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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술에 힘 쏟는 정부, 우리나라 AI 산업의 현주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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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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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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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이 문화기술 콘텐츠 발굴 및 기업 성장을 위한 지원사업을 공모한다. 문화기술(CT, Culture Technology)이란 문화 콘텐츠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부가가치를 형성하는 기술로, 가상인간(디지털 휴먼), 챗GPT(ChatGPT)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공모 지원사업은 ‘문화기술 콘텐츠 제작 지원’과 ‘문화기술 유통 확대 지원’으로 나뉜다. 전자는 경기도 내 문화기술 기업 13개 사에 총 9억원을 지원해 문화기술 기업의 시장 진출을 돕는다. 후자는 10개 사에 총 2억5,000만원의 유통자금을 지원해 개발 완료된 상용화 콘텐츠가 다양한 시장과 고객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오광석 경기도 콘텐츠산업과장은 "문화기술은 곧 디지털 전환 시대의 핵심 콘텐츠 산업"이라며 "경기도 내 문화기술 기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육성해 관련 콘텐츠 산업을 선도하는 경기도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모르지만 일단 써보자는 정부, "말도 안 되는 소리"

이번 공모는 우리 정부가 문화기술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문화기술이 미래 세대를 책임질 기술이라는 점에 이견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 정부의 문화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다소 낮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 2월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챗GPT에 대해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더라도 경기도정에 우선 적용하는 게 좋겠다"며 챗GPT 활용 준비를 지시했다. 김 지사의 언급 중 특히 눈에 띄는 건 "(모르지만) 일단 써봤으면 좋겠다. 머리로 하는 것보다 몸으로 체험해 보는 게 작은 것부터라도 활용 방안을 찾을 수 있는 방법 아니겠나"라는 부분이다.

결국 '모르지만 일단 써보자'는 건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그저 딸깍이기만 하면 도대체 뭘 알 수 있단 말인가. 어떤 기술을 확실히 익히기 위해선 관련 서적을 뒤져보는 등 공부를 철저히 하고 효율적으로 경험을 쌓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챗GPT라는 AI 기술이 폐쇄적이고 한정적으로 공개된 것도 아니고 이미 세상에 적나라하게 공개된 기술인데, 이를 마구잡이로 다룰 이유가 전혀 없다.

이게 우리나라 AI 정책의 현주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 정부의 AI 관련 정책은 지속적인 AI 모델 구축 연계에 실패한 면모를 보여왔다. 물론 관련 지원 사업들이 국내 AI 시장 형성에 적잖은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나, 그 공급 시스템이 AI 산업에 착 들어맞지는 못했다.

지난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내놓은 'AI 도입·확산을 저해하는 요인과 정책적 시사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AI 정책은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연계 수준을 벗어나 수준별 고도화를 지원할 만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했다. AI 기업의 내부 역량 강화, 산업 인재 육성, 양질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AI 산업 강화를 위한 첫발도 제대로 못 뗐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KISDI의 이경선·김성옥 연구위원은 "앞으로 AI 도입의 성과 창출을 위해 여러 계층의 AI 서비스 산업 육성 및 기술거래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기자의 질문에 챗GPT가 답변하고 있다/사진=챗GPT 캡처

'해 줘' 식의 공모, 신뢰성 없는 AI

최근 각 정부 기관은 조속한 챗GPT 도입 의사를 밝히고 있다. AI를 이용해 새로운 관점을 모색하고 신선한 콘텐츠를 내놓겠다는 건데, 결국 아무런 아이디어도 없으면서 무작정 챗GPT를 이용하겠다 선언하고만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 기관이 챗GPT를 이용하겠다고 나선 콘텐츠는 대부분 시 쓰기, 시나리오 작성하기, 소설 쓰기 정도에 머물러 있다. 그 외엔 '챗GPT를 이용한 교육 아이디어를 모집합니다' 등 우리는 잘 모르겠으니 누군가 나서서 알려달라는, '해 줘' 식의 공모가 대다수다.

이런 와중에 전국 지자체는 챗GPT를 행정이나 민원 업무 등에 도입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경기도뿐 아니라 서울시, 충청남도, 경상북도, 전라남도, 청주시 등이 챗GPT 도입 의사를 내비쳤다. 이 같은 지자체의 결정을 두고 일각에선 챗GPT에 대한 신뢰도를 고려하지 않은 전시행정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 본고의 기자가 챗GPT에게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누구냐'고 질문하자 챗GPT는 '2023년 3월 14일 현재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이다'라고 답했다. 명백한 오류 답변이다.

챗GPT의 신뢰성 문제는 챗GPT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지자체들도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이원재 경기도 정책보좌관은 "챗GPT 정확성과 관련해선 관계 기관과 지속적으로 연구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여전히 해결 방법은 찾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경기도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을 경기도지사마저 '모르겠으니 일단 써보자'는 식의 발언을 내놓을 뿐이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우리 정부가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 넘어서자' 선언한 지 어언 3년 여가 지났다. 그러나 격전의 AI 패권 시대를 우리나라는 잘 헤쳐나가고 있는가. 자고로 명장에겐 자신의 곁에 둘 유수의 부하를 볼 줄 아는 '눈'이 있어야 하는 법, 그리고 그 '눈'은 본인의 탁월한 능력에서 나오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문화기술 육성을 강조하면서도 관련 지식을 습득해 내지 못하는 듯한 상부의 모습은 다소 답답하기만 하다. 세상은 앞으로도 격변할 것이고 챗GPT 쇼크를 넘어선 '제4의 물결'은 이미 시작된 것일지 모른다. 우리나라가 격전의 물결을 헤쳐나갈 힘을 제대로 길러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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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