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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붕괴] 교복 벗고 학원 향하는 학생들, 학교 외면에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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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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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학생 중 자퇴를 선택하는 학생 비율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등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내신이 학생들의 부담을 부추기는 것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대학 입학 후에도 불안정한 미래를 이유로 이른바 '반수'에 나서는 학생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교 1년 자퇴생, 2년 전보다 60% 급증

17일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서 일반고등학교 1학년 재학 중 자퇴한 학생은 총 8,050명으로 학업중단비율이 2.40%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2년 전인 2021학년도(5,015명·1.46%)와 비교했을 때 약 60% 증가한 수준이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를 대상으로 범위를 넓혀도 학업을 중단한 고등학생의 수는 전국 15,520명으로 2021년(9,504명), 2022년(12,798명)에 이어 꾸준히 증가세에 있다.

자퇴 학생 수는 고등학교 1학년(8,050명)이 가장 많았으며, 2학년(6,434명), 3학년(1,036명)으로 올라갈수록 줄어들었다. 서울에서 자퇴를 한 학생들은 강남과 송파 지역에 밀집된 것으로 확인됐다. 2023학년도 고1 기준 강남구 자퇴생 수는 163명으로 서울 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으며, 송파구(143명)가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꾸준히 증가하는 고교 자퇴생의 수와 비례해 주요 대학들의 검정고시 합격생 비율도 늘었다. 전국 4년제 대학 신입생 중 검정고시 출신 합격자는 2023학년도 7,690명으로 5년 전인 2018학년도(4,553명)와 비교하면 3천 명 넘게 증가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주요 대학의 검정고시 합격생도 같은 기간 276명에서 524명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다만 서울대의 경우 정시에 내신 성적을 반영한 2023학년도 28명의 검정고시 합격생을 기록하며 전년(40명) 대비 30%가량 줄어든 수준을 보였다.

외고·특목고에 이어 일반고 상위권 학생들까지 "수능 올인"

2000년대까지만 해도 외국어고(이하 외고)와 특수목적고(이하 특목고)에 한정됐던 자퇴생 증가세는 2004학년도 입시를 전후로 일반고로 확대됐다. 이는 서울대가 2002학년도 입시부터 전면 추천제를 실시하기로 하며 외고와 특목고의 자퇴생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던 일부 입시전문가들의 예상과 상반된 결과로, 일반고의 상위권 학생들이 학교를 벗어나 학원에서 입시를 준비하는 데서 빚어진 현상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2004학년도 입시에서 연세대와 한양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의 검정고시 출신 학생들의 원서 접수는 20%가량 급증했으며, 대형 입시학원들은 앞다퉈 ‘자퇴생 반’을 개설하는 등 우수 자퇴생 모시기에 열을 올렸다. 학교를 나서 사교육을 통한 입시 경쟁에 뛰어든 자퇴생들은 "공부는 밤에 학원에서 하고, 학교에서는 잠을 자는 게 현실"이라며 "선택과 집중을 위해 자퇴를 결심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 결과 과거 질병 등 기타 사유로 학업을 중단했다가 뒤늦게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기 위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던 고교 졸업 검정고시 응시자는 '자퇴-검정고시-수능-대입 정시' 로드맵을 따르는 10대 자퇴생들로 채워졌다. '수능 올인'을 외친 이들 자퇴생의 행보는 주요 대학의 정시 합격자 현황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로, 2021학년도 서울대 정시 합격자 798명 가운데 검정고시 출신 합격자는 32명(4.0%)으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대가 합격자들의 출신고교 유형을 공개한 2014년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일각에서는 학생들이 공교육을 외면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이들은 학생들이 일반적인 교육과정을 밟으며 학교에서 여러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며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한 과정을 거치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하며 "부모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성적이 판가름 나는 사교육 현장에 뛰어들어 얻은 학벌로는 행복해질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pixels

'평생직장 찾아' 대학까지 이어진 자퇴 행렬

자퇴를 결심하는 학생들과 그 부모들에게도 합당한 이유가 있다. 2018년 불거진 '숙명여고 중간고사 답안지 유출 사건'에서 볼 수 있듯, 학교 내에서 치러지는 시험 성적을 바탕으로 매겨지는 내신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바뀔 때마다 함께 바뀌는 각종 교육 정책의 불확실성도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를 해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이유는 힘들게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에 들어가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암울한 현실이다. 불투명한 진로 등을 이유로 대학 휴학이나 자퇴 후 '반수'에 나서는 학생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증가해 왔다. 지난해 서울대 휴학생(가사휴학 기준)은 총 4,040명으로 전년(4,009명)보다 31명 증가한 수준을 보였다. 이 가운데 공과대가 789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사회과학대(715명), 인문대(460명)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대는 휴학생 중 상당수가 다시 수능을 준비하는 반수 등을 통해 의약계열 등에 진학하려는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대에서 자퇴에 따른 제적생은 222명으로 공대(61명), 농생대(47명), 자연대(34명)에 집중된 반면, 의과대 자퇴생은 0명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의약 계열을 제외한 다른 전공을 졸업한 후 가질 수 있는 직업들에 대한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와 사회적 대우가 의약 계열 쏠림 현상을 부추긴다"고 지적하며 "장학금 지급 같은 일시적인 대책으로는 자퇴 행렬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학교를 벗어나려는 우등생들의 자퇴 열풍을 무조건 '공교육 외면'의 시각으로 보기 전에 그 이면에 있는 내신 및 입시 제도에 대한 부담과 의대 집중 현상을 눈여겨볼 때다. 아울러 우수한 인재를 다양한 분야에 고루 배분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고민 역시 병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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