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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VX, 몸값 5,000억원에서 3,000억원 이하로 골프 시장 업황 가라앉으며 매각 협상 사실상 결렬 "매각 시 근로 환경 악화된다" 노조도 반기 들어
사모펀드(PEF)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고 있는 일부 펀드의 밸류에이션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1,000억원을 투자한 스크린골프 업체 카카오VX의 몸값이 곤두박질친 영향이다. 최근 카카오VX는 엔데믹 이후 본격화한 골프업계 불황 등으로 인해 우선협상대상자와의 매각 논의가 사실상 결렬되며 몸살을 앓고 있다.
암초 부딪힌 카카오VX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카카오VX의 밸류에이션은 최근 3,000억원 이하로 떨어졌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기업가치가 5,000억원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큰 낙폭이다. 이에 따라 카카오VX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던 원아시아 역시 대규모 손실을 떠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아시아는 지난 2021년 '벨벳제1호' 펀드를 설립하고 카카오VX의 신주 77만6,656주(주당 12만8,757원)를 확보한 바 있다. 총투자 금액은 1,000억원이다.
원아시아의 카카오VX 투자는 성공적인 듯 보였다. 원아시아가 투자를 단행한 2021년에 골프 산업이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카카오VX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카카오VX의 2023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7% 감소한 1,471억원에 그쳤으며,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7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에 카카오VX는 골프용품, 헬스케어 플랫폼, NFT 사업 등의 철수를 결정하며 수익성 강화 조치를 취했으나 활로를 찾지 못했고, 이후 매각 논의에 착수했다.
문제는 카카오VX의 기업가치가 매각 과정에서 거듭 하락했다는 점이다.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뮤렉스파트너스는 펀딩 과정에서 카카오VX 밸류에이션을 기존 5,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그러나 기관투자자(LP)들은 하향 조정된 기업가치도 받아들이지 않았고, 뮤렉스는 카카오VX에 추가적인 기업가치 하락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뮤렉스의 기업가치 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LP들은 줄줄이 해당 매각 건을 외면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시점 뮤렉스와 카카오VX의 매각 논의가 사실상 결렬됐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골프 시장 침체기 맞이해
LP들이 카카오VX 매각 건에 냉담한 태도를 취한 것은 최근 들어 골프업계의 업황이 악화하며 카카오VX의 성장성이 둔화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만 해도 골프는 인기 스포츠 종목이었다. 팬데믹 시기 골프장 이용객 수는 연간 약 10%씩 증가했으며, 지난 2021년에는 골프장 연간 이용객 수가 5,000만 명을 웃돌기도 했다. 골프 인구의 증가는 자연스럽게 관련 산업의 성장으로 연결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골프 산업은 성장 정체기를 맞이한 상태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전국 골프장 이용객 수는 4,772만 명으로 2022년(5,058만 명) 대비 약 286만 명(5.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홀당 이용객 수 또한 2022년 5,006명에서 2023년 4,610명으로 7.9% 감소했다. 이에 반해 골프장 수는 2023년 기준 522개로 전년 대비 8개 증가했다. 공급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가운데 수요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골프 수요 감소의 원인으로는 소비 흐름의 변화가 지목된다. 경기 침체,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실용적인 소비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급증하면서 골프 산업이 외면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팬데믹 당시 골프 산업의 성장을 견인했던 젊은 소비자들은 최근 '합리적 소비'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며 줄줄이 골프 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 이에 더해 골프의 주요 소비층인 중장년층이 줄줄이 정년을 맞이하며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점도 골프 시장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
노조도 '매각 반대'
노조의 반발 역시 카카오VX의 매각에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9월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은 서울 강남구 뮤렉스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카카오VX 사모펀드 매각 반대 피켓 집회를 진행했다. 당시 노조는 사모펀드로의 매각이 근로자의 고용 안정성 및 근로 환경을 크게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집회가 벌어진 지난 9월은 뮤렉스가 카카오VX와 매각 논의를 진행하고 있던 시점이다.
서승욱 카카오지회 지회장은 "카카오VX가 현재 희망퇴직을 강요받을 만큼 경영 위기에 처한 상황은 아니며, 일정 자산과 이익 유보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뮤렉스파트너스와 교감이 없었다면 카카오VX가 이렇게 급작스럽게 강압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VX는 지난해 9월 약 100명의 희망퇴직을 진행했고, 지난 9월에도 사업 철수를 앞둔 부서에 추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바 있다. 서 지회장은 이 같은 카카오VX의 구조조정 움직임에 뮤렉스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봤다.
노조는 또한 사모펀드 매각 이후 근로 환경이 악화한 락앤락의 사례를 들며 카카오VX가 유사한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락앤락은 2018년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에 인수돼 경영 위기를 겪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손세호 화섬식품노조 락앤락지회장은 "락앤락은 (어피니티에쿼티 인수 이후) 모든 자산을 매각해 현재는 자산이 아예 없는 상황"이라며 "사모펀드는 끝없이 자산을 매각하고 직원들을 해고해서 회사를 껍데기로 만들어 버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카카오 VX가 똑같은 상황에 처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