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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예산 전액 삭감한 野, 막무가내 '정쟁'에 희생된 산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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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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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 예산 삭감 단독 처리한 민주당, 겨우 살아난 원전 업계 '휘청'
원전 생태계 회복에 예산 쏟아온 尹 정부, '정치 견제' 때문에 예산 삭감했나
한전 적자로 위태로운 국내 에너지 시장, 원자력 발전까지 빠지면 어쩌나

더불어민주당이 원자력발전 분야 예산 1,814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윤석열 정부가 진행하던 각종 '원전 생태계 복원' 프로젝트가 사실상 '무(無)'로 돌아간 것이다. 원전업계는 정치 논리로 겨우 '회복기'에 접어든 원자력발전 시장이 뒤집혔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에너지 시장 전반이 침체기에 접어든 가운데, 야당의 무모한 예산 삭감이 산업계 혼란을 가중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야당의 단독 예산 삭감, 업계·학계 '발칵'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일 산자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원전 분야 예산 1,820억원을 삭감한 산업통상자원부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예산 삭감 대상은 원자력 생태계 지원용 1,112억원, 원전 수출 보증 비용 250억원 등 7개 항목이다. 2028년까지 총 3,992억원 투자가 예정돼있던 국책 사업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 332억원) 기술 개발 사업 예산 역시 전액 삭감됐다. 반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예산은 올해 대비 약 4,500억원 증액됐다.

원전업계는 야당의 예산 삭감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급작스러운 예산 삭감으로 인해 원전 기업들의 내년도 투자 계획이 줄줄이 '물거품'이 됐다는 것이다. 아직 극초기 단계인 i-SMR 시장의 예산을 삭감하면 국내 기업들이 줄줄이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나고, 결국 해외 개발사들이 국내 원전 시장을 점령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예산 삭감으로 인해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 원전 관련 투자가 정체하고, 결국 생태계 자체가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학계 역시 우려의 의견을 표출했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성명을 통해 "원자력 분야 예산 삭감은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원전산업과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국가 에너지 안보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안타까운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선진국들이 원자력을 탄소 중립을 위한 에너지원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가운데, 이번 예산 삭감은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글로벌 경쟁에서 '스스로 발목을 꺾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여-야 '정치 논리'에 휘말린 원전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원자력 예산 삭감이 '정쟁' 성격을 띤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전 산업의 경쟁력 확보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과제다. 지난달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자부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2024년 원전·재생에너지 지원예산 현황'에 따르면, 내년 원전 예산은 원자력생태계금융지원사업 1,000억원을 비롯해 총 1,332억원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88억8,900만원 대비 15배 가까이 증가한 수준이다.

사진=unsplash

반면 올해 1조1,092억원에 달하던 재생에너지 분야 지원 예산은 윤 정부의 '원전 강화' 정책의 영향으로 42%(6,33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재생에너지 예산의 78.7%를 차지하는 보조금 예산이 급감한 것이 '치명타'였다. 야당은 이 같은 여당의 '원전 올인' 정책에 반대 의견을 내비치며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장해 온 바 있다.

이번 민주당의 단독 예산 삭감은 윤석열 정부의 원전 정책에 대한 '반격'으로 풀이된다. 여당이 쌓아온 원전 생태계 회복 기조를 야당이 단숨에 무너뜨린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치 논리'에 과학과 기술을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다수 의석의 힘을 앞세워 무작정 여당 정책에 반기를 들 것이 아니라, 눈앞에 놓인 원전 생태계 붕괴 위험 및 그 여파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흔들리는 에너지 시장, 원자력 대체재 사실상 없어

원전 예산 삭감이 침체한 국내 에너지 시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국내 주요 전기공급 사업자인 한국전력공사는 200조원 이상의 대규모 부채를 떠안은 상태로, 막대한 금전 투자가 필요한 송·배전망 투자를 계속해서 미루고 있다. 관련 투자가 지연될 경우 전력망이 불안해지고 전기 품질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 차후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국제 물가가 '널뛰기'를 이어가며 우리나라 전력 공급의 중심축인 화력발전도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급작스럽게 원전 예산이 줄어들 경우 위태로운 국내 에너지 시장이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원전의 확실한 '대체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야당은 원전의 대체재로 재생에너지를 지목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대안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산업부가 발표한 ’단위 발전량 대비 투자 비용 분석‘ 자료에 따르면 1kwh의 전기를 생산할 때 원전은 500원, 풍력은 4,059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태양광 발전 비용 역시 3,422원으로 원전의 6.8배에 달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차후 전 세계적으로 원전 발전 비용이 높아지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은 낮아질 것이라 전망한다. 언젠가는 재생 에너지가 원전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당장 내년부터 이 같은 이론을 실현할 만한 역량이 없다. 결국 정쟁 성격을 띠는 야당의 무책임한 예산 삭감은 산업계는 물론, 차후 국민의 일상에도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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