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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한 공사비 부담에 공공 공사 절반 이상 유찰 건설경기 침체 개선 위해 공사비 현실화 등 추진 공사비 보정기준 신설·세분화하고 '낙찰률' 상향
정부가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건설 경기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공공공사 공사비 현실화를 추진한다. 최근 가덕도 신공항 용지 공사, 서울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건설공사 등 주요 국책사업이 줄줄이 유찰되며 시공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건설사가 적정 단가를 확보할 수 있도록 발주 금액 대비 낙찰률을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민간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신속 착공 지원, 공사 중단 최소화, 투자 여건 개선 등도 추진할 방침이다.
일반관리비 상향하고 물가 반영 기준 개선
23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건설산업 활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300억원 이상 대형공사 유찰률은 51%에 이른다. 급등한 공사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사회기반시설(SOC) 공사의 절반 이상이 건설사를 찾지 못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공공 공사비를 현실화하기 위해 공사비 할증이 가능한 공사비 산정기준(표준품셈·시장단가)의 보정 기준을 시공 여건(입지, 현장 특성 등)에 맞게 공시 종류별 22건, 공통 9건 등으로 세분화하기로 했다.
1989년부터 30여 년간 유지돼 온 일반관리비 요율도 중소 규모 공사 대상으로 1~2%포인트 상향한다. 일반관리비 요율은 기업의 유지 활동을 위해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본사 임직원 급료, 교통비, 통신비 등 일반관리비를 편성하기 위해 재료비, 노무비, 경비 등 순공사원가에 곱하는 비율을 말한다. 또 저가 투찰 관행으로 인해 80%대 초중반 수준으로 책정된 낙찰률도 1.3~3.3%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지난 2020~2023년 공사비가 약 30% 오른 것을 감안해 건설사가 건설 현장에 투입하는 순공사비를 보장해 주기 위한 조치다.
공사비가 급증하는 시기에 물가 상승분이 공사비에 원활히 반영될 수 있도록 공사를 발주하기 전 단계에 반영하는 물가 기준도 바꾼다. 현재 '건설공사비지수'와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실질 GDP로 나눠 계산하는 'GDP디플레이터' 가운데 낮은 지수를 적용하는데, 앞으로는 기본적으로 GDP디플레이터를 적용할 방침이다. 다만 공사비가 급등해 양 지수 증가율 차이가 4%포인트 이상 벌어지면 평균값을 반영한다. 또 시공사가 설계와 시공을 함께 수행하는 턴키(일괄 수주) 사업이 수의계약으로 진행될 경우 약 1년의 설계 기간 물가도 원활히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민간투자 확대 위한 투자 여건 개선 등 추진
최근 유찰이 이어지는 민자사업 역시 공사비 급등기에 물가를 추가적으로 반영하는 '물가특례'를 적용한다. 국토부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12조원 규모 민자사업 11건에 해당 특례를 반영할 경우 최대 5,000억원 규모 투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민자법인이 운영 중인 평택~시흥 고속도로와 제2용인~서울 고속도로 사업에 대한 개량 및 운영형 신규사업도 발굴할 계획이다. 과거에는 민자고속도로의 운영기간이 만료된 경우에만 개량·운영형 사업 추진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운영 중인 노선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민간투자 확대를 위해 신속 착공 지원, 공사 중단 최소화, 투자 여건 개선에도 힘을 싣는다. 정상 사업장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을 기존 35억원에서 40조원으로 5조원 확대한다. 책임 준공보증이 발급 가능할 경우 관리형 신탁 사업장뿐 아니라 신탁하지 않는 사업장에도 착공을 지원할 방침이다. 부실사업장의 경·공매 자금을 대출해 주는 신디케이트론은 내년 1분기 안에 2조원으로 확충하고 향후 최대 5조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을 매입하고, 중견건설사의 회사채 발행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내년 1분기 안에 마련하고 중소 건설사를 위해 지방 건설현장 보증수수료를 내년 한시적으로 최대 20%까지 할인해 준다. PF 사업에서 시공사가 부담하는 책임준공 의무에 대해서는 국토부와 금융위원회, 업계가 참여하는 책임준공 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내년 1분기까지 합리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행사에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과 영업정지에 따른 선분양 제한을 6개월 미만의 경우 최대 50% 단축하는 규제 완화도 실시한다.
건설업계 "건설업계 위기 극복에 기여할 것"
건설업계는 이번 제도 개선 방안에 업계에서 오랫동안 요구해 왔던 사안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한건설협회는 23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발표한 건설산업 활력 제고 방안은 공사비 부족 문제 해소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며 "소규모 공사에서의 낙찰률 상향 등 아직 일부 미진한 과제가 남아있는데 앞으로도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업계 애로를 해소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도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발표한 건설산업 활력 제고 방안은 공사비 현실화 등 공공투자 확대 외에도 PF 사업장 자금조달 지원 등의 민간투자 확대를 유도해 위축된 건설산업이 활력을 되찾고 주택공급과 수요 회복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PF 보증 규모를 확대하면서 주택사업자의 자금조달 부담을 완화하고,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 규모 확대를 통해 PF 시장의 질서 있는 연착륙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주택협회도 "공공 공사비 현실화로 공사비 급등기에 적절히 반영되지 못했던 공사비 상승분을 해결하면서 공공공사의 유찰·지연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영업정지에 따른 선분양 제한 규제를 완화하고 건설사의 자금조달 부담을 완화해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부동산개발협회는 "공공·민자사업의 공사비 현실화가 가능해 건설업계 경영 위기 극복에 기여할 뿐 아니라 중견 건설사의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해소해 다양한 주거 공간 공급을 지속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내년 건설경기, 느리지만 회복세 가능성 있어
정부가 건설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개선책을 마련했지만 공사비 상승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건설공사비지수 동향에 따르면 올해 6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0.11로 전월 대비 하락세로 전환했고 이어 7월 129.96, 8월 129.72를 기록하며 3개월 연속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 9월 130.39로 치솟으며 다시 130선을 넘어섰고, 10월 130.32로 전월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80% 중반에서 움직이는 매출원가율도 90%를 넘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3분기 현대건설, DL이앤씨,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10개 건설사의 평균 매출 원가율은 93%로 집계됐다. 2021년 78.5%에서 5.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매출액 1억원이면 이중 원자잿값이 9,300만원이고 남은 700만원으로 각종 세금, 영업인력 운용 비용, 판매관리비 등 다른 비용을 빼고 건설사들이 이익을 가져간다는 의미다. 일부 건설사는 매출원가율이 95%를 넘어 수익성 악화가 심각한 상태에 달한 곳도 있다.
다만 내년부터는 건설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건설수주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수주는 지난 2022년 248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이후 올 상반기까지 하락세를 거듭해 왔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찾아가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올해 연말까지 국내 건설수주는 지난해(206조7,000억원)보다 1.1% 증가한 208조9,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2.5% 증가한 214조2,000억원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의 금리 인하 흐름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부동산 PF 리스크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빠른 속도의 건설수주 증가세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2025년에는 기준금리 추가 인하와 유동성 시장 회복이 동반된다면 규제 완화 및 낮은 분양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정비사업 위주 공급 확대되면서 신규 분양 물량이 30만 호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