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CEO의 ‘체질 개선’ 안 통했다” '실적부진' 스타벅스, 대규모 구조조정 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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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일부 매장 폐쇄 결정 올 초 1,100명 이어 900명 추가 감원 전세계 매출, 6분기 연속 감소

미국 커피 체인 스타벅스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다. 북미 일부 매장을 폐쇄하고 900명의 직원을 감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매출 반전과 비용 구조 재편을 동시에 꾀하려는 승부수지만, 높은 가격으로 고객 재유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실적 회복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이번 조치가 비용 절감 이상의 전략적 해법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1.4조달러 들여 대대적 개혁
25일(이하 현지시간) 스타벅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에서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북미 직영 매장은 2025 회계연도 중 약 1%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신규 매장 오픈과 폐점을 모두 감안한 수치로, 폐점 대상에는 시애틀 스타벅스 본사 내 리저브 매장과 간판격 매장인 캐피톨힐 리저브 로스터리도 포함됐다. 이번 조치로 스타벅스의 북미 매장 수는 6월 말 1만8,734개에서 9월 말 약 1만8,200개로 500개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스타벅스는 아울러 26일 약 900명의 본사(non-retail) 직원을 해고한다. 10억 달러의 구조조정 비용 중 1억5,000만 달러(약 2,100억원)는 인력 감축에 따른 퇴직금·해고수당·전직 지원 프로그램 비용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며, 나머지 8억5,000만 달러(1조1,900억원)는 매장 폐쇄 관련 비용으로 책정됐다. 회사 측은 해당 비용의 상당 부분이 2025회계연도에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스타벅스는 올해 회계연도 말까지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 약 1만8,200개 매장을 유지한 뒤, 2026년부터 다시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회사 측은 “커피하우스와 고객에 더 가까운 곳에 투자해 매출 하락을 반전시키겠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니콜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일부 매장은 고객과 파트너가 기대하는 환경을 제공할 수 없거나 재무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구조조정은 효과가 있는 부분을 강화하고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폐점이 결정된 매장의 바리스타는 인근 매장으로 전환 배치되거나, 일부는 퇴직금이 지급된다.
'스타벅스로 돌아가기' 프로젝트, 직원 불만 가중
이번 조치는 지난해 9월 스타벅스 CEO로 취임한 니콜 체제에서 이뤄진 두 번째 대규모 감원이다. 스타벅스는 올해 초에도 1,100명의 본사 직원을 해고한 바 있다. 니콜 CEO 영입 당시 스타벅스 내부에서는 반등의 기대가 컸었다. 니콜 CEO가 2018년 초 치폴레 멕시칸 그릴 CEO로 임명됐을 때만 해도 치폴레는 허술한 품질 관리 시스템, 고객을 유인할 새로운 메뉴 부족으로 인해 고객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니콜 취임 이후 치폴레의 연간 매출은 거의 100억 달러(약 14조원)로 두 배 증가했고, 이후에도 성장세와 수익성 면에서 경쟁사들을 계속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 개선의 임무를 안고 스타벅스에 영입된 니콜 CEO는 고객들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스타벅스로 돌아가기’(Back to Starbucks)라는 프로젝트 이름으로 여러 정책을 손봤다. 우유가 들어간 음료에는 대체 우유를 무료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고, 한때 사라졌던 셀프바를 부활시켜 우유와 시럽을 다시 제공하기 시작했다. 고객들이 편안한 매장 좌석에서 라떼를 즐기며 시간을 보내던 과거의 모습을 재현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는 바리스타를 위한 녹색 앞치마 복장 규정과 손으로 쓴 주문자 이름과 같은 인간적 요소, 그리고 좀 더 편안한 공간으로서의 리모델링 등이 포함된다.
특히 피크 시간대의 긴 대기 시간이 고객 이탈의 주요 원인이라고 판단한 니콜 CEO는 패스트푸드점처럼 4분 이내에 음료를 제공하라고 바리스타들에게 요구했다. 이를 위해 스타벅스는 직원을 충원하고 주문 순서 최적화 기술 개발에 5억 달러(약 6,95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문제는 스타벅스가 내놓은 프로모션 음료들의 제조 과정이 복잡해 4분 안에 만들기 어렵다는 점이다. 캘리포니아의 한 스타벅스 바리스타 브룩 앨런은 올여름 인기 메뉴 중 하나인 ‘스트로베리 말차 스트라토 프라푸치노’를 만들려면 여섯 가지 재료와 블렌더 두 대가 필요하다”며 “만들어야 할 음료가 그것 하나뿐이라면 1분 내로 가능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불평했다.
음료 컵에 그림을 그리거나 메시지를 적는 등 자발적으로 해오던 서비스를 강제로 요구 받는 데 대해서도 불만이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리스타들은 혼잡한 시간대에도 모든 컵에 개인 메시지를 적지 않으면 ‘징계’ 경고를 받는다. 버팔로의 한 스타벅스 바리스타 재스민 렐리는 “컵에 글씨 쓸 시간이 없다고 말하면 ‘계속 일하기 싫냐’는 답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가격 인상에 따른 고객 이탈 심화
고객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비싸진 음료 가격이 큰 진입 장벽이다. 스타벅스는 주요 커피 산지의 가뭄으로 원두 가격이 급등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브라질산 커피에 50% 관세를 부과하면서 늘어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가격을 인상해 왔다. 가격이 오르자 스타벅스를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도 뜸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레비뉴매니지먼트솔루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스타벅스 매장 방문객 수는 7%가량 줄었다.
더구나 저렴한 가격에 독창적인 음료를 선보이는 커피 전문점들이 점점 늘고 있다. 아칸소주의 ‘7 브루 커피’, 네브래스카의 ‘스쿠터스 커피’가 대표적이다. 또 오리건주에 본사를 둔 드라이브스루 커피 체인은 스타벅스처럼 개인 맞춤형 옵션을 제공하는 에너지 음료를 판매해, 지난 1년간 주가가 두 배로 뛰기도 했다. 스타벅스 대체재가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니콜 CEO의 정책은 아직까지 직원과 고객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했으며, 실적 개선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지난 7월 스타벅스는 최소 1년 이상 영업한 전 세계 매장의 매출이 6분기 연속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북미 지역 매출은 2% 줄었지만 시장 예상치(-2.5%)보다는 양호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레스토랑 및 바 업종 주가 지수가 6.5% 상승한 반면, 스타벅스 주가는 13%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