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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청에서 황재연 서울시지체장애인협회장 등 장애인 관련 단체장 9명과 간담회를 갖고 장애인 정책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날 참석한 단체장들은 현재 진행 중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시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정책과 관련된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황 서울시지체장애인협회장은 "전장연의 시위에 동의할 수 없다. 전장연 시위 이후에는 휠체어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이용할 때 비장애인 시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전장연 시위로 인하여 장애인 인식 개선 사업이 20년 후퇴했다"라고 안타까워하며 "일반 시민들은 장애인의 부모 형제이다. 장애인 복지정책은 사회적 합의와 국민들의 울림이 있어야 한다. 전장연이 장애계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잘못 인식되고 있으니 장애인 단체들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탈시설 정책도 화두에 올랐다. 허곤 서울시 장애인복지시설협회장은 탈시설 정책에 동의한다며 "서울시의 탈시설 정책이 시설 폐쇄 방식에서 벗어나 자립을 원하는 사람을 최대한 돕고 시설에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시각과 정책이 필요하다"라 전했다. 반면, 전치국 서울시교통장애인협회장은 "탈시설 하려는 사람들의 의사를 잘 확인해야 한다. 탈시설 후에 인권 침해가 더 심할 수 있다. 장애인들이 전장연의 집회에 강압적으로 불려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장애인 단체장들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장애인 복지콜 차량 증차와 증원(조형석 서울시시각장애인협회장) ▲농아인이 직접 제작하는 농아인미디어센터 설치(허정훈 서울시 농아인협회장) ▲발달장애인 도전적 행동 완화를 위한 정책 확대, 재가 발달장애인의 장애인 지원 주택 입주 확대(김수정 발달장애인부모연대 대표) ▲중도장애인의 사회 복귀 및 재활을 위한 예산 확대(김의종 서울시 척수장애인협회장) 등을 제안했다.
지하철 운행 방해 시위 중인 전장연, 장애인 단체들도 선 긋기 시작
전장연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외치며 출퇴근 시간대에 지하철 운행을 방해하는 시위를 해 오고 있다. 시위가 있는 날이면 무고한 시민들이 출퇴근에 큰 불편을 겪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여론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으며 같은 장애인 단체들조차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간담회는 전장연 시위에 대한 장애인 단체들의 반대 입장을 공식화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황 서울시지체장애인협회장뿐 아니라 박마루 서울시 장애인 명예시장도 간담회 자리에서 "여론조사에서 전장연 집회에 대하여 56%가 반대한다는 결과가 있다. 장애인들이 전장연 시위로 인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 장애인 단체의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전장연과 선을 그었다.
오 시장은 "장애인 단체의 의견을 면밀히 검토하여 바람직한 방향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분들이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 쓰고 장애인의 편의와 권익 증진에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전장연과 만남은 갖겠지만 그 전에 이들이 모든 장애계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할 것이며, 지하철 지연 행위에 대해선 원칙에 맞는 대응을 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서울시, 전장연에 소송 걸며 '무관용 원칙' 고수 중
10일, 서울시는 지난 6일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가 전장연 및 박경석 전장연 대표를 상대로 6억145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발표했다. 공사는 약 1년 동안 전장연이 자행한 총 75회의 지하철 내 불법 시위 때문에 열차 운행이 지연되는 등의 피해를 입은 것을 소송 사유로 제시했다.
이는 오 시장이 제시한 '무관용 원칙'이 적용된 결과이다. 오 시장은 지난해 말 전장연이 새해부터 지하철 시위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발표하자 "불법에 관한 한 더 이상의 관용은 없다"며 "민·형사상 대응을 포함해 필요한 모든 법적 조치를 다하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한 바 있다.
한편, 공사는 2021년에도 전장연을 상대로 3,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당시 전장연은 준비서면을 통해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달성하는 데 있었다는 점,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뤄졌다는 점, 동기 역시 장기간 외면받았던 장애인 이동권 문제의 개선에 있었다는 점 등에 비춰 사회 통념상 받아들일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선 행위라고 볼 수 없으므로 위법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쳤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2월 이 사건에 대한 강제조정안을 제시했고, 전장연은 이에 동의했지만, 공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장연 '공개방송' 만남 제안 거절한 오 시장, 장애인 복지는 여전히 핵심 정책이라 강조하기도
오 시장은 간담회에서도 밝혔듯 전장연과의 면담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지난 4일 오 시장의 SNS에도 올라온 내용인데, 이에 대해 전장연이 '공개방송'에서 만나자는 제안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오 시장은 5일 전장연의 제안을 거절하며 "만남에는 어떠한 조건도 없어야 한다"는 글을 통해 "만남과 대화의 기회를 선전장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용인할 수 없다"라며 "불법을 행해 시민의 불편을 볼모로 거래하려는 태도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전장연과 무관하게 장애인 복지는 제가 '약자와의 동행' 원칙을 가지고 추진하는 핵심 정책"이라며 자신의 이 같은 대응이 반 장애인 움직임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했다. 이후 전장연은 "만남에는 조건이 있을 수 있습니다"는 글을 올려 "전장연이 제시한 의제도 조건에 해당하는지, 조건의 범주는 무엇인지 답을 달라"고 맞섰다.
오랜 기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전장연의 시위는 점점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시민들은 물론 이번 간담회 자리를 통해 확인된 것처럼 이미 등을 돌린 대부분의 장애인 단체들조차 이들의 시위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대화는 없고, 죄 없는 피해자와 극심한 대립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전장연의 행동이 정당성을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