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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 문제로 비화한 고려아연-영풍 분쟁, 호주도 MBK 사업 역량에 의문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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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 공세에 호주 우려, "고려아연 호주 사업 무위로 돌아갈 수 있어"
국내서도 반발 여론 "고려아연 중국 기업에 매각될 가능성 크다"
영풍 측도 공세 본격화, 고려아연 회장 두고 배임 등 의혹 제기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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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과 영풍, MBK파트너스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심화하자 호주 정·재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제련업과 수소·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비롯한 신성장 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호주를 활용해 온 만큼 해외 사업 경험이 부족한 영풍이 고려아연을 인수하면 그간 추진해 온 관련 사업이 무위로 돌아갈 수 있어서다.

고려아연-영풍 경영권 분쟁 심화, 호주는 고려아연에 힘 싣기

19일 호주 최대 경제지 중 하나인 파이낸셜리뷰는 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에 대해 "(MBK가) 호주 퀸즐랜드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신재생에너지와 수소사업에 대한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호주 퀸즐랜드주 경제 단체인 타운즈빌 기업협회도 강력한 경고를 내놨다. 클라우디아 브룸-스미스 타운즈빌 기업협회 대표는 "단기 수익을 쫓는 사모펀드(MBK)로 인해 사업 축소, 구조조정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포함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호주 정계 역시 MBK에 비토를 쏟아내는 모양새다. 밥 카터 호주 연방의원은 지난 17일(현지 시각) 현지 매체를 통해 "제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외국 사모펀드가 호주 내의 중요한 자산인 제련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연방 총리에게 MBK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사실을 알리고, 향후 고려아연 경영권에 변경이 있을 경우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가 개입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사업 경험 부족한 영풍, 고려아연 사업 유지 어려울 것"

호주는 고려아연의 신사업 핵심 거점 중 하나다. 고려아연은 지난 1999년 호주 퀸즐랜드주 타운즈빌에 아연제련소 선메탈(SMC)을 건설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재임 시절인 2018년엔 SMC 제련소 안에 125MW급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해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펼쳤다. 또 2021년엔 신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사업화를 위해 설립한 아크에너지를 통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풍력터빈 54개 335MW급 보우먼스크릭 풍력발전소 개발 사업 허가를 획득했으며, 지난 5월엔 6,700억원을 들여 호주 퀸즐랜드주에 건설 중인 남반구 최대의 풍력발전소 맥킨타이어의 지분 30%를 사들이기도 했다.

문제는 영풍과 MBK 측이 고려아연의 호주 신사업을 이어 나갈 만한 역량이 없단 점이다. 호주를 비롯한 해외 사업은 대부분 고려아연 측이 자체 역량을 활용해 키워왔다. 반면 영풍은 일본에 지사를 세우거나 계열사 영풍전자 등을 통해 베트남, 중국에 진출한 이력만 있을 뿐 호주 등 해외에서 직접 사업을 운영한 경험은 전무하다. 호주 정·재계가 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에 반발하고 나선 이유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MBK의 행보에 비판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가 소재한 울산을 중심으로 우려가 쏟아진다. MBK가 고려아연을 중국계 기업에 매각할 수 있단 것이다. 이에 대해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계 자본이 대거 유입된 MBK로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고려아연이 중국계 기업에 팔리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고려아연의 중국 매각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기업 간 경영권 분쟁이 외교·정치 문제로까지 비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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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고려아연

압박 수위 높이는 고려아연, 영풍-MBK 측은 '최 회장 때리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대한 정·재계의 우려가 커지자 업계에선 영풍-MBK의 부담만 가중되는 모양새란 평가가 나온다. 각계의 우려가 영풍-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 자체를 무마하는 구실로 작용할 수 있단 시선에서다.

고려아연 측이 정치권의 목소리에 편승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기도 하다. 고려아연은 입장문을 통해 "영풍 오너 일가는 환경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의 잦은 위반과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경영 능력이 부족하다"며 영풍의 역량 부족 문제를 재차 부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영풍의 아연생산업체인 영풍석포제련소는 지난 2020년 4월에만 총 11건의 환경 관련법 위반을 적발당한 바 있다. 지난 4일엔 석포제련소 근로자 사망 사고에 따라 박영민 영풍 대표와 배상윤 석포제련소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MBK의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 건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다. 앞서 지난 13일 MBK는 특수목적법인(SPC)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를 통해 고려아연의 지분 최대 14.6%(302만4,881주)를 주당 66만원에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공개매수 가격은 공개매수일 이전 3개월 및 6개월 간의 평균종가(거래량평균가중 가격 51만6,735원, 50만7,393원)에 각각 27.7%와 30.1%의 프리미엄(할증)을 더해 산정됐다. 매수 기간은 13일부터 내달 4일까지다. 이를 두고 고려아연 측은 "이번 공개매수는 아무런 사전 협의나 논의 없이 진행된 적대적 M&A"라며 "비철금속 제조업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산업 전문성과 경영 노하우가 필요하고, 투자수익률 극대화라는 단기적 관점에서 경영은 불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지분율 분쟁을 MBK의 '역량 부족' 문제와 결부해 자사 측에 유리한 여론을 결집하겠단 전략을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풍과 MBK 측은 자사를 둘러싼 비판 여론에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우선 고려아연이 자사의 공개매수를 적대적 M&A로 규정한 데 대해선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MBK에 따르면 9월 기준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는 지분율이 33.1%에 달하는 영풍 오너 일가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지분율이 15.6%로 영풍 오너 일가의 1/2 수준이다. 영풍 측은 "공개매수는 명백한 최대 주주 및 1대 주주의 경영권 강화 차원"이라며 "영풍 오너 일가와 최 회장 측의 지분 격차만 봐도 적대적 M&A라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중국 매각 가능성도 부인했다. MBK는 18일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MBK는 2005년 설립된 국내 사모펀드로 출자자들도 국내와 세계 유수의 연기금과 금융기관"이라며 "중국계 자본이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이 '울산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울산지역 경제, 대한민국 경제에 이바지하는 기업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경영권 분쟁이 여론전으로 전환된 만큼 전략을 수정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최 회장에게 배임과 주가조작 관여, 선관주의의무 위반, 상법 위반, 일감 몰아주기 등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며 법적 리스크를 덧씌운 게 대표적이다. 현재 영풍과 MBK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려아연의 회계장부 등에 대한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최 회장 개인에 대한 핀포인트 공세를 통해 급격한 여론 반전을 꾀하겠단 계획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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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P '빅컷' 단행한 美 연준, 글로벌 금리 인하 시대 본격화

0.5%P '빅컷' 단행한 美 연준, 글로벌 금리 인하 시대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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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에 금리 인하 
점도표 공개하며 '연내 0.5%P 추가 인하' 예고
영국, EU, 캐나다 등도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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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다. 2020년 3월 이후 4년 6개월 만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으로 인플레이션이 안정되는 가운데 노동시장과 경기 냉각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면서 유럽, 영국, 캐나다를 포함해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도 본격적으로 보조를 맞추게 됐다.

