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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대학캠퍼스 내 창업·연구용 건물을 확충할 수 있게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높이 규제도 완화해 8층 이상으로 건물을 올릴 수 있게 된다.
12일 서울시의 ‘대학 도시계획 지원방안’에 따르면, 대학이 미래 인재를 양성하고 창업이나 연구, 산학협력에 필요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용적률 제한이 없는 ‘혁신성장구역(시설)’을 도입한다. 혁신성장구역 지정을 통해 서울 시내 대학들이 그간 건물 크기 대비 높은 층수를 올릴 수 없었던 제도적 장애가 제거되는 것이다.
대학들, 건물 층수 올려 교육 공간 확보할 수 있게 돼
서울 소재 54개 대학 중 53개 대학은 용적률 200% 이하 저밀 용도지역(자연녹지, 제1·2종 일반주거)에 자리 잡고 있다. 서울대를 비롯한 16개 대학은 용적률의 75% 이상을 이미 썼고, 이중 한양대·홍익대 등 9개 대학은 90% 넘게 사용해 신·증축이 어려운 상황이다.
대부분의 대학이 교통편이 불편하고 산악 지형에 위치한 토지 위에 설립된 탓으로, 토지 지대를 아끼면서 교육부가 요구한 학생 1명 당 단위면적을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주원인이다. 이번 도시계획안으로 혁신성장구역이 도입되면, 대학들은 조례 용적률 이하로 관리하되 캠퍼스 내 구역 간 용적률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즉, 운동장, 녹지 등과 같이 용적률이 필요 없는 구역의 잉여 용적률을 활용해 캠퍼스 내 다른 구역에 신규 건물을 짓거나, 기존 건물을 증축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용적률 제한에 걸려 신·증축이 어려운 대학이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하면 내부 심사를 통해 승인하는 방식으로 혁신성장구역 제도를 정착시키기로 결정했다. 내년 초 ‘서울시 대학 세부 시설 조성계획 수립 운영 기준’을 개정해 즉시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장 내년 3월부터 신학기에 학교로 돌아온 학생들이 공사 중인 건물을 만나게 될 확률이 높은 것이다.
용적률 이전으로도 공간 확보가 여의치 않은 대학들을 대상으로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해 용적률을 현재의 최대 1.2배까지 완화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용적률을 70% 이상 사용한 대학의 경우 연면적 최대 53만㎡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서울 상암경기장 74개 규모다. 조례 개정은 내년 상반기 중 완료할 예정이다. 여기에 창업 공간, 산학협력 공간, 대학 연구개발(R&D) 시설을 5:4:1의 비율로 확충하면 연간 9,140억원의 매출액, 11,8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 23,800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설비 확충에 따른 학생 서비스 개선에 대한 기대도
반도체 학과를 신규 설립하는 건국대는 “반도체 학과의 필수 시설인 ‘클린룸’을 만들려면 층고가 최소 7m 이상이 돼야 하는데 기존 대학 건물에서는 그런 사례가 없고 첨단 학과를 만들어도 실제로는 활용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 서울시의 규제 완화는 대학의 건물 신설과 첨단산업 관련 전공을 중심으로 한 혁신 성장에 꼭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AI 연구를 위한 데이터과학 학과, 반도체 학과 등이 정부 지원을 받아 개설, 확충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공간 확보가 어려워 학생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 힘들었다는 지적과 함께, 이번 조치로 캠퍼스 내의 주요 위치에 학생들을 위한 공간을 대거 확대할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금 여력 있는 일부 대학들에만 혜택 돌아갈 것, 대학 재정 지원이 우선
다만 대학들에 직접적인 혜택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이유로 대학 가에서도 건설 비용에 적지 않게 부담을 느끼고 있는 가운데, 학령인구가 빠르게 줄고 있어 이미 공간이 많이 남는 대학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소재 한 전문대학은 이미 사학연금 보장 등의 이유로 교원 급여를 주기가 빠듯한 것이 대부분 대학들의 현실이라고 지적하면서, 자금력에 여유가 있는 일부 대학들에 사실상 특혜를 주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많은 대학들이 학령인구 감소 탓에 학생 유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반값 등록금으로 정부 지원 없이 자체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른 만큼, 사용 빈도가 떨어지고 있는 건물을 추가 증축하는데 규제 완화를 해 주기보다, 현실적으로 와 닿는 재정 지원이 더 절실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