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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發 美 자본 잠식 가속화" 유럽 금융 시장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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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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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산운용사의 유럽 운용 자산, 2014년 대비 두 배↑
강달러로 자금 쓸어 담는 美, 유럽 금융 시장은 '부진'
영국 런던 증시에서는 '기업 탈출' 잇따라

미국의 거대 자산 운용사들이 유럽 금융 시장에 속속 침투하고 있다. 강달러 기조를 발판 삼아 대규모 글로벌 자본을 흡수, 유럽 역내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유럽·영국 시장은 증시 성장세 부진과 유력 기업들의 증시 이탈로 인해 점차 힘을 잃어가는 추세다.

유럽 시장 잠식하는 美 자본

19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블랙록, JP모건 등 미국의 거대 자산 운용사들이 유럽 금융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글로벌 금융 산업의 판도가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ISS 마켓 인텔리전스 자료를 보면 영국·유럽 지역 내 미국 자산 운용사들의 운용 자산은 2014년 21억 달러(약 3조420억원)에서 2024년 9월 말 45억 달러(약 6조5,200억원)로 급증했다.

미국 자산 운용사들이 공격적으로 유럽 내 투자를 확대하는 배경에는 '강달러' 현상이 있다. 최근 시장은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인 2%를 웃도는 가운데, 각종 경제 지표가 견고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망은 미국 국채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수요를 자극해 달러 가치 상승을 유발한다. 강달러 기조 속 글로벌 투자 자금을 대거 흡수한 미국은 해외 자산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내년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이 같은 강달러 현상은 한층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당선인이 금리 인상을 부추길 수 있는 공약을 다수 제시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미국으로 오는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 관세를 매기고,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당선 이후에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에 시장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세계적으로 통상 갈등이 심해지고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 경우 연준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당선인의 '감세와 일자리법(TCJA)' 관련 공약도 금리 인상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와 의회가 통과시킨 TCJA는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에서 37%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2025년 만료를 앞둔 해당 법안을 연장하고 법인세율을 15%까지 낮추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공약에 따라 세금이 감면될 시 세수가 줄고 재정 적자가 커지며 국채 발행이 늘어나게 되는데, 금리 역시 이에 맞춰 상승할 확률이 높다.

유럽 증시 힘 잃었다

미국이 강달러를 발판 삼아 글로벌 자금을 속속 흡수하는 가운데, 유럽 금융 시장은 점차 힘을 잃어가는 추세다. 유럽 증시의 벤치마크인 범유럽 스톡스600 지수는 올해 들어 8%가량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상승률 27%)가 기록한 상승률을 눈에 띄게 밑도는 수준이다. 역내 주요국인 프랑스와 독일의 정치적 혼란과 성장 둔화, 미국 증시의 강력한 성장세 등으로 인해 상대적인 부진을 면치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유럽 증시가 내년에도 부진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이 20명의 전략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략가들은 내년 말 스톡스600 지수가 535포인트로 마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최근 수치 대비 3% 가까이 높은 수치다. 반면 내년 S&P500 지수는 올해 대비 평균 7.5%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과 미국 증시의 성장 전망에 두 배 이상의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인 UBS는 스톡스600 지수가 내년 470까지 미끄러지며 올해 대비 10%가량 하락할 것이라는 비관론을 펼치기도 했다. UBS의 게리 파울러 수석 유럽 주식 전략가는 “매출과 마진의 약화가 (유럽) 기업 실적을 5% 끌어내릴 것”이라며 중국 경제의 부진 등이 유럽 증시에 압박을 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英 증시 기업 이탈 가속화

영국 금융 시장 역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최고 금융 허브'로 꼽히던 런던 증시에서는 최근 기업들의 이탈 흐름이 가시화하는 추세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올해 런던 증시에서 상장 폐지 또는 이전 상장한 기업은 총 88개, 신규 상장한 기업은 18개였다. 2009년 이후 최대 기업 순유출이다.

런던 증시를 떠난 기업들은 속속 뉴욕 증시 상장을 결정하고 있다. 기업 가치 230억 파운드(약 41조7,000억원) 규모의 장비 렌트 기업 애쉬테드는 지난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로의 이전 상장 계획을 발표했다. 런던 증시에 상장한 지 3년 만이다. 390억 파운드(약 70조7,000억원) 규모의 온라인 도박 사이트 운영사인 플러터, 550억 파운드(약 99조7,000억원) 규모 건축 자재 기업인 CRH도 각각 지난 5월과 지난해 9월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현지 금융권에서는 향후 런던 증시 상장 기업들의 '미국행'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런던 한 은행 임원은 "내년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들이 더 많이 미국으로 이전 상장할 것"이라며 "미국은 이제 다른 어느 곳보다 큰 자본 시장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미국에서 더 나은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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