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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도 부동산 시장에서 극명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하남, 과천, 성남 등 경기 남부 지역과 양주, 동두천 등 북부 지역의 격차가 서울 강북과 강남의 차이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반도체 클러스터 등 두 가지 요인이 양극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GTX 개발 호재로 지난 2021년 치솟았다 추락한 수도권 남부지역 아파트값이 바닥을 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대세다. 실제로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의왕시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8월(17건) 바닥을 찍은 뒤 점차 늘고 있다. 게다가 용인·평택 등을 국가첨단 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하면서 경기 남부권에 총 563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가 예정돼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경기 남부의 독주
21일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값이 상승세로 돌아선 6월 초부터 지난주까지 7주 동안 전국 시·군·구 중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경기 하남으로 2.45%가 올랐다. 이어 △경기 과천(2.23%) △성남 수정구(1.88%) △경기 광명(1.76%) △성남 분당구(1.67%) △서울 송파구(1.65%) 등의 순이었다. 상위 10개 지역 중 6개 지역을 경기 남부 지역이 차지한 것이다.
수원시 영통구도 지난 4월 10일 이후 0.05% 상승을 시작으로 3개월째 가격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화성시와 성남시 수정구 역시 각각 4월 17일과 4월 24일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집값 상승세는 비단 이들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용인 △과천 △광명 △수원 △화성 △성남은 6월 19일부터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반대로 경기 양주시는 같은 기간 1.50% 하락하면서 1.56% 하락한 충남 홍성에 이어 전국 꼴찌를 다투고 있다. 이 밖에도 △고양시 일산서구(-1.25%) △동두천(-1.14%) △의정부(-1.13%) 등이 하락률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심지어 경기 북부에선 이미 공사를 시작한 민간투자 현장마저 중단되는 상황이다. CJ라이브시티는 경기 일산 킨텍스 일원에 조성 중이던 'CJ 라이브시티 아레나' 건설 공사를 지난 3월 중지했다. 건설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GTX의 환상적인 조합
광교신도시가 속한 수원 영통구의 경우 연초부터 가격이 수억원씩 급등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가격 하락에 이제는 ‘살 만한’ 가격이라는 점도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과 인접한 경기 남부의 집값이 빠르게 회복하는 이유로 풍부한 일자리와 편리한 교통을 꼽는다.
경기 남부만의 호재도 있다. 지난 3월 말 정부가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용인시 기흥구 일대 매매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이 발표로 용인시 아파트 시장에 큰 관심이 쏠리면서 수원, 영통, 화성 등 주변 지역도 덩달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정부가 용인·평택 등을 국가첨단 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하면서 경기 남부권에 총 563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가 이뤄진다는 소식도 남부 집값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이 있는 화성시는 내년 상반기 개통 예정인 GTX-A노선 수서~동탄 구간의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
반면 경기 북부 지역 중엔 신규 산업단지로 선택된 곳이 없다. 게다가 경기 북부의 경우 신규 입주 물량도 많아 집값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양주시 입주 물량은 올해 1만385가구, 내년 7,092가구로 적용 수요(1,292가구)에 비해 5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의정부시 입주 물량도 올해 4,328가구, 내년 2,641가구로 적정 수요(2,319가구)를 뛰어넘는다.
하반기 전망, 남북 격차 해소되나?
이 같은 흐름은 경기 남부와 북부 간 아파트 주간 가격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한국감정원의 7월 셋째 주 아파트 통계에 따르면 경기 남부 과천과 분당의 가격 상승률은 각각 0.50%, 0.39%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일산과 의정부를 중심으로 한 북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0.07% 하락했고, 양주는 0.14% 하락했다. 이처럼 극심한 경기도 내 격차가 주택 시장, 특히 하반기 가격 동향에 미치는 영향에 많은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경기연구원은 2020년 연구를 통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3개 노선 개통이 이뤄지면 남북 가격 격차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GTX 기대감으로 도내 아파트 가격이 상승해 지역 간 균형 있는 부동산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주요 배경으로는 GTX C 노선이 통과하는 경기 북부 시군의 대중교통 통행시간 개선율을 꼽았다. 동두천 37.4%, 의정부 24.2%, 양주 23.6%, 연천 21.4% 등의 수치에서 알 수 있듯이 GTX C 노선을 중심으로 경기 북부 지역의 대중교통 이동 시간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고려한 결과다.
GTX 거품 꺼지고 바닥 짚었나
경기도연구원은 GTX 3개 노선이 개통되면 아파트 가격이 평균 12%, 평당 약 50만원 정도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GTX로 인해 북부 지역과 남부 지역 간의 가격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며 북부 지역 가격은 남부 지역 가격의 70%에서 84%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GTX 도입은 실제로 아파트 가격에 큰 영향을 미쳤다. GTX가 개통 소식에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2021년 1월 한 부동산이 2년 전 가격보다 크게 상승한 15억원을 넘보는 14억9,500만원에 거래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10억원 클럽을 돌파하고 15억원을 눈앞에 두는 등 가격이 급등했던 용인 수지의 집값이 추락했다. 거품이 급격히 빠진 것이다. 또한 당초 GTX의 수혜지로 꼽혔던 동탄, 광교 등 경기 남부 도시들도 수억원씩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호재 선반영이 과했다며 이제야 거품이 빠지고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이 GTX의 조속한 개통을 촉구했음에도 시장 전문가들은 교통 개발만으로 부동산 가격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고금리가 지속되고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GTX 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된다고 해도 과거 수준의 수요를 되살리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대했던 호재가 지연된 지역은 오히려 가격이 크게 하락할 수도 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