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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메타(옛 페이스북)가 국내 대리인을 한국지사나 해외본사가 별도 신설한 법인으로 바꿨다. '페이퍼컴퍼니' 의혹을 회피하기 위함이다. 다만 일각에선 결국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애초에 법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메타, 1억원 규모 유한회사 설립
5일 업계에 따르면 메타는 지난 5월 자본금 1억원 규모의 메타커뮤니케이션에이전트 유한회사를 설립했다. 등기임원으로는 데미안 여관 야오 메타코리아 대표가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앞서 지난 5월 글로벌 사업자가 한국지사가 아닌 엉뚱한 법인을 국내 대리인으로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구글 대리인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대리인을 제3자인 프라이버시에이전트코리아에서 글로벌 본사가 직접 설립한 메타커뮤니케이션에이전트로 변경, 법적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구글도 부랴부랴 국내 대리인을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에서 구글코리아로 변경했다. 구글 고객센터엔 '국내 대리인에게 문의하기' 이메일 서비스도 신설됐다.
지난 2021년 기존 구글·메타의 국내 대리인은 '페이퍼컴퍼니'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소재지(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5가길 28)가 같은 데다 법인 설립 형태·시기·목적 모두 유사했기 때문이다. 당초 국내 대리인 제도는 해외본사를 대신해 국내 이용자 보호업무 등을 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이처럼 '형식상 대리인'이 늘면서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이는 결국 잘못된 법 탓이다. 국내 주소나 영업소만 있다면 누구나 국내 대리인으로 지정할 수 있다 보니 편법이 난무하게 된 것이다. 이에 국회는 지난해 법을 개정해 올해 5월까지 △해외 본사가 설립한 국내 법인 △해외 본사가 임원구성, 사업운영 등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내법인으로 대리인을 지정토록 했다. '넷플릭스법'(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7제1항)을 적용받는 구글·메타·넷플릭스가 그 대상이다. 넷플릭스는 일찌감치 한국지사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를 국내 대리인으로 지정했다. 구글·메타도 이번에 대리인을 변경하면서 법 개정에 따른 조처가 완료된 셈이다.
'대리인제'란?
대리인제는 글로벌 기업이 국내에 개인정보 담당자를 두지 않을 경우 이 업무를 담당하는 대리인을 임명토록 하는 제도다. 지난 2018년 국회는 국내에서 개인정보를 활용해 사업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 기업이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정보통신망법을 입법했다. 2019년 3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발간한 국내대리인지정제도 안내서에 따르면 국내대리인은 △이용자 고충 처리 등 정보보호책임자로서 업무 △개인정보 유출 시 사실 통보 △정부조사 시 자료 제출을 비롯한 협조 등을 맡는다.
대리인제엔 메타, 구글, 애플 등에 적용된다. 정보통신망법 시행령은 대리인제 적용 대상을 △전년도 전체 매출액이 1조원 이상인 자 △정보통신서비스 부문 전년도 매출액이 100억원 이상인 자 △저장 관리되는 일일 평균 이용자 수 100만 명 이상인 자 △자료 제출을 요구받은 자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리인 지정을 거부할 경우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국내 대리인제도는 허점이 많았다. 법무법인 또는 개인정보보호 관련 자격을 갖춘 법인을 대리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더니 사실상 페이퍼컴퍼니가 양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상 1~2개 기업이 여러 업체의 대리인 업무를 겸임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실 조사 결과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트위치, 링크드인, 페이팔, 나이키 등 총 9개 외국계 기업의 대리인들이 모두 동일한 건물에 주소를 두고 있었다.
대안으로 나온 '구글 대리인법', 하지만
이를 타파하기 위해 새로 마련된 법이 바로 '구글 대리인법'이다. 요지는 해외법인 대리인을 하기 위해선 국내 영업소뿐 아니라 국내에 법인까지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법인 마련을 강제함으로써 페이퍼컴퍼니 편법을 사실상 없애겠단 취지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번 개정안마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특히 메타코리아가 아닌 별도 법인을 설립한 메타는 법 취지와 애초부터 어긋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를 없앤 게 아닌,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는 양산해 내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메타는 영업소 대신 자본금 1억원을 투입해 법인'만' 만든 셈이다. 이전의 페이퍼컴퍼니와 달라진 바가 없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페이퍼컴퍼니 여부를 따로 단속하진 않으나 국내 대리인이 법적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두고 관계자들은 안일한 방침이라며 연일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잖아도 위법 행위를 했을 때 부과되는 과태료는 2,000만원 이하 정도로 매우 적기 때문에 메타 등 대기업에서 구태여 우리나라의 법을 똑바로 지킬 이유가 없단 의미다.
국회 차원의 보다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페이퍼컴퍼니 문제를 어영부영 넘길 경우 기업의 개인정보보호 등에 대한 책임론이 다소 부식될 우려가 있다. 책임 소재가 지나치게 불분명하다 보니 연락이나 자료 제공, 소장 송달 등 제대로 되는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제도는 '좀 더 돈이 드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라고 종용하는 꼴이다. 좀 더 강력한 제재와 처벌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