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홈플러스 무더기 ‘폐점 위기’, 입점주들 “앉아서 수억 날릴 판”
Picture

Member for

8 months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수정

임차점포 61개와 임차료 협상중
17개 점포에 계약 해지 통보
권리금·보증금 못 받을 가능성↑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전국 17개 점포에 대해 임차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입점 소상공인들이 폐점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 입점 매장은 임대차 보호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권리금과 보증금을 보상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홈플러스 17곳 폐점 위기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달 16일 조정 협상을 진행하던 총 61개 점포 가운데 17개 점포의 임차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협상 기한이었던 지난달 15일까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결과다. 현재 홈플러스는 계약 해지 조치와 임차료 협상 등 자구 노력을 회생계획안에 반영하기 위해 제출 기한을 7월 10일까지 연장한 상태다. 기한 내 협상이 성사되지 않으면 폐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상 점포는 서울 가양·잠실, 인천 숭의·논현·계산, 경기 일산·시흥·원천·안산고잔·화성동탄, 충남 천안신방·천안·조치원, 대구 동촌, 부산 장림·감만, 울산 북구 등이다. 점포별로 10∼30여 개 매장이 영업하고 있어, 전체 입점 수는 대략 200∼300곳으로 추산된다. 절반은 브랜드 본사 직영 매장이고, 나머지 절반은 순수 자영업자들이다.

"권리금도 못 받고 쫓겨날 수도"

홈플러스가 임차료 조정 협상이 지지부진한 17개 점포의 임차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입점 소상공인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와 같은 대형마트에 입점해 있는 매장은 특수상권으로 분류돼 임대차보호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일정 요건을 갖춘 임차인에게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한다. 그러나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단서는 '유통산업발전법 제2조에 따른 대규모 점포 또는 준대규모 점포의 일부인 경우'에는 권리금보호 규정(제10조의4)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다.

이 때문에 최대 10년간의 계약 갱신청구권이 보장되지 않고, 권리금 회수도 어렵다. 폐점이 확정될 경우에는 6개월 이내에 퇴거해야 한다. 그나마 회생 절차 개시 전 폐점이 결정된 홈플러스 부천 상동점이나 서울 동대문점에 입점한 점주는 위로금과 인테리어 투자비 일부를 보상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회생 절차 개시 이후로는 최소한의 보상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대형 유통시설 내 임차인이 민법상 손해배상청구나 상가 권리금소송을 통해 권리금을 회수하겠다고 나서기에도 현실적 장벽이 크다. 마트 매장은 임대인의 상표·유통망·인테리어에 의존하는 구조라 영업 독립성이 낮고 권리금이라는 자산의 실체와 존속성을 입증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홈플러스가 임차료 협상이 끝내 결렬될 경우를 대비해 입점주 보상책을 마련했는지도 불확실하다. 홈플러스는 17개 점포의 임대차 계약 해지 통보 사실을 알린 지난달 16일 설명 자료에서 점포가 문을 닫을 경우 소속 직원에 대해선 고용안정지원제도를 적용해 인근 점포로 전환 배치하고 소정의 격려금을 지급하겠다는 등의 대책을 밝혔으나 입점주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17일 마트노조 홈플러스 부산본부가 부산 남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입점주들 좌불안석

폐점을 하게 되면 단순히 영업만 종료하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입점주들은 초기에 들어간 인테리어 비용부터 각종 부대시설에 투입된 비용, 환불에 들어가는 비용과 철거비 등을 모두 부담해야 한다. 이는 고스란히 점주들의 투자 손실로 직결된다. 전 재산을 들여 어렵게 매장을 열었지만 1년도 안 돼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곳도 있다. 점주협의회는 현 상황을 ‘사실상 계약 파기와 생계 붕괴’라고 말한다. 마트노조는 무더기 폐점이 현실화할 경우 직영 노동자 3,000명과 200~300곳가량의 입점 상인, 그 가족들까지 약 4만 명의 생계가 위협을 받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점주들을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홈플러스의 태도다. 홈플러스는 폐점과 관련한 설명이나 대책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한다. 점주와 직원들은 임대주와의 협상 진행 과정이나 계약 해지조차도 언론을 통해 알았다고 한다. 점주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임에도 사전에 어떤 설명이나 공지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홈플러스는 아직 폐점이 확정된 게 아니기 때문에 점주들에게 구상 방안 등을 전하긴 이르다는 입장이지만, 점주들은 홈플러스를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홈플러스 측이 수익이 나지 않는 몇몇 점포를 이미 '살생부'에 넣었다는 말도 돈다. 일산점 식음료 매장의 한 점주는 "기습적인 회생절차 개시에 이어 예고 없는 임차 계약 해지 통보까지 두 차례나 뒤통수를 맞은 셈"이라며 "임차 계약 해지도 결국 손실 나는 점포를 대거 정리하려는 의도로 의심하는 점주들이 많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경영 실패로 인한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계획된 폐점인데 그 책임과 피해를 점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Picture

Member for

8 months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