美 연준, 정책금리 4.75~5.00%로 인하

18일(현지 시각)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5.25~5.5%에서 4.75~5.0%로 0.5%포인트 인하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2020년 3월 이후 4년 6개월 만이다. 빅컷을 단행한 것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한 긴급 금리 인하를 제외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앞서 연준은 2022년 3월 기준금리를 0.25%에서 0.5%로 올린 이후 인상을 거듭하며 지난해 7월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5.25~5.50%까지 금리를 올렸고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는 8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FOMC는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 가능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확신을 얻었다"며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대한 리스크가 대략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빅컷은 만장일치에 의한 결정은 아니었다. 투표에 참여한 위원 12명 중 11명이 빅컷에 찬성했다. 나머지 한 명은 연준 내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꼽히는 미셸 보우먼(Michelle Bowman) 이사로 0.25%포인트 인하에 투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의 결과 발표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향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정책을 더욱 적절하게 재조정할 때가 됐다"며 "지금이 그 과정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수조 달러의 국채가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되던 시대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 ‘초저금리 시대’가 사실상 다시 오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연준이 금리 인하 시대로 전환했으며 파월 의장의 발언은 더 많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은 이날 향후 기준금리를 예측할 수 있는 점도표도 공개했다. 연준이 제시한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는 기존 5.1%에서 4.4%로 떨어졌다. 이는 올해 안에 0.5%포인트 추가 인하를 예고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경제전망 요약(SEP)에는 FOMC가 서두르고 있다는 내용이 없다"며 "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더 느리게 갈 수도 있다"고 말해 향후 점진적 인하를 시사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하 결정을 새로운 금리 인하 속도(new pace)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통화정책 재조정해 고용시장 강세 유지

연준은 빅컷을 단행한 주요 원인으로 고용시장 유지를 꼽았다. 파월 의장은 "임금 상승률이 하락하는 등 노동시장이 냉각됐다"며 "통화정책의 재조정이 고용시장의 강세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자리가 최근 몇 달간 하락했기 때문에 노동시장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며 "노동시장이 강할 때, 즉 정리해고가 나타나기 전에 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파월 의장은 "현재 경기침체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경기 지표는 없다"며 "경제 성장률은 견조하고 노동시장도 굉장히 견고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연준의 설명과 달리 최근 지표에서는 하방 리스크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3.5% 수준이던 미국의 실업률은 최근 4.2%까지 올랐다. 이에 연준은 실업률 전망치를 기존 4.0%에서 4.4%로 상향했다. 아울러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개월 전 2.1%에서 2.0%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연준의 이번 금리 인하가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란 분석이 나오면서 이날 뉴욕 증시의 주요 3대 주가지수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18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0.25% 하락한 4만1,503.1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29% 내린 5,618.26에, 나스닥지수는 0.31% 하락한 1만7,573.30에 장을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는 연준의 빅컷 단행 소식에 장 중 한때 사상 최고치까지 올랐지만, 장 마감 전에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빅컷 결정이 오히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이 "공격적인 금리 인하가 경기침체로 인한 결정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종식시키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CNBC는 "큰 폭의 금리 인하가 연준이 잠재적인 경기 부진에 대비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만들었다"며 "여기에 FOMC를 앞두고 선반영된 차익실현 매물도 장 후반부에 쏟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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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자금 이동, 엔 캐리 청산 재현 경계

국제 투자 자금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하로 은행에 돈만 넣어둬도 5% 넘는 이익을 손쉽게 얻는 시대가 끝남에 따라 투자자의 투자 포트폴리오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머니마켓펀드(MMF)나 양도성예금증서(CD)에 현금을 넣어두고 거의 무위험으로 5% 이상의 고금리를 누리던 투자자가 대거 움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간 미국에서는 고금리에 힘입어 저축 계좌와 MMF에 수조 달러의 돈이 유입됐다. 미국 자산운용협회인 인베스트먼트 컴퍼니 인스티튜트(ICI)에 따르면 MMF에 유입된 개인 투자금은 연준 금리 인상 6개월 후인 2022년 9월 1조5,000억 달러(약 2,000조원)에서 지난주 2조6,000억 달러(약 3,500조원)로 급증했다. MMF의 총자금은 6조3,000억 달러(약 8,400조원)로, 최근 연준의 금리 인하가 확실시되던 시기에 자금이 더 몰렸다.

글로벌 금리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행태인 캐리 트레이드의 흐름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제로 금리였던 일본에서 엔화를 차입해 미국 증시의 기술주나 멕시코, 호주 등 고금리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했다. 이러한 방식은 엔화 약세가 전제된 상황에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강해야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 즉 시장 변동성이 커지거나 엔화가 절상되는 국면이라면 포지션을 청산하려는 흐름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일본은행은 연내 금리를 인상하고 미국은 금리 인하가 한두 차례 더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의 여건이 나빠지고 있다. 엔화도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16일 엔화는 미국의 빅컷 전망에 달러 대비 환율이 139엔대로 내려가며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뒤 현재 142엔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5일 발생한 '블랙 먼데이'처럼 이번에도 엔화 강세가 촉발되면 엔 캐리 트레이드 거래가 대거 정리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EU·캐나다 등 추가 금리 인하 예고

한편 유럽중앙은행(BCE), 영국중앙은행(BOE), 캐나다중앙은행(BOC) 등에 이어 연준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함에 따라 세계적인 금리 인하 흐름이 본격화한 분위기다. ECB는 지난 6월 역대 최고 수준이던 정책 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며 물가에서 고용으로 초점을 옮겼다. ECB는 12일에도 예금 금리를 연 3.50%로 0.25%포인트 내리는 등 정책금리를 추가 인하했다. 금융시장에서는 ECB가 10월은 건너뛰고 12월에 한 차례 더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은 지난 8월에 기준금리를 연 5.0%로 0.25%포인트 내리며 통화정책을 전환했고, 19일 통화정책회의에서 또다시 인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융시장이 BOE의 9월 금리 인하 확률을 전주 대비 15%포인트 오른 35%로 책정했다"며 "다른 나라의 금리 인하 추세를 따르지 않으면 파운드화가 더 절상되고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캐나다는 지난 4일 통화정책 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연 4.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BOC는 올해 6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며 2년 3개월 만에 피벗을 단행하는 등 연내 총 3회 인하했으며, 다음 달에도 추가 조정이 예상된다. 현재 캐나다는 성장 활기가 떨어지며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중앙은행 전망치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는 상황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한국은행은 부동산 시장 상황을 경계하며 금리 인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2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한다고 발표하면서 물가만 보면 인하 요건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통화위원 4명이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지난 10일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에서 대다수 위원들이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에 관해 우려를 내비친 만큼 향후 피벗은 대출 증가폭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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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4년 반 만에 금리 인하 확실시, 경기침체 우려에 '빅컷'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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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美 연준 의장, 한달 전 피벗 가능성 시사
18일 FOMC에서 0.5%포인트 인하 전망 우세
주요국 피벗 흐름에 한은도 금리 인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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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기준금리를 인하를 시사한 가운데, 18일(현지시간) 금리 인하폭이 결정된다. 시장에서는 물가상승률이 당초 연준이 목표한 2%대로 향하는 상황에서 고용지표의 부진과 경기침체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빅컷(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역대 최장기간 금리를 동결 중인 한국은행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파월 의장 "조정의 시간이 왔다", 인하 가능성 시사

오는 18일 미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정책금리를 결정한다. 파월 연준 의장이 이미 지난달 23일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해 "정책 조정의 시간이 왔다"며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시사한 만큼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 금리 인하 폭을 두고는 0.25%포인트와 0.5%포인트 사이에 이견이 있지만 어느 쪽이든 2022년 3월 시작된 금리 인상 기조는 2년 6개월여 만에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연준은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려 왔다. 2022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부양책과 공급망 교란 등의 영향으로 물가가 치솟으면서 당시 3월 소비자물가(CPI)는 1981년 이후 가장 높은 8.5%를 기록했다. 이에 연준은 물가 안정을 위해 빠르게 금리를 인상했다. 2022년 3월 0.00~0.25%였던 기준금리는 2023년 7월 5.0~5.5%까지 오르며 2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준금리가 5%포인트 오르는데 채 1년 반이 걸리지 않았다.

