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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업가가 공무원과 소통하는 방식 ① 공무원의 사정은 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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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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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광고 배달 이륜차(이하 '오토바이')로 잠깐 유명세를 탔던 '디디박스'가 23일 '실증특례 지정조건 변경 승인'을 받았다. ICT 규제샌드박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승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019년부터 장장 3년간에 걸친 행정안전부의 반대로 사업 자체를 접을 만한 위기를 겪으면서도 성취해낸 쾌거다. 이로 인해 광주-전남 지역에 시범적으로 100대만 운영해오던 것을 전국 주요 대도시와 제주에 최대 1만 대까지 확장해 검증 절차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많은 스타트업 기업가는 공무원을 기업가들의 도전을 방해하는 훼방꾼으로 인식한다. 보통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보면 '승인'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얼굴색이 바뀌면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다. 업력이 길지 않은 스타트업 대표들부터 업력이 매우 긴 중견기업 대표들까지 내비치는 표정들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공무원 조직에 대한 기업가들의 불편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지표일 것이다.

사진=우버, 에어비앤비

우버는 안 됐고, 에어비앤비는 됐던 이유?

지난 2014년 한국 진출을 타진하던 우버는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한국 정부의 거절로 한국에서 서비스 인가를 못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당시 한국 사업에 함께 참여했던 권신일 한국 에델만 EGA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우버는 오만했고 택시업계는 영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운전자로 나서겠다던 고객들에게 벌금을 대신 내주겠다며 공무원들에게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했던 것을 비롯해 일부 택시 운전사들이 분신(焚身)까지 하며 저항하고 나서자 정부는 오히려 택시 운전사들의 어려운 사정을 이해한다는 시각을 담은 보도자료를 연이어 발표했다. 또한 택시업계는 고객을 해외 업체에 뺏기게 되면 세수 결손, 관리 소홀 등의 문제로 '정부에도 손해, 민간에도 손해'라는 프레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결국 우버는 한국 시장을 비난하며 떠날 수밖에 없었다. 실제 국민에게 우버가 더 큰 이득이 되는 선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벌어진 일이다.

반면 에어비앤비는 숙박업계의 거센 반격이 있기 전부터 자기들이 문제점을 잘 숙지하고 있고 불법 우려가 있으면 회사가 전적으로 책임을 진다는 매뉴얼로 공무원들을 설득했다. ‘호텔 하나 없는 숙박업체 에어비앤비, 택시 하나 없는 우버’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사실상 같은 종류의 서비스라며 도매금으로 묶는 문구가 유포됐음에도 절대 책임지고 싶지 않아 하는 공무원들에게 우버와는 완전히 다른 서비스인 것처럼 에어비앤비가 자기 포장에 성공한 것이다. 우버는 벌금을 내주겠다면서 승객이 문제가 생겼을 때 회사가 책임도 져 주겠다고 한 적이 없었던 반면 에어비앤비는 숙박객이 입은 피해, 공간을 대여한 고객이 입은 피해, 양쪽 모두에 대해 회사가 책임을 진다는 서약서를 내놓기도 했다.

사진=유토이미지

공무원 설득, 이익 논리가 아니라 방어 논리를 깨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기업가들은 공무원들을 방해꾼, 훼방꾼, 심지어 악마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반면 공무원들 스스로는 민간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인력'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토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설계하고 공사비에 대한 투자금을 모집하고 건설을 위한 정부기관과의 조율을 담당했던 진짜 핵심인력들보다 건설 과정에 대한 관여 수준이 가장 낮았을 건설사 사무직/현장직 직원들, 심지어 일용직 건설 노동자들이 그 건물 완공 후에 더 자부심을 가지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런 자부심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들은 특정 제도가 한번 만들어지면 영속성이 생기는 만큼 가능한 모든 상황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책임감 하에 업무를 진행한다.

기업가들은 ‘내가 이런 혁신체계를 갖고 있고 소비자에게도 혜택이 있다'는 사업 관점의 설득을 내놓는 반면 공무원들은 '말이 나오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자신의 판단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함부로 새로운 선택을 하지 않는다.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외부 전문가', '이익 관계가 없는 전문가'가 인정한 내용이다. 책임을 지고 싶지 않지만 책임감을 가진 묘한 존재, 그들은 책임을 대신 떠맡아줄 '외부 전문가'가 있어야 선택을 할 수 있다.

실제로 학회 설립을 위해 서울시청 담당자와 1년 가까이 사단법인 설립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던 한 교육 관계자는 "담당 부서가 아니라는 이유로 서울시청, 중앙정부부처, 그 외 경기도 일대의 몇몇 정부산하기관들을 모두 돌아다녔으나 시간 낭비만 했다"며 최초 설득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은 일화를 들려줬다. 그러다 "노벨상 수상자 및 미국 명문대 교수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을 호소하고 우리가 이익집단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이유가 없다는 점, 우리 학회의 목적이 국가기간산업발전인 만큼 제한을 가하면 거꾸로 공무원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무슨 문제가 생길까?'를 깨는 논리, 책임감을 덜어주는 논리

공무원들과 마주쳐야 하는 상황에 무조건 거부감을 표현하는 방식은 기업가의 에너지를 고갈시킬 뿐만 아니라 공무원들도 지치게 만든다. 그들도 인생의 모든 선택에 대해 무조건 안 된다고 거절하고 회피만 하는 사람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힘들어하던 기업이 공무원들에 대한 맹비난을 가하며 해외 기업의 투자를 받고 한국을 떠난다는 기사가 나면 거절했던 공무원도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결국 대화의 방식, 설득의 방식이 바뀐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들이다. 마치 남녀의 생각하는 방법이 달라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한 때 유행했던 것처럼 '공무원의 논리, 기업가의 논리'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공무원들이 걱정하는 '문제가 생길 구석이 차단되어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본인이 비전문가라 책임을 지기 두려워하는 것을 인정해주고, 그들이 납득할 수 있는 외부 전문가를 데려오는 것이 그들과 대화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공무원 설득법을 제시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어느 대학 교수들에게 마케팅 비용 뿌려서 공무원 설득하라는 거군요"라고 단번에 부정적인 표현이 튀어나온다.

그 지적은 타당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요청을 받는 '어떤 대학 교수들'이 그 기업가보다 해당 주제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을 확률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그 기업가가 교수들보다 해당 주제의 사업화에 더 많은 고민을 했던 만큼 구체적인 지식은 더 많을 수밖에 없고 때로는 박사 학위 후에 창업가의 길로 들어선 일부 고학력 기업가들의 경우 더 많이 공부한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이라는 직책의 특성상 '방어적'인 태도를 무너뜨릴 수 있는 대화법으로 그들을 활용하는 것이 기업가가, 적어도 한국의 기업가가 취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다.

사업 성공으로 얻을 이득은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돌아가는 것만큼이나 기업가 본인에게도 돌아간다. 정작 사업 성공으로 인해 별다른 이득을 얻을 길 없는 공무원이 방어적일 수밖에 없음을 인지하는 것이 공무원 설득의 첫 번째 스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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