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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의 노동시장이 개선되는 가운데, 노동공급이 국가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노동공급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나, 미국의 경우 아직까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빠른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여성과 고령층 노동공급이 크게 증가하는 등의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도 노동공급 감소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팬데믹 이후 국가별로 회복 속도 다른 경제활동참가율
팬데믹 이후 세계 주요국 고용시장은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실업률이 하락하고 취업자 수가 늘어나는 등 회복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경제활동참가율로 대변되는 노동공급의 경우에 우리나라와 미국의 차이가 두드러지고 있다.
경제활동참가율(경활률)이란 15세 이상 인구(생산가능인구) 가운데 일을 하거나(취업자)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사람(실업자)의 비중을 나타낸다. 경활률이 높다는 것은 노동공급이 많음을 뜻한다. 한국은 경활률이 2020년 2월 팬데믹 직후 큰 폭으로 감소했으나 이후 빠르게 회복(+0.4%p, 경활인구 +18만 명) 중인 반면, 미국의 경우 아직까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1.0%p, -260만 명). 게다가 한국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노동수요가 크게 증가한 반면 미국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에 걸쳐 빈일자리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에선 노동공급 부족 이슈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팬데믹 초기에는 건강 우려 등에 따른 대퇴직(great resignation), 이민 감소, 실업급여 확충 등이 노동력 부족의 주요 요인으로 거론되었으나, 노동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자 최근 들어서는 구조적 요인들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국가별 구조적 요인이 노동공급 회복 차이 낳아
한국과 미국의 노동공급 회복 과정에서 나타나는 차이는 주로 구조적 요인에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활률이 팬데믹 직전에 비해 상승(+0.4%p)한 배경에는 구조적 요인과 경기적 요인이 각각 +0.3%p, +0.1%p 기여했지만, 이와 달리 미국은 이러한 변동(-1.0%p)의 90%가 구조적 요인(-0.9%p)에 기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결과는 팬데믹 이전부터 경활률이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추세적으로 상승 또는 하락하던 흐름이 팬데믹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면서 양국 간 노동공급 회복에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지난 2월 FOMC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활률 하락이 경기적 요인보다 구조적 요인에 주로 기인한다고 언급했다. 또 지난해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실린 기고문(Bart Hobijn & Ayşegül Şahin)도 미국 경제활동인구 감소(missing workers)가 팬데믹 이전부터 지속된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에 주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빠른 고령화에도 경제참가인구율 높은 한국
한국과 미국의 노동공급 차이를 만드는 구조적 요인 가운데 핵심 요소는 단연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이다. 일반적으로 고령층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경제활동참가율이 낮기 때문에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경제 전체의 노동공급은 감소하게 되지만, 이와 달리 우리나라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높게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팬데믹 이후의 경제활동참가율 변동 +0.4%p 가운데 고령화 요인의 기여도가 –0.6%p, 기타 요인의 기여도가 +1.0%p로 조사됐다. 이는 특정 계층에서 노동공급이 추세적으로 늘어나면서 고령화에 의한 노동공급 감소 효과가 상쇄됐음을 의미하며, 기타 요인의 기여도가 큰 것은 여성 및 고령층의 노동공급이 크게 증가한 데 기인한다. 한편 미국은 고령화(–0.4%p)와 기타 요인(–0.6%p)이 모두 노동공급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노동공급이 하락했다.
종합하면 팬데믹 이후 한국은 여성 및 고령층을 중심으로 노동공급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미국과 달리 노동공급 부족 문제에 직면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노동시장 상황에 기반한 임금상승 압력도 미국만큼 높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70년 한국의 인구 절반은 만 65세 이상 노인이 될 전망이다. 다시 말해 고령화가 노동공급을 제약하는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것이란 의미다. 경활률이 구조적으로 낮아지면서 잠재성장률 및 임금 동학에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비에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