금융시장에서는 올해 남은 두 번의 FOMC에서 적어도 한 번은 빅컷이 나올 가능성 제기된다. 경기침체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방어 차원도 있지만 물가 둔화 기조가 지속되면서 현재의 제약적인 금리 수준을 유지할 필요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제반 경제지표의 흐름을 고려할 때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빅컷을 단행할 확률은 지난달 25%에서 이달 17일 67.0%까지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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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7월 31일 기준금리와 관련해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영국·EU 등 전 세계 피벗 행렬, '긴축의 시대' 막 내려

연준이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파급효과는 전 세계로 미치게 된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중앙은행(BOE)에 이어 연준마저 피벗에 동참함으로써 ‘긴축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금리 인하 행렬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피벗은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숨통을 틔워주는 효과가 있다”며 "이미 정책금리를 낮춘 스위스, 스웨덴에 이어 캐나다, 뉴질랜드 나아가 중국까지 세계적인 통화정책 완화 흐름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앞서 ECB는 올해 6월 3대 정책금리를 모두 0.25%포인트 내린 데 이어 지난 12일 3개월 만에 예금금리는 0.25%포인트, 레피(Refi)금리와 한계대출금리는 각각 0.6%포인트씩 인하했다. BOE는 지난달 초 금리를 5%로 0.25%포인트 내리며 팬데믹 후 처음으로 금리 방향을 바꿨고, 스위스 중앙은행은 올해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며 서방 중앙은행 중 가장 먼저 금리를 내렸다. 캐나다 중앙은행도 지난 6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2차례 더 기준금리를 낮췄다.

글로벌 통화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JP모건에 따르면 통화국별로 차이가 있지만 통상 연준의 금리 인하는 달러 강세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아시아 경제권의 경우 연준의 금리 인하가 가시화된 지난 7~8월 한국 원화, 태국 바트화, 말레이시아 링깃화가 급등했고 중국 위안화는 달러화 대비 하락 폭을 회복했다. 안전 자산인 엔화는 2025년 말까지 미국 금리에 대한 할인율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올해 들어 성장에 대한 우려로 주춤했던 아시아 주식시장도 미국의 금리 인하로 경제활동이 활성화되는 조짐이 나타난다면 랠리가 재개될 수 있다. 다만 이번 금리 인하가 연착륙이 아닌 경기침체의 시그널로 해석될 경우엔 아시아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전 세계 증시는 8월 초 미국 일자리 지표가 부진하게 나타난 후 엔화 급등까지 겹치면서 3일 새 6% 이상 폭락했다. 특히 닛케이 지수는 엔화 강세와 일본의 금리 상승으로 7월 최고치에서 10% 이상 하락했다.

한은, 부동산·가계부채 상황 경계하며 금리 인하 모색

글로벌 피벗 기조에 한국은행도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경계하며 금리 인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지만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만 보면 인하 요건을 갖췄다"며 "위원 중 4명이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지난 10일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위원들은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에 관해 우려를 내비쳤다.

이 총재가 언급한 물가 상황을 보면,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 상승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7월 6.3%로 정점을 찍은 이후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2년여 만에 한은과 정부의 목표 지점인 2%에 안착한 것이다. 또 다른 변수인 환율도 최근 안정세를 보인다. 한때 1,400원 선을 위협했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330원 수준까지 내려왔다. 절대적인 수치 자체는 여전히 높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에 안정세를 되찾는 모습이다.

문제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세다. 실제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9조3,000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가장 큰 폭(8조2,000억원)으로 불어났다. 한은이 금리 인하를 두고 부동산발(發) 가계부채 급증을 경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섣부른 금리 인하가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다. 이 때문에 집값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실히 잡히지 않을 경우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이 10월이 아닌 11월로 밀릴 수 있다는 전망도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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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매수청구 규모가 변수" 두산에너빌리티 인적분할, 주주 반대 넘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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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위기의 두산에너빌리티 인적분할, 주주 반대 몰리면 뒤집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새 증권신고서,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하라"
회복되지 않는 시장 여론, 그룹株 주가도 줄줄이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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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사업 개편의 첫 단추인 두산에너빌리티 인적분할 계획이 위기를 맞이했다. 소액주주와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지배구조 개편 계획의 성패를 좌우할 거대 변수로 떠오르면서다. 지난 7월 정정신고서 제출 요청 이후로 본격화한 금융감독원의 압박 역시 사업 개편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 '변수'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 11일 두산그룹 사업구조 개편 발표일 다음 날인 7월 12일부터 9월 11일까지 거래된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은 3,309만 주(전체 주식 수의 51.6%)다. 해당 기간에 거래된 주식은 이번 두산그룹 개편안에 별다른 영향을 미칠 수 없다. 두산 측이 지난 7월 11일까지 취득한 주식에 한해 주식매수청구권(주당 2만890원)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 등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에 반대하는 주주가 소유한 주식을 회사에 매입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의 1·2대 주주인 ㈜두산(및 특수관계인, 지분 30.7%)과 국민연금(6.9%)의 지분을 제외한 유통 물량은 전체 주식 수의 약 62.4%다. 7월 12일 이후 발생한 거래 중 중복 거래가 있을 것을 고려하면 현재 주식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는 최소 11%(62.4%-51.6%) 수준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두산에너빌리티 인적분할에 반대표를 던질 수 있는 소액주주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는 의미다.

만약 11%의 소액주주와 2대 주주인 국민연금(6.9%)이 주당 2만890원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접수될 수 있는 매수청구 규모는 최대 2조3,000억원에 육박하게 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매수청구 규모가 커지게 되면 두산에너빌리티 인적분할을 통해 1조2,000억원 규모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두산그룹의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며 "두산에너빌리티가 설정한 주식매수청구권 한도가 6,000억원에 그치는 만큼, 합병 계획안을 수정해야 하는 부담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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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압박

최근 이어지는 금융감독원의 압박 역시 기업구조 개편의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7월 15일 금융감독원은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합병’ 및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증권신고서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 정정 제출을 요구했다고 공시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감원은 △증권신고서의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 △중요 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는 경우 △중요 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않은 경우 △중요 사항의 기재나 표시 내용이 불분명한 경우 등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할 수 있다.

