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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동안 네이버웹툰은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혁신의 물결을 타고 빠르게 진화하는 웹툰 시장의 최전선을 개척해 왔다. 특정 지역과 사업 영역에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양적인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분별한 '양산형' 작품 살포와 웹소설의 웹툰화에 독자들이 피로감을 느낀다는 지적이다.
성장의 두 가지 기둥: 플랫폼과 IP 비즈니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현재 네이버웹툰의 전략을 '플랫폼'과 'IP 사업'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다고 요약한다. 플랫폼은 웹툰이라는 핵심 서비스에 관한 것이고, IP 사업은 웹툰의 영역을 영상, 출판, 굿즈, 게임 등 다른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투트랙 전략은 글로벌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특히 웹툰 플랫폼은 세계 최대 만화 및 콘텐츠 시장인 일본과 미국을 중심으로 거래액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네이버웹툰의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와 골든위크 캠페인이 결실을 맺었다. 그 결과 유료 사용자가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한편 미국 시장에서는 다른 전략을 취했다.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는 대신 서비스를 개선하고 추천 알고리즘을 정교하게 조정하여 유료 사용자당 평균 매출(ARPPU)이 20% 증가하고 사상 최대 거래액을 기록했다.
김남선 네이버 CFO는 지난 4일 컨퍼런스 콜을 통해 “네이버웹툰의 성장률은 일본, 북미 순으로 높다”며 “특히 일본은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튜디오N의 부상
네이버웹툰의 IP 사업도 외형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웹툰·웹소설 영상화를 주력으로 하는 자회사 스튜디오N은 지난해 매출 470억원으로 2021년(50억원) 대비 크게 성장했다. 올해도 9개의 작품을 선보이며 매출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2018년 8월에 설립된 '스튜디오N'은 네이버웹툰의 IP 비즈니스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곳이다. 웹툰과 웹소설의 스토리를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구현하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18일 네이버웹툰 IP 기반 드라마 <마스크걸>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됐고 마찬가지로 네이버웹툰의 인기 작품이었던 『비질란테』도 연내 영화 <비질란테>로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스튜디오N은 웹툰 원작 드라마 <운수 오진 날>, <이제 곧 죽습니다>, <이두나!>, <스위트홈2> 등의 제작에 참여했으며, 해당 작품들은 올 하반기 공개를 앞두고 있다. 또한 네이버는 앞으로 스튜디오N과 왓패드웹툰스튜디오를 통해서 약 300개의 작품을 영상으로 제작할 계획이다.
네이버웹툰의 브랜드 파워와 팬층의 충성도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는 머천다이징(MD) 사업이다. 네이버웹툰 온라인 브랜드 스토어 '웹툰프렌즈'의 올해 상반기 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00%나 성장했다. 웹툰 『유미의 세포들』은 피규어, 출판만화, 음료, 비디오 게임 등 116종의 다양한 상품으로 각색돼 원소스멀티유즈(OSMU)를 활용한 네이버웹툰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다가오는 도전 과제
다만 네이버웹툰이 극복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2019년 한국 웹툰 시장 규모는 64.6% 성장해 1조원을 돌파하며 웹툰 시장의 가능성을 널리 알렸지만 코로나19, 러-우 전쟁 등 외부적 시련을 겪으며 지난해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매출은 무려 30% 감소했고, 업계 1위인 카카오에 공급하는 웹툰 제작자들의 매출도 50% 가까이 감소했다.
가장 큰 우려는 소비자 이탈이다. 그러나 한때 호황을 누렸던 웹툰 시장의 하락세 원인을 코로나19와 같은 외부 요인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한 전직 웹툰 작가는 “콘텐츠의 양이 많아지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라며 “이는 소위 '학폭물', '3각관계물' 등 ‘양산형’이라고 불리는 반복적인 콘텐츠와 맞물려 독자들의 피로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현재 네이버웹툰의 작품 수는 600개에 육박한다. 네이버웹툰 초창기 『골방환상곡』이나 『호랭총각』 등이 인기를 끌던 시절에 비하면 90~100배에 달하는 증가량이다. 이같은 작품 수의 폭증은 1차적으로 작품을 선별하던 기존 만화 잡지 편집부의 역할을 독자들의 선택에 맡기려는 시장 친화적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독자들에게 선택을 맡기는 만큼 자연히 소비자들의 피로도 또한 증가하게 된다.
또한 웹툰의 미래로 꼽히는 웹소설의 그래픽 노블화도 소비자의 피로를 가속화했다. 웹소설의 경우 특성상 비슷한 이야기가 끝없이 쏟아져 나와도 독자들의 소비가 쉽사리 위축되지 않는다. 하지만 웹툰으로 각색된 작품들은 독자들에게 단조로움을 안겨준다. 다만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희망적인 점은 무료분에 대한 클릭 수가 감소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독자들의 관심을 되찾기 위한 혁신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