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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리히터 규모 9.0을 기록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 12년간 보관해 왔던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의 냉각수 방류가 임박한 가운데, 태평양 해안 국가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은 안전성에 대해 각종 점검을 진행해 왔다고 주장하지만, 학자들 사이에서는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에 대한 점검이 없었다는 지적과 일반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수 방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 맞서는 모습이다.
도쿄전력: '방류 예정인 방사성동위원소 위험성 없다'
미국 과학 전문지인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는 현재 130만 평방미터의 방사능 오염수를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 발전소의 주요 발전 시설을 냉각시키는 데 활용됐던 오염수는 64개의 방사능 방출 물질을 갖고 있으나 12년이 지난 현재 62개의 방사능 물질은 이미 반감기를 지나 안정성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64개의 방사성동위원소 중 인체에 해를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원소는 방사성탄소(Carbon-14), 아이오딘131, 세슘137, 스트론튬90, 코발트60과 삼중수소다.
이 중 반감기가 많이 남아있는 탓에 현재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되는 원소는 방사성탄소-14와 삼중수소다. 삼중수소의 반감기는 12.3년이며, 방사성탄소-14의 경우 반감기가 무려 5,730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쿄전력은 고급해수처리시스템(Advanced Liquid-Processing System, ALPS)를 이용해 오염수를 처리하고 해안 1km 위치의 바다에 방류할 경우 인체에 해로운 부분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ALPS는 침전, 흡수, 물리적 필터 작업을 5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ALPS가 단계적으로 오염물질을 제거해 62개 방사성동위원소 집중도를 2022년 일본 기준치 이하로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해당 규정은 국제 방사선 방어 위원회(International Commission on Radiological Protection)에서 제시된 규정과 같다.
방사성탄소와 삼중수소는 ALPS로도 해결 안 돼
도쿄전력은 ALPS로도 방사성탄소와 삼중수소 집중도를 낮출 수는 없으나 인근 해양수를 이용해 100분의 1 이하로 희석할 경우 리터 당 1,500 배크럴(Becquerel) 수준으로 집중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의 음용수 내 삼중수소 기준치의 7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어 방류 위치를 해안가에서 최소 1㎞ 이상 떨어뜨릴 경우 안전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도쿄전력은 방사성탄소가 여전히 기준치보다 2% 이상 높지만 방류 직전에 추가 희석 작업을 통해 기준치 이하로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짐 스미스(Jim Smith) 포츠머스 대학 환경 연구원은 태평양에 미칠 영향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일 것이라고 답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태평양 섬이 2,000㎞ 이상 떨어져 있는 만큼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염수를 현 위치에 계속 보관하고 있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설명한다. 지진, 태풍 등으로 인해 미처리된 오염수가 누출될 경우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태평양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태평양도서국들의 반대
한국은 지난 5월부터 수 차례에 걸쳐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점검하는 조사단을 파견했고, 미국도 지난해 전미해양연구소협회(US National Association of Marine Laboratories) 조사단이 한 차례 현장 방문 후 방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일본 정부의 주장을 보증할 수 있는 과학적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필리핀 정부 역시 일본의 재고를 요청한 바 있다.
하와이 대학 마노아 캠퍼스의 로버트 리치몬드(Robert Richmond) 해양 생태학자는 ALPS 처리가 해양 생태계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한 번도 점검된 적이 없다고 지적한다. 리치몬드 연구원은 태평양도서국포럼(Pacific Islands Forum)이 주도하는 조사단 패널 5인 중 한 명으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출되는 오염수의 안전성에 대한 점검을 지난 2011년부터 지속해 왔다. 태평양도서국포럼은 포럼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호주와 뉴질랜드를 비롯해 태평양도서국 14개국과 자치령 2개국 등 총 18개국이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다.
리치몬드 연구원은 특히 삼중수소의 베타 방사선(β-radiation)에 주목한다. 알파 방사선에 비해 약한 방사선이지만 DNA 변형 사례가 있어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재 도쿄전력의 주장대로라면 연간 삼중수소 방출량은 미국 뉴욕에서 동경 간 왕복 비행객이 노출되는 것보다 적다. 그러나 리치몬드 연구원은 피부가 베타 방사선을 차단하기는 해도 식품 형태로 몸 속에 들어갔을 경우 내장 기관은 전혀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신체 누적되는 방사성동위원소에 대한 우려
이어 도쿄전력의 희석 주장에 대해서도 신체에 누적되는 양은 차이가 없다는 점을 들며 반박했다. 장기간 방사성동위원소에 노출될 경우 신체에 누적될 가능성이 높고, 누적에 따른 DNA 파괴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도쿄전력은 해양 생물들에 방사성동위원소를 노출시켰을 때 일정 수치 이상으로 누적분이 쌓이지 않다가 해양 생태계로 되돌렸을 때 해당 수치가 내려갔다는 점을 들어 반박했다. 일상생활 중에 일시적으로 누적분이 쌓일 수 있으나, 신체가 기준치 이상을 갖고 있지 않다가 평소에 몸 밖으로 배출한다는 것이다.
스미스 연구원도 우려하는 방사성동위원소 노출량이 일반적인 원자력 발전소 냉각수 대비 크지 않다고 설명한다. 영국에서는 1년에 약 400~2,000테라배크럴(Tera becquerel)의 삼중수소를 해양에 방출하고 있지만 베타 방사선(β-radiation)이 약한 방사선인 만큼 해양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 해양학자 오토사카 연구원 역시 "2011년 후쿠시마 대지진 이전까지 일본의 각 원자력 발전소들이 연간 50테라배크럴의 삼중수소를 방출하고 있었다"며 현재 후쿠시마 제1발전소에서 방류 예정인 물량이 연간 22테라배크럴에 불과한 만큼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낮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