주주들의 반대와 당국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두산로보틱스는 지난달 29일 두산밥캣과 포괄적 주식 교환 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두산로보틱스 측은 “양사의 포괄적 주식 교환의 필요성 및 적절성과 관련한 주주 설득 및 시장 소통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주 및 시장의 부정적 의견이 강한 상황”이라며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한 시너지가 존재해도 현시점에서 이를 추진하지 않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사업 구조 개편 방안에서 주식 교환을 배제하고,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간 분할 합병에 힘을 싣겠다는 구상이다.

이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개편 작업 일부 철회 결정에 대해 “주주와의 적절한 소통이 부족해 오해를 가져올 수 있었던 전형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 원장은 “사업 모양이 많이 바뀐 만큼 (두산이 새로 제출할) 증권신고서도 많이 바뀐 형태로 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두산이 새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때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수렴된 상태에서 마무리되기를 바란다”고 발언했다.

미끄러지는 두산그룹株

두산의 사업구조 개편안을 둘러싼 시장 잡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두산그룹 산하 기업들의 주가는 줄줄이 추락하는 추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배구조 개편 방안이 발표되기 이전인 지난달 11일 24만1,500원 수준이었던 두산의 주가는 12일 종가 기준 16만100원까지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하락세를 보인 점을 고려해도 상당히 부진한 성적이다.

다른 계열사도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달 11일 8만5,300원(종가)에서 다음 날인 12일 장중 10만9,300원까지 뛰었던 두산로보틱스는 이달 12일 6만6,800원에 장을 마쳤다. 두산밥캣의 주가도 지난달 11일 5만2,000원에서 12일 장중 5만9,500원까지 급등했지만, 전날 4만850원 선까지 미끄러졌고, 두산에너빌리티 주가 역시 지난달 11일 2만1,850원을 기록한 이후 연일 하락세를 보이다가 전일 1만7,710원까지 내렸다.

두산그룹주 전반이 증시에서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두산 측의 무리한 지배구조 개편 시도가 기업 이미지를 크게 훼손했다는 평이 흘러나온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시장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취지에 맞지 않고, 소액주주를 배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며 "여론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만큼,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인적분할에 반기를 들고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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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백기사 자처한 MBK,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경영권 박탈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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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개입한 MBK, 영풍 손잡고 공개매수 나선다
MBK-영풍, 고려아연 측에 '자기주식 취득 불가' 가처분 신청 내기도
공개매수에 적극적인 MBK, 시장서 "PEF 도입 취지와 정반대 행보" 비판
MBK_yungpoong_FE_20240913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영풍의 지원군으로 등판했다. 이들은 고려아연 지분 52%를 매수해 의결권을 확보한 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고려아연 측이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없도록 가처분 신청도 낸 상태다. 자본시장법을 활용해 고려아연의 경영권 방어책을 무력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풍 손잡은 MBK, 내달 4일까지 고려아연 공개매수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장형진 영풍 고문과 함께 내달 4일까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선다. 공개매수 단가는 전날 종가 55만6,000원에 18.7%의 프리미엄을 얹은 주당 66만원이다. MBK파트너스는 전체 영풍 발행 주식 중 7.0~14.6%가량을 공개매수할 계획이며, 이에 따른 투입 자금은 총 9,537억원~1조9,964억원이 될 전망이다.

공개매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MBK와 장씨 일가의 지분율은 기존 33.13%에서 최소 40.13%, 최대 47.73%까지 늘어난다. 여기에 자사주 등 의결권이 없는 지분을 제외하면 지분율은 최대 52%까지 확대될 수 있다. 과반을 확보해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MBK가 영풍 및 오너 일가 지분에 대한 콜옵션을 갖고 있는 만큼, 이후 고려아연의 경영권은 MBK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예기치 못한 상황을 대비한 차선책도 마련했다. MBK는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기간 영풍정밀 주식도 주당 2만원에 최대 684만801주(43.43%) 공개매수하기로 했다. 영풍정밀이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 회사 경영권을 장악할 시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을 그만큼 더 확보할 수 있단 계산이다. 이를 통해 MBK는 정씨 일가 보유 지분(21.25%)과 합산해 총 64.68%의 지분율을 확보할 수 있다.

'한 지붕 두 가족' 고려아연-영풍, 2022년 기점으로 각자 노선 심화

당초 영풍과 고려아연은 지난 70년간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한 지붕 두 가족' 경영을 이어왔다. 장씨 일가가 지배회사인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를,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을 맡는 방식으로 분업화를 이뤄 상호 협력 관계를 유지한 것이다.

동맹이 무너지기 시작한 건 지난 2022년의 일이다. 그해 7월 강성두 영풍 부사장은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을 3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익금불산입률 상향 정책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세법은 이중과세를 조정하기 위해 기업이 자회사로부터 배당금을 받으면 일정 비율을 익금불산입하도록 한다. 회사는 수익을 익금으로 산입하지 않는 만큼 납세액을 줄일 수 있다. 당시 기재부안에 따르면 자회사 지분율이 30% 미만일 경우 익금불산입률이 30%인데, 30% 이상~50% 미만이 되면 익금불산입률이 80%까지 높아졌다. 2021년 말 기준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율이 29.35%(자사주 제외)가량이었던 만큼 무난한 지분 확대가 가능할 것이란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풍의 주식 매입 계획은 진행되지 않았다. 고려아연이 한화 및 현대차를 상대로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영풍의 지분율을 떨어뜨린 탓이다. 고려아연은 2022년 8월 한화의 해외법인을 대상으로 보통주 99만3,158주를 발행했고, 지난해 현대차 해외법인에 104만5,430주를 발행했다. 전체 주식 수가 늘면서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6.11%까지 하락했다. 물밑에서 양사 간 기싸움이 벌어진 셈이다.

이후 이들의 '각자 노선'은 점차 심화했다. 고려아연은 그간 영풍과 함께 진행했던 원료 공동구매 및 영업활동, 황산 취급 대행 계약 등을 끊으며 영풍과의 '거리 두기'에 나섰다. 지난 3월엔 함께 근무했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에서 나와 본사를 서울 종로 그랑서울빌딩으로 이전했고, 그룹의 비철제품 수출 및 원재료 구매를 담당 계열사인 서린상사 이사회에 내부 인원들을 배치해 경영권을 가져오려는 시도도 이어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호 지분 관리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2022년 자사주를 LG화학·한화와 맞교환함으로써 우호 지분 3.17%를 확보한 것이 대표적이다. 자사주 4.35%를 트라피구라·한국투자증권·모건스탠리에 처분하기도 했다. 이들에게 매각된 자사주는 모두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분류된다. 이어 지난해 9월엔 현대차그룹도 우호 주주로 확보했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공동 투자해 설립한 HMG글로벌이 고려아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5%를 인수한 것이다. 사실상 최 회장이 현대차그룹을 백기사로 끌어들였다는 게 재계의 해석이다.

