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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출기업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23조원 규모의 민관 합동 수출금융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그간 정책금융기관 중심의 자금 공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반영해 이번에는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뿐 아니라 시중은행까지 지원에 나선 것이다. 한편 정부의 이 같은 수출기업 금융지원이 지난 20여 년간 유의미한 성과를 기록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정부의 정책이 본래의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위, ‘수출금융 종합지원방안 관련 간담회’ 개최
금융위원회는 16일 ‘수출금융 종합지원방안 관련 간담회’에서 수출금융 종합지원 방안을 확정 및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발표된 수출기업 지원 내용의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총 23조원 규모의 이번 지원방안은 정책금융기관이 12조원, 정책과 민간금융이 협업해 5조4,000억원, 은행권이 5조3,000억원을 지원하는 구조다. 세부 지원방안을 살펴보면 우선 새로운 수출 판로 개척 지원에 4조1,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금융권이 대기업과 협력사가 함께 해외로 진출할 경우 대기업의 보증재원을 바탕으로 협력업체에 금리인하를 제공해 동반진출을 지원한다.
수출전략산업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와 설비투자 및 연구개발(R&D) 투자 비용 등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정책금융기관별로 수출기업 전용상품을 도입해 향후 총 13조3,000억원이 추가 공급될 예정이다. 아울러 시중은행(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에서도 자체 여력을 활용하거나 은행별로 보증기관에 특별출연을 통해 수출기업에 대한 별도 우대상품을 마련해 총 5조4,000억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10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번 방안은 자금을 적재적소에 공급함으로써 우리 수출을 다시 한번 도약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기업-보증기관-은행이 공동으로 해외진출 협력업체를 지원하는 첫 사례인 만큼, 널리 전파해 대기업과 협력사가 수출 전선에서 동반 성장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역할 대폭 확대”, 기존 지원책과 차별점
시중은행들의 역할이 대폭 확대됐다는 점이 이번 정책이 기존 지원책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시중은행의 참여가 수출금융 지원 방식과 범위 및 한도를 대폭 개선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은행권은 △조선업 수주 지원 △은행 우대상품 신설 등 무역금융 부문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다. 무역금융에는 수출기업이 받은 선수금을 보증기관이 환급해 주는 선수금환급보증(RG·Refund guarantee) 지원이나, 선수급 없이 상품을 생산해야 하는 경우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 주는 상품 등이 해당한다.
우선 은행권은 최근 업황 반등을 보이는 조선업의 선수금환급보증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중형 조선사의 RG 발급을 지원할 예정이며, 추후 수주가 증가해 연내 RG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경우에 대비해 추가 분담 한도 설정 협의에도 나설 예정이다.
5조3,000억원 규모의 수출기업 우대상품에는 대출금리 우대와 보증료 인하 등이 지원된다. 은행별 상품에 따라 대출금리는 최대 1.5%포인트(p)까지 우대하고, 보증료도 최대 0.8%p까지 낮출 예정이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수출기업들이 연간 약 500억원 수준의 이자 및 보증료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시중은행을 통한 수출입대금 결제 및 환변동 헤지가 어려운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지원책도 마련됐다. 지원 대상은 대기업을 제외한 정부 선정 수출유망품목 또는 수출우수기업으로 △수출환어음 비용 경감 △수입신용장 금리·만기 우대 △선물환 이용 등의 지원이 제공될 예정이다.
수출기업 금융지원책, 효과 있을까?
금융당국은 이번 정책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수출 확대를 넘어 새로운 수출 판로 개척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자신 있게 지원책을 발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난 20여 년간 수출기업에 유사한 형태로 제공된 금융지원들이 유의미한 성과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표된 충남대학교 전기영 무역학과 교수의 논문 ‘금융지원이 수출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증분석’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2019년까지 금융지원을 받은 수출기업들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유의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금융지원의 효과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일각에선 이번 지원책 가운데 대기업이 아닌 중소·중견 규모의 수출기업에 지원되는 무역금융 정책이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지원을 받은 중소기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체기간과 비교해 개선 효과가 더욱 두드러진 점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지적이 타당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당국의 금융지원은 신규 수출기업보다는 계속 수출기업의 성과 개선에 더 큰 효과를 보였다. 신규수출기업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금융지원에 유의한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계속수출기업의 금융지원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할 뿐만 아니라 그 효과는 약 2배 정도로 확대됐다.
전 교수는 “정부의 금융지원 정책이 주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수출 중소기업의 수익성이 금융지원에 의해 유의하게 증가했다”면서 “이러한 연구 결과는 정부의 정책이 본래의 목적에 맞도록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