000억 마일 이상과 비교했을 때 재산 피해 청구는 88%, 신체상해 청구는 92% 감소했다. 표본은 작지만, 보험사가 ‘보험료 산정’ 논의로 나아가게 할 만한 근거로 평가된다.

반면 부정적 신호도 뚜렷하다. 같은 시기 미국의 한 자율주행 업체는 자사 기능을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 Supervised)’으로 바꾸며 운전자의 개입 책임을 명확히 했다. 규제 당국은 이 회사의 레벨2 시스템(핸들을 잡고 수시로 개입해야 하는 부분 자율주행)이 여러 치명적 사고와 연관됐다고 보고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레벨4 무인 주행(정해진 구역과 조건에서 차량이 전적으로 운전)과 레벨2 보조 기능이 전혀 다른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보험 보장 가능성은 기능의 명칭이 아니라 운행 방식과 적용 범위에 따라 달라진다.

사고 청구 건수를 비교할 때도 맥락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주행 조건, 날씨, 시간대, 도로 유형, 보고 기준, 차량당 주행 거리 등이 고려돼야 한다. 웨이모-스위스리 연구는 이를 반영해 최신 세대 인간 운전 데이터와 비교했다. 하지만 재보험사는 신뢰 구간이 충분히 좁혀질 때까지 개선 효과를 보수적으로 조정할 것이다. NHTSA 통계가 보여주듯 인간 운전의 위험 수준은 해마다 달라지고 있다. 인간 운전이 안전해질수록 자율주행의 우월성을 입증해야 하는 문턱은 높아진다.

자율주행차 대비 인간 운전자 배상 청구 건수 비교 (기준=100)
주: 청구 건수 지수(X축), 청구 종류-신체 상해, 재산 피해(Y축)/자율 주행차(진한 빨강), 인간 운전자(연한 빨강)

실질적 보험 우선 기준

보험 중심 규제는 구체적 요건에서 출발해야 한다. 보험증권은 운행설계영역(ODD)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주행 도로와 시간대, 날씨 조건, 안전요원 탑승 여부, 비상시 대응 방식까지 포함돼야 한다. 보험사는 해당 영역에서 예상되는 사고 발생률과 손해 규모, 보장 한도와 자기 부담액을 제시하고 재보험 참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기본 요건으로는 A등급 보험사가 1차 보험을 제공하고, 전체 위험의 최소 30%를 A등급 재보험사에 이전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사고 발생 시 손해율 상한이 자동 발동되도록 해야 한다. 소프트웨어가 업데이트되면 위험 구조가 바뀌므로 새로운 요율 산정이 필요하다. 이는 과도한 규제가 아니라 시장 자본이 안전성을 신뢰한다는 의미다.

두 번째 축은 데이터 공유다. 현재 캘리포니아와 NHTSA가 요구하는 주행 거리, 개입, 사고 보고를 기본으로, 보험사가 필요로 하는 자료까지 확대해야 한다. 예컨대 ODD별 주행거리, 급제동·급차선 변경 같은 근접 사고 지표, 제3자 청구의 상해 유형, 부품별 수리비 분포 등이 포함된다. 규제 당국은 허가 갱신 조건으로 운영사가 이 데이터를 분기별로 익명화해 공개하고, 독립 기관이 이를 검증하도록 해야 한다.

도시와 주 정부는 보험사가 정상적인 조건에서 보장을 제공할 수 있는 경우에만 무인 서비스를 승인해야 한다. 공공은 위험 분담 구간을 설정할 수 있고, 운영사는 투명성을 조건으로 참여해야 한다. 영국의 ‘보험사 우선 보상 구조’도 미국이 참고할 만한 사례다.

보험 시장은 변동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손실 이력이 부족한 초기 기술은 구간별 최소 요건으로 관리하고, 안정적 데이터 공개와 시범 운행 규칙을 통해 기준을 유지할 수 있다. 2026년이면 대부분의 관할권에서 ODD별 1차 보험과 재보험을 의무화할 전망이다. 이는 자율주행이 실제로 안전한 영역에서는 시장이 이를 입증하도록 하되, 규제 기준은 유지하겠다는 접근이다. 보험 보장 가능성 검증은 규제 완화가 아니라 책임성을 확보하는 장치다. 도시가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보험료를 일부 보조할 수는 있지만, 엄격한 제한이 필요하다.

하나의 원칙

자율주행의 성패는 실제 도로와 환경에서 보험 청구 데이터를 통해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 조건을 충족한다면 보험사는 참여를 확대할 것이고, 규제 당국도 시장의 신호를 근거로 확신 있게 허가를 늘릴 수 있다. 반대로 공적 지원 없이는 보험 적용이 어렵다면, 기술 개선과 정밀한 데이터 수집, 제한된 영역 운행이 불가피하다.

지켜야 할 원칙은 하나다. 보험이 불가능하면 허가도 불가능하다. 이 기준이야말로 공공의 안전을 지키고, 기술의 신뢰성을 검증하며, 위험 관리 체계 속에서 자율주행이 실제 역량을 입증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If You Can't Insure It, You Can't Permit It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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