다만 앞으로는 최 회장도 적극적인 경영권 방어에 나서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MBK가 고려아연의 법적 리스크를 확대하는 묘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MBK와 영풍은 13일 공문을 내고 "공개매수 기간 영풍의 특별관계자인 고려아연이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자본시장법 제140조 별도매수금지의무를 위반할 뿐만 아니라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주식시세 조종 행위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고려아연은 장 고문을 총수로 하는 대기업 집단에 속해 있다. 자본시장법 제140조에 따르면 공개매수자 및 그 특별관계자는 공개매수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주식을 매수할 수 없다. MBK의 공개매수 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고려아연은 지분을 매입할 수 없단 의미다. 자본시장법을 앞세워 고려아연의 손발을 묶음으로써 승률을 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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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행보에 일각선 비판 여론, "행동주의 포문 열었나"

MBK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시장에선 "지배구조 개선을 명목으로 대기업을 향한 행동주의 포문을 연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지배구조 개선이 목적이라기엔 지나치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MBK가 경영권 분쟁에 개입한 게 처음이 아니기도 하다. MBK는 지난해 12월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과 손잡고 한국앤컴퍼니 지분 공개매수에 나선 바 있다. 발행 주식(9,493만5,240주) 중 최소 20.35%(1,931만5,214주) 에서 최대 27.32%(2,593만4,385주)를 매입하겠단 계획이었다. 최종적으로 목표치 달성에 실패하긴 했으나, 매수 목표 수량을 채우는 데 성공했을 경우 MBK가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었을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공개매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공개매수를 통해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 커넥트웨이브의 지분 86%를 확보한 게 대표적이다. MBK는 커넥트웨이브 지분 확보 이후 상법상 지배주주의 매도청구권과 주식의 포괄적 교환, 합병 등을 통해 상장폐지에 나설 것이라고 공시했다. 주식의 포괄적 교환은 완전자회사가 되는 회사의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완전모회사에 이전하고 그 대가로 모회사의 주식이나 현금을 받는 것을 뜻한다.

이렇다 보니 시장 일각에선 MBK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MBK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주주가치 극대화'를 기조로 내걸었지만 실제론 기업 간 갈등의 틈새를 파고들어 단기 차익을 좇는 '머니 게임'을 하고 있다"며 "장기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실물경제 성장을 지원한다는 PEF 도입 취지와는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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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건전성 악화에 200억원 영구채 발행한 이수건설, 이자 부담 커 추가 조달은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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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건설 지난해 영업손실 415억원, 부채비율 817% 기록
이수화학 지원 사실상 불가능, 결국 영구채 발행 나서
침체하는 건설 회사채 시장, 영구채 발행 금리도 상승 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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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문제에 직면한 이수건설이 영구채 발행에 나섰다. 뒷배 역할을 하던 이수화학이 덩달아 침체에 빠지면서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다. 다만 이자비용 부담이 너무 커 추가 자금 조달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의 기초 현금이 부족한 만큼 당장의 이자비용을 지출하는 것만으로 재정 악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수건설 영업손실 4,522% 급증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이수건설의 매출액은 5,388억원으로 전년 4,671억원 대비 15.3% 증가했다. 반면 영업손실은 415억원을 기록해 전년 9억3,000만원보다 4,522% 급증했다. 이수건설의 매출액과 영업손실액이 반비례를 이룬 건 고질적인 원가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탓이다. 지난해 이수건설의 매출원가율은 5,497억원으로 매출액의 102%에 달했다. 2022년 매출원가율이 93%였음을 고려하면 1년 새 약 10%가량이 증가한 셈이다.

부채비율도 해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최근 3년간 이수건설의 부채비율은 ▲2021년 297% ▲2022년 361% ▲2023년 817%였다. 매입채무와 장·단기차입금이 급증한 것이 원인이다. 이수건설의 매입채무는 2022년 584억원, 2023년 913억원으로 1년 새 56.2% 늘었다.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563억원으로 전년 137억원 대비 무려 311%나 증가했고, 장기차입금 규모 역시 지난해 251억원으로 전년보다 30.2% 커졌다.

200억원 영구채 발행, 30년물에 금리 연 8.5%

이런 가운데 시장에선 그간 이수건설의 뒷배 역할을 해 온 이수화학이 이번에도 지원을 이어갈지 여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수화학은 2009년 이수건설을 인수한 이후 2013년까지 이수건설에 1,760억원을 출자했다. 2018년과 2021년에도 각각 600억원, 700억원을 출자했다. 특히 2018년엔 출자금 마련을 위해 서울 반포의 본사 사옥을 매각하기도 했다. 이수건설에 대한 출자 금액을 합하면 약 3,000억원가량으로, 이수화학의 시가총액(1,904억원)보다 큰 규모다.

다만 앞으론 이수화학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팽배하다. 이수건설의 자금난이 장기화하면서 이수화학의 부담도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분기까지 이수건설 차입금에 대한 이수화학의 지급보증 규모는 890억원이었다. 과도한 재무 지원으로 부담이 커지면서 등급 전망도 하향 조정됐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6월 이수화학의 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하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수건설은 자구책 마련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난 10일 2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한 게 대표적이다. 영구채는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식되고 차환에 활용될 경우 부채 축소 효과를 함께 누릴 수 있어 재무 안정성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이번에 발행된 영구채는 30년물로 오는 2054년 9월 만기가 도래한다. 최초 이자율은 8.5%이며, 발행일로부터 5년이 지난 시점부터 3%씩 이자율이 가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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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비용 부담 확대, 저금리 영구채 발행은 사실상 불가능

문제는 이자비용 부담이 큰 탓에 영구채를 활용한 자구책 마련도 어려워졌단 점이다. 이수건설은 지난해에도 영구채 발행을 단행한 바 있다. 당시 이수건설은 800억원 규모 30년물 영구채를 발행해 이자비용으로 28억원을 지출했다. 이에 따라 회사의 연간 이자비용은 2022년 34억원에서 지난해 62억원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의 보유 현금이 252억원가량이었으니 이번 영구채 발행으로 인한 이자비용을 감당하는 것도 버거울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 건설 회사채 수요가 하락하면서 금리가 높아지고 있단 점도 악재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HL D&I 한라는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회사채 700억원 발행을 위한 수요 예측을 진행했으나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했다. 최대 연 8.5%의 고금리를 제시했음에도 수요가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시공능력평가 28위의 중견사 한신공영은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며 연 9.5%의 금리를 내놓기도 했다. 한신공영 관계자는 "지난해 회사채 발행을 타진했으나 당초 목표치에 한참 모자란 바 있다"며 "회사채 흥행을 위해 특정 개인이나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고금리를 보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저금리에 회사채 발행을 성공한 경우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현대건설은 지난 1월 연 4.1~4.4% 금리의 회사채 수요 예측에서 당초 목표액 1,600억원의 4배가 넘는 6,85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은 바 있다. 같은 달 SK에코플랜트도 5.4~5.8% 정도의 금리로 7,00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았고, 4.7% 금리의 롯데건설 회사채 수요 예측엔 3,440억원이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그룹사가 탄탄한 대형 건설사인 만큼 불확실성이 높은 중견사 수준인 이수건설과는 환경 자체가 다르다.

