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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점점 과격해지는 전장연 시위, 민주당 나설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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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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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고, 남다른 정치적 인사이트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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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 3호선 안국역 앞 율곡로/우정국로 교차로 횡단보도 내 전장연 시위 상황 <출처=폴리시코리아>

전장연 시위 명분엔 공감, 시위의 과격한 양태에는 비판적인 국민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도로 점거 시위 영상이 화제다.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 주변에서 전장연 회원들이 횡단보도에 진을 치고 차량의 통행을 막아 서면서 그 일대가 길을 잃은 차량으로 아수라장이 됐기 때문이다. 이런 과격 시위 행태로 인해 전장연 시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들의 시위 방식에는 불만을 가진 국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중들은 ‘절대적 사회적 약자’에 해당하는 장애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른바 '언더독 도그마(Underdog dogma)'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6월 1~3일 웹조사 방식)에 따르면, 장애인 인권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71%나 됐다. 장애인 인권 실태에 대해서도 53%가 “심각하다”고 응답했으며, 장애인들이 이동 시에 불편함을 느낄 것이라고 응답한 경우도 80%나 됐다. 시위 초반이었던 조사 시점 기준으로는 전장연의 시위 취지에 공감한다는 응답도 61%나 됐다. 전장연의 시위가 대다수의 국민들이 동감할 만한 큰 명분을 갖고 시작했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시위에 대한 공감대와 별개로, 시위 방식에서 대중의 지지가 떨어져 나간 모습이 나타난다. 전장연의 시위 방식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다”는 응답이 50%로 과반을 기록한 것이나, 시위로 인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했다는 응답도 35%나 된다. 특히 시위를 직접 경험했다는 사람들 중에선 무려 50%가 장애인에 대한 시각이 나쁘게 바뀌었다고 응답했다. 전장연 주장의 취지나 명분에는 공감하지만, 그 시위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은 것이다. 일례로 작년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500명 대상, 1:1 전화면접조사, 유선 21%, 무선 79%)에 따르면, 응답자 중 73.4%가 ‘목적 달성을 위해 과격한 방식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국민들은 목적이 아무리 정당하더라도, 그것을 쟁취하기 위한 시위 방식에 문제가 있다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12월 7일 ‘대통령’ 연관 키워드 네트워크 <출처=㈜파비 DB>

당시 여론조사 결과와 최근 전장연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비슷한 양태를 보인다. ㈜파비에서 독자적으로 분석한 ‘전장연’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온라인상 언급량(12/7일자)을 키워드 네트워크로 분석하면, ‘피해’, ‘불법’, ‘구속’, ‘처벌’, ‘시민’, ‘볼모’, ‘이용’, ‘잘못’‘ 등의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진 키워드들이 붉은색 키워드 그룹에서 함께 포착된다. 전장연의 시위가 장기화되고, 최근 다소 과격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긍정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조금씩 사라지고 '불법' 등의 부정적인 인식과 연관지어 받아들이는 국민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출처 : 유토이미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배려는 진보진영의 정서적 지지 기반

장애인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사회적 약자 배려‘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안이다.

장애인 배려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의 하위 개념에 속한다. 정치적으로는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2002년 한겨레신문은 정치적 진보 성향을 가진 사람을 판별하는 가장 확실한 기준은 ’사회적 약자 배려‘에 대한 견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된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다른 유형의 사회적 약자인 ’여성‘, ’성소수자‘, ’아동 및 청소년‘ 인권 이슈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수록 장애인 인권에도 관심이 많고, 정치적 진보 성향 또한 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과관계까진 아니지만, 장애인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장애인 인권에 대한 관심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정서를 매개로 해서 정치적 진보 성향과 관계가 깊음을 추론할 수 있다.

실제로 도덕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의 저서 ’바른 마음‘에 따르면, 사회적 약자 등에 대한 ’배려(care)’는 정치적 진보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특히 중시하는 도덕적 가치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정치 성향이 진보에서 보수로 갈수록 ‘배려’를 중시하는 정도는 떨어진다는 분석 결과를 저서는 소개한다. 결국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배려의 정도가 높을수록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을 띌 확률이 올라가는 셈이다.

논리를 조금 더 확장하면, 장애인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장애인 인권에 대한 관심은 진보진영에 속하는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에 대한 정서적 지지세와 연관될 수 있는 문제다. 장애인 인권과 배려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진보적 아젠다에 동의하고 진보정당을 지지할 유권자들 또한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최근 다소 과격화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만들고 있는 전장연 시위를 민주당이 방치하는 것은, 민주당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난 9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장연의 시위 현장을 찾아 “장애인들과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지만, 그 다짐은 현실에서 그 어떤 형태로도 구현되지 못했다.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하는 민주당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민주당이 여당과 전장연 사이의 갈등 중재자 역할해야

실제로 시위 초반만 해도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직접 찾아가는 등 전장연을 배려했던 국민의힘은, 전장연의 시위가 자당에 대한 보수층의 지지세나 여론과는 크게 상관 없음을 눈치챈 모양새다. 전장연 시위를 대하는 여당의 뉘앙스가 크게 달라진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8일 “그동안 정부와 국민은 전장연 시위를 인내해왔다. 지하철은 서민의 이동수단이다. 수많은 서민들이 지하철 지연시위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며 “타인을 볼모로 잡는 투쟁 방식에 미온적으로 대처할수록 잘못된 선례만을 쌓을 뿐이다. 잘못된 보상이 잘못된 선택을 이끄는 법이다. 지금이라도 지하철 시위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장연에 대한 강경 대처로 넘어갈 수 있다는 취지다. 자칫 정권과 전장연의 타협은 요원한 길로 빠질 수 있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역할론을 말한다. 최근 화물연대와 정부와의 타협도 민주당 관계자들이 이면에서 힘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운임제 일몰을 올 2022년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3년 정도 추가 유예를 하며 상황을 지켜보자는 타협안 자체는 이미 나와있었으나, 노조와 친분이 있는 민주당이 나서면서 좀 더 대화가 쉽게 풀릴 수 있었던 것이다. 장애인 인권 문제도 마찬가지다. 노조 불법 파업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오르는 것은 민주당에게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는다.  또한 민주당에 대한 지지의 근원이 약자에 대한 배려에 있기에, 장애인 집단의 어려움을 정부가 배려해줄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정치 주체가 민주당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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