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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열풍과 함께 무너진 홀드백, 최신 개봉 영화 속속 OTT로 멀티플렉스 업계는 초비상, 문체부도 '홀드백 지원' 방안 제시해 "OTT에 콘텐츠도 가격도 밀린다" 비판, 소비자 발걸음 돌릴 수 있을까
코로나19 팬데믹 및 OTT 열풍의 영향으로 멀티플렉스 업계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가 홀드백(hold back) 준수를 지원해 영화관 관람 수요 회복을 뒷받침하는 '영상산업 도약 전략'을 발표했다. 최신 영화의 OTT 유통을 지연, 위축된 영화관 관람 수요를 회복하겠다는 구상이다.
홀드백 준수는 OTT 플랫폼에 오프라인 관객을 빼앗긴 멀티플렉스 업계의 몇 없는 활로다. 소비자와 영화계가 영화관에서 속속 등을 돌리는 가운데, 홀드백이라는 '안전장치'마저 잃어버릴 경우 멀티플렉스는 그대로 시장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이미 OTT가 편의성과 오리지널 콘텐츠를 앞세워 영화관을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비관적 분석마저 제기된다.
문체부 '홀드백 준수 의무화' 방안
홀드백은 한 편의 작품이 정식 개봉한 뒤 다음 유통 창구로 이동하기는 데 걸리는 최소 기간을 뜻한다. 일반적인 유통 순서는 극장, IPTV, OTT, TV 채널 순이다. 문제는 통상 10주에서 6개월 정도까지 소요되던 홀드백이 OTT 열풍이 불어닥친 후 8주, 5주까지 줄었다는 점이다. 아예 극장을 거치지 않고 OTT에서 개봉을 택하는 영화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문체부는 업계의 홀드백 자율 협약 체결을 지원하고, 모태펀드(영화계정) 투자작을 대상으로 홀드백 준수 의무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영화의 OTT 즉시 유통을 방지해 위축된 영화관 관람 수요를 회복하겠다는 구상이다. 모태펀드 투자작이 아닌 영화 작품의 홀드백은 업계 자율에 맡긴다. 정부는 이해 관계자들의 이견을 조율해 나갈 예정이다.
정부의 홀드백 지원 발표에 극장가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모태펀드 투자작 중심으로 오프라인 매출을 올릴 '기회'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첨예한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사기업들의 홀드백 협약 과정에서 정부가 '조율자' 역할을 수행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차라리 법제화를 통해 일률적인 홀드백 기간을 정하고, 극장 중심으로 영화산업계 수익 구조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홀드백은 영화계 아닌 '멀티플렉스' 위한 것?
홀드백 기간이 짧아질수록 관객들은 OTT 서비스를 선호하게 된다. ‘극장에 가지 않아도 곧 OTT에서 볼 수 있다’라는 인식이 관객 사이에서 확산하며 '악순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OTT는 영화표 한 장 가격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무제한 시청할 수 있는 매력적인 서비스다. 낭떠러지에 몰린 멀티플렉스 업계는 홀드백을 통해 OTT 업체를 견제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영화계 일각에서는 홀드백이 영화계 자체보다는 '멀티플렉스 업계'를 위한 방어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홀드백이 길어질 때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은 결국 영화관뿐이라는 것이다. 제작사 입장에서 짧은 홀드백은 오히려 부가 판권 수익을 키울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제작사와 투자배급사는 극장 수익보다는 영화의 손익분기점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홀드백 기간을 정한다는 설명이다.
소비자의 외면과 영화계의 비판적인 시선까지 더해지며 멀티플렉스 업계의 균열은 점차 깊어지고 있다. 올해 1~9월 간 국내 영화관 매출액은 9,565억원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7~2019년 동기 평균치의 70%에 그쳤다. 누적 관객 수도 56.9% 급감했다. CJ CGV, 롯데컬쳐웍스 등 주요 멀티플렉스 운영사는 재무 상황 악화로 인해 줄줄이 휘청이고 있다.
콘텐츠 주도권 뺏긴 영화관, 이미 늦었다?
일각에서는 영화관의 '콘텐츠' 자체가 경쟁력을 잃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비자는 상품에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 비싸더라도 기꺼이 지갑을 연다. 하지만 올해 국내 개봉 영화 중 손익분기점조차 넘기지 못한 영화는 약 90%에 달한다. 결국 스크린 작품 자체가 콘텐츠 소비자에게 외면받고 있으며, 비싼 관람료와 홀드백 등 '악재'는 부수적인 영향을 미칠 뿐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OTT 플랫폼은 탄탄한 스토리로 중무장한 '오리지널 시리즈'를 통해 콘텐츠 시장에서 꾸준히 입지를 다져왔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OTT도, 티빙 등 토종 OTT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이들 오리지널 콘텐츠는 기존 영화·드라마 대비 자유롭고 창의적인 설정을 채택하거나, 인기 웹툰·웹소설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하는 등 '신선함'을 앞세워 소비자 사이에서 막강한 인기를 끌고 있다. 스크린 상영작이 '대세 콘텐츠'인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는 의미다.
OTT에 콘텐츠 시장 주도권을 빼앗긴 멀티플렉스 업계는 정부의 홀드백 준수 지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작품이 OTT로 넘어가기 전에 충분히 시간을 벌면 관객들이 극장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낙관'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OTT가 영화관을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제기된다. 저렴한 가격에 수많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OTT 서비스에서 관객의 발길을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