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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옵션 행사 가격 둘러싼 교보생명·어피니티 갈등, 2차 중재에도 대립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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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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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입가 24.5만원→풋옵션 행사가 40.9만원
“외부 감정평가인 선임해 공정 가격 산정”
IPO 추진 시마다 발목 잡은 FI 갈등

교보생명과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 간 분쟁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국제상업회의소(ICC)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외부 기관으로부터 공정시장 가격을 산정해 FI의 풋옵션을 이행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면서다. 이는 1차 중재 당시 신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던 것과 상반된 내용으로, 신 회장은 중재판정 취소 등 법적 절차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양측의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와 지주사 전환도 무기한 연기될 전망이다.

“양측 가격 10% 이상 차이엔 FI가 평가기관 제시”

24일 법조계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어피니티 컨소시엄(어피니티·IMM프라이빗에쿼티·가디언 홀딩스리미티드·베어링PEA·헤니르유한회사, 이하 어피니티)은 신 회장과의 2조원대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을 두고 다툰 ICC 국제중재 사건에서 유리한 판결을 끌어냈다. ICC는 어피니티 측의 청구를 받아들여 신 회장에게 주주 간 계약에 따른 감정평가인을 선임하고, 감정평가 보고서를 30일 내 제출하도록 명령했다.

분쟁의 핵심 쟁점은 풋옵션 가격 산정이다. ICC는 먼저 신 회장에게 외부 감정평가 기관을 선임해 풋옵션 가격을 산정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산정된 가격과 어피니티가 제시한 가격이 10% 이하 차이를 보인다면, 두 가격의 평균을 풋옵션 행사 가격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다만 차이가 10% 이상 벌어지는 경우에는 어피니티 측이 제3의 평가기관 3곳을 제시하고, 신 회장이 그중 하나를 택하도록 했다. 만약 신 회장이 선택을 거부하면 어피니티 측이 평가기관을 선택할 수 있다.

신 회장 측은 이번 판정이 1차 중재 판정의 기판력을 거스른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또 중재판정 취소 등의 법적 절차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2021년 9월 진행된 1차 중재에서 ICC는 어피니티의 풋옵션 행사 권리가 유효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신 회장에게 어피니티가 제시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할 의무는 없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중재에서 이를 뒤집으면서 풋옵션 행사 가격은 당초 어피니티가 제시한 주당 40만9,912원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게 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종 풋옵션 행사 가격이 어피니티의 초기 투자 가격인 주당 24만5,000원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교보생명의 시장가치가 주당 20만원을 밑도는 실정인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교보생명이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의 일환으로 우리사주조합과 골드만삭스 등으로부터 자사주 2%를 매입할 당시 교보생명의 주당 가격은 19만8,000원이었다. 이는 풋옵션 분쟁 이후 시장에서 가치평가를 받은 첫 사례다.

‘IPO 무산→풋옵션 행사→소송’ 악순환 반복

교보생명과 어피니티의 악연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피니티는 2012년 9월 교보생명 지분 24.01%를 1조2,054억원에 인수하면서 주주로 합류했다. 당시 어피니티는 교보생명이 2015년까지 IPO를 하지 못할 경우,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되팔 수 있다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초저금리 기조로 보험업계 업황이 지속적인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교보생명은 상장 타이밍을 잡지 못했고, 끝내 어피니티와 합의한 시한을 넘겼다. 2018년 하반기 부랴부랴 IPO 추진을 공식화했지만, 이번엔 어피너티 측이 풋옵션(주당 40만9,912원·총 2조122억원)을 행사하면서 또다시 차질이 생겼다.

신 회장 측은 어피니티가 제시한 행사 가격이 과도하게 높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이를 거절했고, 분쟁은 국제 중재에 돌입했다. 양측의 공방이 3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교보생명의 IPO도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그러다 2022년 9월 ICC 중재법원이 어피니티의 풋옵션 행사 가격은 무효라는 취지의 중재 판정을 내리면서 사실상 신 회장의 승리로 끝나는 듯 보였다. 같은 해 11월 교보생명은 주주 간 분쟁으로 인해 멈춰 있던 IPO 절차를 재개한다고 밝혔지만, 어피니티가 2차 중재를 신청하며 교보생명의 IPO 일정은 또 한 번 무기한 늦춰졌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모습/사진=교보생명

갈등 외면한 채 “금융지주사 전환 먼저”

답보 상태에 빠져 있던 교보생명의 IPO는 신 회장이 금융지주사 전환을 서두르면서 다시 급물살을 탔다. 신 회장은 생명보험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난해 2월 정기 이사회에서 교보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설립 추진 안건이 승인된 이후 전환 과정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이어 같은 해 4월에는 파빌리온자산운용(현 교보AIM운용)을 인수하고 교보증권 등 자회사에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등 포트폴리오 강화에도 힘썼다.

문제는 어피니티와의 갈등을 해소하기 전에는 지주사 전환의 주요 단계인 IPO를 추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은 회사의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소송 등의 분쟁이 있는 경우 상장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상장 요건을 모두 충족하더라도 경영권 분쟁 등 중대한 이슈의 경우 해당 이슈의 완전한 종결 전까지는 상장심사가 불가하다는 게 한국거래소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교보생명은 어피니티와의 분쟁을 회사와 무관한 신 회장과 일부 주주 간 갈등으로 일축하기도 했지만, 거래소와 시장의 평가는 달랐다. 교보생명은 현재까지 총 세 차례 상장에 도전했는데, 시장침체로 무산된 2015년을 제외하면 2018년과 2022년 두 차례 모두 어피니티와의 소송이 발목을 잡았다.

교보생명은 당장 IPO를 추진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주사 전환 이후 재도전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IPO 방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다만 FI와의 분쟁으로 지주 전환과 앞뒤 순서가 바뀐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지주 체제를 구축해 중장기 성장 동력을 마련한 다음, 향후 상황에 따라 상장 시기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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