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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풀 꺾인 페미니즘, 총선 변수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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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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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고, 남다른 정치적 인사이트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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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회 사진기자단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는 그야말로 ‘부동산’과 ‘젠더’의 선거였다.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주목을 받은 이슈의 대부분이 윤석열, 이재명 두 후보의 도덕성이나 자질 및 그 부인의 도덕성 관련이었기 때문이다. 정책·공약과 관련된 이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와,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을 중심으로 하는 젠더 이슈 두 가지만 특징적이었다. 실제로 신지예 전 새시대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의 임명으로 인해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했다가, 여성가족부 폐지 페이스북 단문 공약을 내놓으면서 윤 후보의 지지율이 다시 회복한 것을 모르는 청년층은 드물다. 이에 지난 대선 당시 가공할 위력을 발휘했던 ‘젠더 이슈’가 차기 총선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지에 관심이 쏠린다.

<출처 : 구글 트렌드>

‘페미니즘’이라는 키워드로 대표되는 젠더 이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원만한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1년 간 ‘페미’ 혹은 ‘페미니즘’ 키워드는 그 언급량에서 약간의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이슈 자체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아주 큰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는 않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여성가족부 폐지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여당과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여가부 폐지를 둘러싸고 다시금 젠더 이슈를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 소지가 잠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12월 ‘페미’ 연관 키워드 네트워크 <출처 : ㈜파비 DB>

'여가부 폐지'라는 제도권 화두와 '결혼 이슈'라는 비제도권 화두로 나뉘는 젠더 이슈

㈜파비에서 독자적으로 분석한 ‘페미’라는 키워드에 대한 12월 한 달 동안의 온라인상 언급량을 네트워크 그림으로 나타내면, 여러 가지 흥미로운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제도권 정치와 관련된 키워드들이 주로 오른쪽 반면에 위치하고,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화제되는 내용들이 주로 비속어나 멸칭의 형태로 왼쪽 반면에서 나타남이 확인된다. 젠더 이슈가 제도권 정치의 이슈이면서, 국민들 생활상의 이슈이기도 한 셈이다. 즉 젠더 이슈는 다시금 언제든 새로운 화두만 주어지면 여론의 뒷받침 하에 재폭발의 여지가 있다.

해당 네트워크 그림에 따르면, 재 등장할만한 화두로는 이미 진행 중인 여성가족부 폐지 관련 이슈와 결혼 관련 이슈가 있다. ‘결혼’ 키워드는 초록색 글씨 영역에서 여러 가지 비속어들과 같이 나타나고 있는데, 온라인 커뮤니티 상의 젠더 이슈 관련 여론이 결혼과 관련된 이슈로 거론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최근 남초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의 경우, 국제결혼과 관련된 담론들이 약간의 여성 비하적인 뉘앙스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녀’라는 여성 비하적인 키워드가 네트워크 그림 상에 초록색 글씨 영역에 나타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식어버린 페미니즘, 돌파구 찾을 수 있나

문제는 ‘페미’ 키워드와 연관된 네트워크 그림에 친 페미니스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여론이 거의 감지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물론 여론의 수집 출처가 온라인 커뮤니티의 경우 공개 커뮤니티에 그치기에, 여성들이 많이 이용하는 카페 ‘여성시대’ 등의 비공개 커뮤니티 여론은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뉴스 본문 및 뉴스 댓글을 통해 수집하는 트래픽이 존재함에도 그곳에서도 ‘페미’ 키워드와 관련된 트래픽은 감지되지 않는다. 제도권이든 비제도권이든 페미니스트 성향의 유권자들이 내는 목소리는 이제 소수로 전락했음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성향의 정치인으로 알려진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경우, 최근 후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26일 자신의 SNS에 올린 후원금 모집글을 통해 “후원금이 많이 모자랍니다”라며 “모금액이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전했다. 같은 당이면서 또다른 페미니스트 성향을 가진 정치인인 장혜영 의원 또한 12월 10일 올린 후원금 모집글에서 “올해 후원금이 아직 한참 모자란다”고 언급했다. 이는 제도권 정치에서 페미니즘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페미니즘이 이대로 몰락해 갈 것인지, 아니면 차기 총선을 계기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다만 지금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차기 총선에서 페미니즘을 위시로 하는 젠더 이슈가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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