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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포함한 전체 미디어 업계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저작권법 개정에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창작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추가 보상금 지급이 콘텐츠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것.
저작권법 개정은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 국민의힘 성일종, 이용호 의원의 안으로 IP(지식재산권)을 양도한 저작자·실연자·영상저작물 저작자가 이를 최종 제공하는 OTT, 방송사, 극장 등에 수익에 비례한 추가 보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A 드라마의 감독과 작가가 대가를 받고 IP를 양도했더라도 콘텐츠 플랫폼(최종제공자)으로부터 발생한 수익에 대해 창작자(저작자)가 추가 보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저작권 개정안은 '제2의 <오징어 게임> 사태'를 막기 위해 발의됐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에미상 등 여러 해외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광을 누리며 1조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넷플릭스는 약 200억원의 투자 금액 대비 저작권 독점 방식으로 큰 이익을 거뒀지만, 감독 및 배우들은 특약이 없어 계약금 외 보상을 받을 수 없었다. 감사 의미로 지급된 보너스가 전부였다. 이 같은 구조를 개선해 저작자의 수익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저작권 개정안을 두고 저작자와 플랫폼 간에 첨예한 의견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우선 저작권 개정안에 찬성하는 측(저작자, 실연자, 영상저작물 저작자)은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저작권법 개정을 통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로 배우 이순재는 지난 12일 열린 '저작권법 영상저작물 특례 개정을 위한 공청회'(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 주최,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 주관)에 참석해 "14대 국회의원이던 당시 실연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구 저작권법 제75조 제3항(현 제100조 제3항)에 ‘특약이 없는 한’이라는 문구를 추가하고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가 방송사업자와 특약을 체결하여 오늘날 방송실연자가 저작인접권료를 받고 있지만,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므로 저작권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천만영화 감독들, 마침내 국회로 정당한 보상을 논하다' 토론회에서 박찬욱 감독은 "그동안 영화를 만들면 저작권을 제작사에 양도하는 것이 당연했다. 법 개정으로 감독, 작가 모두 저작자로서 지위를 돌려받고 정당한 대가를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제균 한국영화감독조합(DGK) 대표는 "감독 조합 회원 500명 평균 연봉이 2,000만원 이하"라고 덧붙이며 저작권법 개정 촉구를 요구했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 스페인, 칠레 등에도 유사한 제도가 있다는 점을 들어 이와 같은 창작자에 대한 추가 보상이 '글로벌 스탠다드'라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창작자 보호를 위한 입법이 되레 역차별 발생을 유발하고,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개정안이 통과하면 콘텐츠 투자비 상승을 초래하여 오히려 업계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최종제공자가 전적으로 손해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수익 확보를 위해 유명 창작자에 투자가 쏠려 다양성이 저해되고, 향후 보상금을 고려해 초기 대가가 낮아져 작품이 대박 난 일부 저작자 외에는 지금보다 보상이 줄어들 수도 있다. 특히 OTT 서비스 제공 확정 시 인센티브 개념으로 추가 연출료, 집필료를 받는 감독, 작가와 다르게 제작사와 용역계약을 맺는 미술, 촬영 감독 등 다른 창작자의 보수는 현재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13일 '저작권법 개정안이 미디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및 정책방안'을 주제로 발제한 김용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는 개정안 도입 취지에 공감하는 동시에 우려를 드러내며 "창작자와 제작자 간 거래 관행 개선이 선행되어야 하며, 투자 불확실성 및 투자 의지 저해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구체적인 콘텐츠 매출 기여도 측정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합리적인 보상권 도입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개정안에서 말하는 추가 보상 부담 주체는 제작사가 아닌 플랫폼(OTT, PP 등)이다. 과연 영상물 최종제공자가 추가 보상의 적절한 주체인지 검토가 필요하다. 감독, 작가는 제작사와 저작권 계약을 맺는데, 계약과 무관한 최종제공자가 추가 보상에 나서기에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외 사례의 경우 영상제작자와 창작자간 거래에 의해 추가 보상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불어 매출 기여도를 측정할 수 있는 평가방안 부재도 문제다.
천혜선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창작자의 추가 보상권을 인정하면 해외 OTT가 K-콘텐츠를 유통할까 싶다"면서 해외 OTT를 발판 삼아 성장한 국내 콘텐츠 시장의 위축 가능성을 우려했다. 영상저작물의 범위는 영화,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 광고, 게임, 숏폼 등을 포함한다. 최종제공자 역시 다양한 이해관계를 이뤄 개정안의 파급효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팬데믹을 계기로 급성장한 국내 OTT 플랫폼은 몸집은 키웠지만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노동환 웨이브(Wavve) 정책협력팀장은 그동안 보상 주체와 적절성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면서 "권리자-이용자의 상생 도모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현재 의견에 첨예하게 갈리는 부분이 있다. 이를 봉합하는 게 급선무"라고 이야기했다.
구창훈 KBS 지식재산부 팀장은 저작권 개정안을 "위헌적인 법안"이라고 비판하며 "플랫폼 사업자에게 새로운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이다. 하지만 부담해야 할 금액은 정의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흥행 수익을 크게 낸 주체에게 이익을 나눠주라고 하는 게 논리적으로 맞는 것 같다. 저작권료를 이미 지불하고, 흥행 수익과 무관한 플랫폼 사업자들이 왜 추가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