중견사 중에서도 4.2~7.3%의 저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한 KCC건설의 사례가 있긴 하나, 이는 본사 사옥을 담보로 조달 금리를 낮춘 결과다. 이수화학의 조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담보를 내놔 리스크를 높이는 건 자충수가 될 우려가 있다. 결국 이수건설이 이 방안을 택할 가능성은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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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붙는 '부실 PF 사업장' 경·공매, 관건은 매물 소화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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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전체 부동산 PF 사업장 10곳 중 1곳은 '구조조정 대상'
이달부터 경·공매 본격 진행, 분양 얼어붙은 지방 유찰 우려
"6개월 내로 부실 사업장 정리하라" 상호금융권 옥죄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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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들의 재구조화 및 경·공매 움직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지난 8월 금융감독원이 PF 사업장의 9.7%가 구조조정 대상이라는 평가를 내놓은 가운데, 이달부터 13조5,000억원 규모 PF 사업장 경·공매 물량이 속속 시장에 나오며 시장 내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분양 수요가 말라붙은 지방 사업장 등에서 유찰이 반복되며 사업장별로 경·공매 수요가 양극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PF 사업장 9.7%가 구조조정 대상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부실 PF 사업장들의 재구조화 움직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엄격한 사업성 평가 및 구조조정 압박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 개발업계 관계자는 "최근 강남권 등 사업성이 좋은 지역을 중심으로 재구조화 사업장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당국이 사업성 평가를 통해 (PF 사업장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지시한 만큼, 시장 역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8월 금융감독원이 부실 우려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한 1차 사업성 평가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1차 평가 대상 중 사업 정상화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는 '유의'와 추가 사업 진행이 곤란한 '부실 우려' 등급의 PF 위험노출액(익스포져)는 21조원에 달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금융권의 총 익스포져는 216조5,000억원 수준이다. 사실상 전체 부동산 PF 사업장 10곳 중 1곳(9.7%)이 '구조조정 대상'인 셈이다.

금융당국은 차후 1차 사업장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부실 우려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사업성 평가에서 유의 등급으로 분류된 사업장은 사업 재구조화 또는 자율 매각 계획을 제출해야 하며, 부실우려 등급으로 분류된 사업장은 상각 또는 경·공매를 통한 매각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경·공매 매물 소화 원활할까

추후 관건은 경·공매에 나온 매물이 시장에서 원활하게 소화될 수 있을지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경·공매에 부쳐진 매물 가격이 50~60%선까지 하락할 시 사업성이 개선되며 매수 수요가 일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는 "매물 가격이 50~60% 수준까지 내려가면 전반적인 분양가가 낮아지며 사업성이 개선된다"며 "이 경우 향후 부동산 시장의 회복 가능성을 고려한 수요자들이 토지 확보를 위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이라고 밝혔다.

한편에서는 경·공매 매물이 '상급지'와 '하급지'로 나뉘며 수요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입지·용도 등의 방면에서 경쟁력이 부족한 매물들은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한 시행업계 관계자는 "사업성은 결국 분양 시장 상황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문제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제외한 분양 시장 전반이 침체 상태라는 점"이라며 "지방 경·공매 매물들은 유찰을 반복하며 새 주인을 찾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최근 지방 분양 시장은 쌓여가는 미분양 매물로 인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 7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7만1,822가구) 중 지방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80.5%(5만7,833가구)에 달했다. 소위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달 말 전국 기준 1만6,038가구 수준이었으며, 이 중 지방 물량은 81.9%(1만3,138가구)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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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금융권, 당국 압박에 '비명'

일각에서는 신속한 PF 정상화를 주문받은 상호금융권 등이 경·공매 수요 양극화로 사업장 정리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 9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신협·새마을금고·농협·수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 중앙회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문제의 신속한 해결이 급선무”라며 “부실 우려 사업장은 자체적으로 마련한 계획에 따라 6개월 내에 정리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6개월'이라는 구체적 기한을 언급하며 상호금융권을 압박하고 나선 것은 상호금융이 금융권에서 부실 사업장 물량이 가장 많은 업권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상호금융권의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54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유의 또는 부실우려 등급으로 구분된 구조조정 대상 사업장은 9조9,000억원 규모이며, 경·공매로 처분해야 하는 사업장 규모는 6조7,000억원 수준이다.

IB(투자은행)업계에서는 상호금융권의 부실우려 사업장이 6월 기준 가치의 80~90% 수준으로 정리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시장의 매수 수요가 얼어붙을 경우, 사업장의 가치가 시장 기대를 크게 밑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은 금융권에 1개월 주기로 6개월 내 PF 사업장 공매를 완료하라고 주문했다"며 "첫 경·공매에서 유찰되면 1개월 이내에 직전 회 최종 공매가보다 10% 낮게 가격을 책정해 다시 매각해야 한다. 유찰이 반복되면 사업장의 매각가가 순식간에 미끄러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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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증권 법제화 카운트다운, 새 먹거리 등장에 증권업계 기대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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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STO 법제화 위해 자본시장법 등 관련법 개정 추진
법제화 가능성 높아지자, 예탁원·코스콤 사업 준비 나서
증권사들도 공동 플랫폼 개발 등 '합종연횡'하며 선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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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토큰증권(ST, Security Token) 관련 법안이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를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법 개정을 준비 중인 여야 의원이 공동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법안에 대한 견해차가 크지 않은 만큼 국회 통과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토큰증권발행(STO) 법제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자 증권사와 유관기관들은 관련 신사업 준비를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증권가에 새 시장이 열리는 만큼 수익 창출에 대한 기대가 높은 분위기다.

증권업계, 플랫폼 개발·협의체 발족 등 준비 박차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달 증권사와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 등 총 24곳이 참여하는 STO 플랫폼 구축 협의체를 구성하고 킥오프 회의를 진행했다. 해당 협의체는 STO 시장 참가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협조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에서 출범했다. STO는 부동산·미술품·한우 등 기존에 투자자가 쉽게 접할 수 없던 실물자산을 담보로 암호화폐를 발행해 증권처럼 거래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자산에 대한 투자자의 접근성이 제고되는 효과가 있다.

예탁원은 현재 STO 법제화에 대비해 테스트베드 플랫폼 구축을 추진 중이다. 예탁원은 지난 2~6월 STO 기능 분석 컨설팅을 진행해 총량(발행·유통 수량) 관리 업무 정의와 프로세스·연계 기능을 설계했고, 오는 11~12월 시스템 연계와 발행·계좌 대체·총량 관리 기능을 검증, 내년 2월부터는 검증 결과를 보완해 총량 관리 전체 기능을 테스트할 계획이다. 코스콤도 지난해 키움·대신·유안타·IBK투자·BNK투자증권과 협약을 맺고 현재는 공동 플랫폼 개발을 끝마친 상태다.

