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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가 사모펀드 등 기관 투자자에 구단 지분 소유를 허용한 이래, NBA에 대한 기관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NBA뿐만 아니라 NFL, MLB, MLS 등 스포츠 산업 전반에 대한 기관 투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스포츠 전문 사모펀드 운용사 사모펀드 운용사 악토스 스포츠 파트너스(Arctos Sports Partners)가 스포츠 산업 투자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이 스포츠로 대거 쏠리는 모양새다.
악토스, 소수 지분 참여로 스포츠 투자 첫발
2021년 초반 NBA가 소속 구단 지분 투자에 대해 기관 투자자를 허용한 지 3개월 후, 당시 신생 기업이었던 악토스는 NBA 구단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가치를 55억 달러(약 7조3,480억원)로 책정하고 5%의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그 후 악토스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지분을 13%로 두 배 이상 늘렸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NBA 슈퍼스타 스테판 커리의 소속 구단으로 유명하다.
NBA가 기관 투자를 허용하기 전까지 스포츠 구단에 대한 지분 투자는 극소수의 고액 자산가들의 고급 취미로 인식됐다. 맨체스터시티FC(프리미어리그) 구단주인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하얀(53) 아랍에미리트(UAE) 부총리나 샬럿 호네츠(NBA) 구단주 마이클 조던(NBA 슈퍼스타) 등이 대표적인 예다.
글로벌 투자기업 아레스의 자회사 악토스는 이 부분에 주목해 스포츠 산업에 대한 투자 활동을 전개했다. 2019년 설립 이래 새크라멘토 킹스(NBA),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MLB) 등 프랜차이즈 프로 리그 구단의 소수 지분을 인수해 스포츠 산업에 대한 투자 경력을 쌓았다. 악토스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지분 투자 후, 새크라멘토 킹스의 추가 지분 17%를 18억 달러(약 2조4,048억원)에 매입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갔다.
소수 지분자로서 구단 경영이 아닌 구단 운영 개선 사항에 집중해 구단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투자 전략으로 삼은 악토스는 구단에 지분 투자를 진행한 뒤 스포츠 전문 컨설턴트를 고용해 구단 분석 후 구장 개선, 팬서비스 강화 등에 주로 참여했다. 새크라멘토 킹스에 지분 투자를 한 계기도 구단 전용 구장의 보유였다.
전문가들은 악토스의 도전이 성공적이라고 분석한다. 투자 전문 씽크탱크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악토스 스포츠파트너스펀드 1호는 유사 펀드에 비해 34.86%나 높은 41.07%의 IRR(펀드 내부수익률)로 운영돼 동종 업계의 성과를 초과했다.
스포츠 구단에 대한 전략적 투자 사례는 악토스 이전에도 존재했다. 2010년 벤처캐피털 기업 클레이너퍼킨스카필드엔바이어(Kleiner Perkins Caufield & Byers)의 파트너인 조 라콥(Joe Lacob)은 투자자들을 규합해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대주주 지분을 4억5,000만 달러(약 6,012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라콥의 투자 후 구단 가치는 10배가량 상승했고 그가 보유한 지분 25%의 가치는 현재 14억 달러(약 1조8,704억원)에 육박한다.
명문 구단에 본격 투자 나선 아레스, '메시' 영입도
악토스가 성공함에 따라 모기업 아레스는 지난해 9월 스포츠 리그, 구단 및 구단 관련 프랜차이즈,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대한 투자를 목표로 하는 펀드를 출시했다. 해당 펀드엔 캘퍼스(CalPERS: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와 메릴랜드주 퇴직연금 시스템 등 미국 최대 규모의 기관 투자자들이 LP로 참여해 37억 달러(약 4조9,432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아레스는 펀드 마감일 기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라리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MLB), 맥라렌 레이싱(F1), 인터 마이애미 CF(MLS) 등 19개 포트폴리오 기업에 총 10억 달러(약 1조3,360억원)의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투자 후 인터 마이애미 CF는 지난 7월, 월드컵 우승에 빛나는 리오넬 메시의 영입에 성공했다. 메시가 인터 마이애미 CF 소속으로 넣은 첫 골 영상은 2억1,40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레스는 지분 투자뿐만 아니라 구단 경영에도 적극적이다. 아레스 미국지부 직접 대출 공동책임자 마크 아폴터(Mark Affolter)와 짐 밀러(Jim Miller)는 2021년 2억1,987만 달러(약 2,937억원)로 지분 투자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구단의 이사로 참여 중이다.
스포츠 투자는 장기 보유가 생명
스포츠 산업에 대한 기관 투자 참여가 본격화되고 있으나 민간 금융 수익 실현 모델로 적합한지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다. 전통적인 사모펀드는 5~10년이란 약정기간이 존재하는 데 반해 스포츠 펀드는 펀드 종료일이 없는 에버그린 펀드, 즉 장기 투자 모델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악토스도 아직 구단 지분 회수에 임하지 않았다.
프로 축구 구단 투자기업 베네볼런트 캐피털(Benevolent Capital)의 CEO 브렛 존슨(Brett Johnson)은 “스포츠에 대한 투자는 언제나 장기적 지분 보유를 염두에 두고 진행돼야 한다”며 투자 주의를 경고했다. 존슨은 2021년 2월 피닉스 라이징FC(USL)에서 분사한 애리조나 남부 소재 FC 투손(USL) 인수를 주도했던 스포츠 투자 전문가다.
존슨은 스포츠 산업에 대한 투자가 장기화하는 이유에 대해 구단의 성적 외에도 미디어 계약 부분이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명 구단의 경우 방송사나 유명 미디어 그룹과 구단 경기 방영을 위해 5년 이상의 장기 미디어 계약을 체결한다. 일례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컨퍼런스 빅텐(BIG TEN)은 Fox, CBS, NBC와 7년간 70억 달러(약 9조3,520억원) 규모의 미디어 판권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스포츠 에이전시 GSE 월드와이드의 CEO 마이크 프린시페(Mike Principe)는 “NFL, NBA, MLS 같은 유명 리그의 명문 구단의 경우 미디어 판권 계약이 구단 수입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미디어 계약이 구단의 현금 흐름의 상당 부분에 관여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단 지분 투자 후 7년 이내에 매각하는 것은 짧으면 5년 길면 10년 단위로 재계약에 임하는 미디어 계약 문제만 보더라도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투자 판단”이라며 “투자 이후 구단 성적이 좋아졌다면 몇 년 뒤 맺을 미디어 계약 금액은 몇 배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