증권사들 역시 STO 초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합종연횡하며 법제화 이후 추진할 신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토큰증권 워킹그룹을 발족해 하나증권과 함께 플랫폼을 구축 중이며,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토스뱅크와 STO 인프라 구축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다. KB·NH·신한투자증권은 ST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유진투자증권도 자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에서 작동할 수 있는 자체 STO 플랫폼을 개발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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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출처=금융위원회

여야,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 발의 추진

국회도 STO 법제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조만간 21대 국회에서 임기 종료로 폐기됐던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할 예정이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STO와 유통 시장 활성화를 위한 법안을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에는 김재섭 의원과 민병덕 의원이 공동으로 '토큰증권 활성화를 위한 정책 세미나'를 개최하고 업계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는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참석해 정부 측 의견을 전달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2월 금융위가 발표한 '토큰증권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의 시행을 위한 후속 조치다. 부동산, 미술품 등 실물자산을 블록체인상 토큰으로 발행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상 증권과 동일한 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업계에서는 현재 정부와 여야 간 큰 이견이 없는 만큼, 22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것이란 기대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김 의원 측도 “필요성이 큰 법안인 만큼 최대한 서둘러 발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22대 국회에서 재발의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난해 7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했다 폐기된 법안으로, 토큰증권의 자유로운 유통을 허용하고, 장외시장에서 증권을 유통하는 '장외거래 중개업'에 대한 근거 규정을 담았다. 장외거래를 하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일반투자자의 투자 한도를 제한하는 규정도 포함했다. 하지만 당시 정무위는 법안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토큰증권이란 새로운 자산에 대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가치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하며 논의가 길어졌다.

토큰증권을 금융 인프라의 문제로 보고 보다 체계적으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학계 지적도 있었다. 우선은 토큰증권 유통과 장외거래 중개 제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토큰증권과 다른 비상장증권을 거래할 수 있는 통일된 장외거래 규제 원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또한 가상자산법 시행과 관련해 토큰증권의 증권성 심사를 자율규제로 넘기고, 정부는 증권성을 판별할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함으로써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2030년 시총 367조원, 6년 새 10배 이상 성장 전망

이렇게 STO의 법제화와 관련한 여러 의견이 있지만 여야는 이미 증권사가 플랫폼 구축 등 사업화에 자금을 투입한 만큼 STO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법 개정을 우선 추진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도 투자계약증권이나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STO 사업 추진이 가능하나, 증권을 발행하거나 관리하는 데 법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부분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고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가 높아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답보 상태였던 법제화가 이뤄지면 전자증권을 활용해 간편하고 편리하게 사업을 전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미술품 등 다양한 실물자산뿐 아니라 저작권, 특허·지식재산권(IP) 같은 무형자산의 증권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기존에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적용을 받던 조각투자 시장으로, 전문가들은 조각투자 시장을 통해 개별 투자가 어려웠던 고가의 실물자산이 투자시장으로 편입되면 다양한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한다. 일반투자자 입장에서는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고 다양한 형태의 자산을 다룰 수 있어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물리적·시간적 제약을 받지 않고 매우 작은 단위의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법제화를 통해 토큰증권이 제도권에 안착하면 STO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STO 시장의 규모는 올해 34조원에서 2026년 119조원, 2030년 36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블록체인을 전통 금융시장과 결합하는 등 다양한 탈중앙화 방안이 시도되면서 BTC 선물, 디파이, 장외거래(OTC), 커스터디, 메타버스, 웹3 등 다양한 관련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STO 시장 규모도 2022년 3,000억 달러(약 370조원)에서 2030년 4~5조달러(약 5,200~6,500조원)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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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동 걸린 우리금융지주 M&A, 다음 달 금융감독원 정기검사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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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우리금융지주 정기검사 일정 앞당겨
부당대출 리스크에 발목 잡힌 우리금융, 종합평가등급 하락 우려
인수 자격 상실할 경우 법적 분쟁 발생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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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의 동양생명·ABL생명의 인수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금융감독원이 다음 달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진행할 정기검사가 막대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기검사 과정에서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3등급 이하로 하락할 경우, 우리금융지주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금감원, 내달 우리금융 정기검사 착수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다음 달 중 은행검사국 3곳 중 2곳의 인력을 투입해 우리금융 및 우리은행 정기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불거진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부당대출 의혹 등을 고려, 내년으로 예정돼 있던 정기검사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원래 우리금융 검사를 담당하는 곳은 은행검사1국으로, 은행검사국 2곳의 대규모 인력이 정기검사에 투입된다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일반적인 정기검사 대비 검사 강도가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

금융지주사 정기검사의 핵심은 경영실태평가다. 경영실태평가는 크게 △리스크 관리 △재무 상태 △금융지주회사 및 여타 자회사 등의 주력 자회사에 대한 잠재적 충격 항목으로 나뉜다. 금감원은 각 항목을 세부 부문별로 평가한 뒤 △1등급(우수) △2등급(양호) △3등급(보통) △4등급(취약) △5등급(위험) 등 다섯 단계로 분류되는 종합평가 결과를 제시하게 된다. 

우리금융은 지난 2021년 정기검사 경영실태평가에서 종합평가등급 2등급을 받았다. 금융지주회사감독규정에 따르면 자회사 편입 시 금융지주사 및 자회사의 종합평가등급이 2등급 이상, 편입 대상 회사의 종합평가등급이 3등급 이상이어야 한다. 이번 정기검사에서 우리금융의 종합평가등급이 기존 대비 하락할 경우,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 인수 자격 자체를 상실하게 된다는 의미다.

20240812 wooribank

우리금융 '부당대출' 리스크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의 종합평가등급 하락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다.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이 경영실태평가 중 내부통제 평가에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및 관련 법인,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616억원 규모 대출(42건)을 실행한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이 중 350억원(28건)은 통상의 기준·절차를 따르지 않은 부당대출로 파악됐다.

이후 금감원은 검사 결과를 수사 기관에 통보했고, 우리은행 역시 관련 인물들을 고소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달 27일 손 전 회장의 처남 김씨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 이달 5일 김씨를 체포한 데 이어 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김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씨는 아내 명의의 회사 자금을 유용해 매입한 부동산 계약서를 위조, 인수 가격을 부풀려 부당대출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사태에 대한 현 경영진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를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임 회장 관련된 대출이 일어난 것은 과거의 일이기는 하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에 대응하는 방식을 볼 때 과연 발본색원할 의지가 있는지, 끼리끼리 나눠먹기 문화가 팽배했다는 의혹이 있는 조직에서 개혁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닌지, 그런 측면에서 결국은 매니지먼트(현 경영진)가 책임이 있지 않느냐”고 발언한 바 있다.

인수 무산이 초래할 혼란

이런 가운데 부당대출 리스크로 인해 실제 우리금융의 종합평가등급이 미끄러질 경우, M&A를 중심으로 추진해오던 우리금융의 비금융 사업 확장 전략은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우리금융은 5대 대형 금융사 중에서도 특히 비금융 포트폴리오가 빈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금융 전체 순이익 중 은행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90%를 웃도는 상황으로,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의 은행업 중심 수익 구조가 미래 성장 가능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지난해 3월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임종룡 회장은 취임 당시 “증권·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고 비금융 분야에서도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는 등 그룹의 사업 구조를 다각화할 것”이라며 “기존의 비은행 자회사들 역시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여 그룹이 균형 있는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적극적인 M&A 등을 통해 매출을 다각화하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한 것이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비금융 부문 M&A는 우리금융이 점찍은 미래 성장 동력"dl라며 "종합평가등급 하락으로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 인수 자격을 잃게 될 경우, 장기적인 성장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기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인수 불발이 다자보험과 우리금융의 '소송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자보험은 동양·ABL생명의 모회사였던 안방보험이 파산을 맞이한 이후 중국 당국이 자산 매각 및 구조조정 원활화를 위해 설립한 공기업이다. 중국 당국은 내년 중 다자보험의 사업을 정리하는 것을 목표로 올해 연말까지 동양·ABL생명의 매각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미 주식매매계약(SPA)이 체결된 현 상황에서 매각이 무산될 경우, 다자보험 측이 우리금융에 법적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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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일레븐 인수 재도전 나선 ACT, 일본 편의점 시장 침체 상황이 변수

세븐일레븐 인수 재도전 나선 ACT, 일본 편의점 시장 침체 상황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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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세븐일레븐 인수 계획 좌절, 세븐앤아이 "기업 잠재력 과소평가했다"
인수 재차 타진하는 ACT, 세븐일레븐 M&A로 미국 시장 장악 노리는 듯
일각서 낙관적 전망 나오지만 "반독점 규제 리스크는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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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세븐일레븐 운영사인 일본의 소매유통기업 세븐앤아이홀딩스가 캐나다 편의점 체인업체 알리멘타시옹쿠쉬타르(ACT)의 인수 제안에 거절 의사를 밝혔다. 최근 세븐앤아이의 주가가 인수 제안가를 넘어설 만큼 급등한 데다 M&A(인수합병)에 따른 반독점 규제 리스크도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라서다. 다만 ACT가 인수가를 높여 재논의를 이루겠다고 밝힌 만큼, 시장 일각에선 향후 세븐앤아이가 매각 쪽으로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세븐앤아이 "ACT 인수 제안, 기업 잠재력 과소평가한 것"

9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류이치 이사카 세븐앤아이 회장은 최근 세븐일레븐의 인수를 제안해 온 ACT 측에 인수를 거절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했다. 류이치 회장은 서한에서 "(ACT의 인수 제안은) 회사의 기업가치와 주주에게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독하게 과소평가한 제안"이라고 거절 이유를 전했다.

앞서 ACT는 지난 7월 세븐앤아이를 6조 엔(약 56조3,5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세븐앤아이가 발행한 보통주를 주당 14.86달러로 평가한 금액이다. ACT 입장에선 종전 주가 대비 20% 높은 수준에 인수를 제안한 것이지만, 최근 세븐앤아이의 주가가 인수 제안가를 뛰어넘을 만큼 급등하면서 세븐앤아이가 인수 제안을 받아들일 동기가 사라졌다. 세븐앤아이의 주가는 10일 2,182엔(약 2만원)에 장을 마감했다.

인수 제안이 거절되자 ACT는 "세븐앤아이가 논의에 참여하길 거부한 것에 실망했다"면서도 "인수에 필요한 현금 자금을 충분히 확보했고 서신을 보내 거래에 대한 관심을 다시 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수 자금을 현금으로 조달할 여력이 충분하며 당국의 승인을 확보하는 데 필요할 수 있는 분할 매각도 고려할 것"이라며 "양사가 협력하면 서로 동의할 수 있는 거래에 성공적으로 도달해 이를 완료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인수가를 높여 재논의를 이루겠단 의사를 강력히 전달한 것이다.

미국 시장 점유율 1위 세븐일레븐, ACT가 노리는 건

세븐일레븐은 미국에서 시작된 편의점 브랜드 중 하나로, 그 전신은 미국 텍사스 달라스 소재의 사우스랜드 아이스 컴퍼니(Southland Ice Company)다. 당초 이 회사는 얼음만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웠지만, 이후 계란, 우유, 빵 등 생활필수품을 함께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기틀을 닦았다.

일본 기업이 세븐일레븐을 인수한 건 1991년의 일이다. 편의점 사업이 성장하면서 세븐일레븐이 프랜차이즈 매장을 확장해 나가자 그 성장성을 꿰뚫어 본 일본의 슈머파켓 체인 업체 이토요카도가 세븐일레븐 모기업 지분 70%를 인수했다. 이후 이토요카도는 철저한 현지화 등 공격적인 전략을 통해 세븐일레븐을 글로벌 브랜드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고, 이내 사명을 세븐앤아이홀딩스로 변경했다.

이처럼 북미에서 일본으로 넘어간 세븐일레븐을 ACT가 재차 들여오겠다고 나선 것은 세븐일레븐이 미국 편의점 시장을 장악하는데 '키(key)'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세븐일레븐은 미국에서 태동한 뒤 오랫동안 미국에서 성장을 이뤄 온 만큼 미국 편의점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의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은 14.5%로 전체 중 1위다. 2위인 ACT(4.6%)와 10%p가량의 차이를 보일 정도로 압도적인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ACT가 세븐일레븐을 인수하면 ACT는 시장 점유율을 약 20%까지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다. ACT 입장에서 세븐일레븐은 포기할 수 없는 '대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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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편의점 시장 침체 가속, "세븐앤아이 결단 내릴 수도"

다만 시장 관계자들은 일본 편의점 시장이 침체하고 있단 점이 M&A 과정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일본 편의점들은 운영비 상승에 몸살을 앓고 있다. 계속되는 물가 상승으로 임대료와 전기세가 인상된 탓이다. 여기에 저출생·고령화 심화로 인건비가 상승하고 돈키호테 등 드럭스토어가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염가에 판매하기 시작하며 편의점만의 가격 경쟁력을 찾기 어려워졌단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렇다 보니 일본 편의점 매장 수도 감소 추세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일본프랜차이즈협회의 편의점 통계 월보에 따르면 지난 3월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 미니스톱 등 7개 편의점 브랜드의 일본 내 점포 수는 5만5,620개로 전년 대비 119개(0.2%) 줄었다. 협회가 집계한 점포 수를 보면 2022년 6월 이래 22개월 연속 전월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5년 관련 집계가 처음 개시된 이래 편의점 점포 수가 장기간 감소세를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세븐앤아이의 실적 역시 내리막길이다. 지난해 세븐앤아이의 매출은 105조4,965억원으로 전년 108조6,191억원 대비 2.8%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3조9,169억원에서 2조6,707억원으로 31.8% 급락했다. 결국 ACT가 인수가를 높게 잡을 경우 세븐앤아이가 매각을 결정할 개연성도 충분히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당국의 반독점 규제 리스크가 여전한 만큼 세븐일레븐 인수가 현실화하는 건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서민 물가와 직결된 편의점 시장에서의 독점 기업 탄생을 경계하고 있다"며 "ACT와 세븐앤아이 간 인수 협상이 본격화하더라도 미국 정부가 개입해 거래를 중지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CT는 지난 2021년 프랑스 최대 편의점 브랜드인 카르푸 SA를 인수하려 했으나 프랑스 정부가 식량안보를 이유로 거래를 강제 중지시킨 탓에 인수 계획을 포기한 바 있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일본 당국의 반대도 넘어야 할 산이다. 세븐일레븐은 일본 사회에서 단순한 편의점을 넘어 식사, 공과금 납부, 은행 서비스 등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국민 정서상 일반 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놓인 기업이 외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정부가 나서서 허용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현지 전문가들 사이에서 "ACT가 현지 투자를 적극적으로 단행하겠단 조건을 내거는 등 심층적인 논의를 이루지 않는 한 실제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언급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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