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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 혹한기, 연쇄창업가·초보창업가 모두 거래건수·거래가치 감소 자금조달 규모·기업 가치 평가·자금 조달 속도 등에선 큰 차이 보여 연쇄창업가의 검증된 능력과 깊은 유대감이 주효
최근 VC(벤처캐피탈) 거래 감소로 인해 유럽의 창업가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실적이 검증된 연쇄창업가들은 레퍼런스가 없는 초보창업가보다 자금 조달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은 지난 5일 연쇄창업자가 가지는 이점에 대해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쇄창업가·초보창업가, 거래 건수 감소율은 비슷
피치북은 지난 10년간의 유럽 창업가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VC 거래 데이터를 조사해 연쇄창업가와 초보창업가 간 차이를 측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연쇄창업가들이 조달한 라운드 수는 37.3% 감소했다. 초보창업가가 40%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소폭 선방한 셈이다.
반면 동일 기간 거래 가치에서는 초보창업가가 조달한 자본이 55% 감소, 연쇄창업가는 45.5% 감소한 수치를 기록해 의미 있는 차이를 보였다. 이는 연쇄창업가가 이미 기업을 성공적으로 설립하고 엑시트(투자금회수)하는 등 안정적인 투자 경험을 입증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한 지난 10년 동안 유럽의 VC 생태계가 확대되면서 연쇄창업가의 수가 늘어났는데, 이는 연쇄창업가의 자본 조달 규모가 초보창업가의 자본 조달 규모만큼 감소하지 않은 또 다른 이유로 풀이된다. 아울러 더 많은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엑시트함에 따라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오퍼레이터들(Operator)도 증가했다.
연쇄창업가들, 자본 조달 규모 면에서 초보창업가들 크게 앞질러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연쇄창업가가 조달한 자금 중앙값은 507만 달러(약 67억원)로, 초보창업가의 190만 달러(약 15억원)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쇄창업가의 경우 이미 자금 조달 능력과 기업 운영 능력이 증명된 만큼 투자자들이 더 큰 베팅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연쇄창업가들은 이미 일련의 투자 프로세스를 거치면서 투자자와 깊은 관계를 형성한 데다 더 나은 피칭 기술을 갖추고 있다. 투자자들이 연쇄창업가의 기업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이유다.
자금 조달 규모와 달리 올해 연쇄창업가들의 프리머니 밸류에이션(투자 유치 전 기업가치)의 중앙값은 감소하고, 초보창업가들의 경우 해당 수치가 증가하는 모양새다. 이는 VC 버블로 연쇄창업가의 스타트업이 과대 평가됐다가 하락 시장에서 조정을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쇄창업가가 유리한 이유
한편 초보창업가와 연쇄창업가가 첫 라운드 자금을 조달하는 데 걸린 시간 스프레드(간격)는 올해 크게 벌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초보창업가는 2.2년이 걸린 반면 연쇄창업가는 1.2년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연쇄창업가들이 스타트업을 외부 자본 유치 없이 운영하는 부트스트래핑(Bootstrapping) 기간이 훨씬 짧은 데다, 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투자 유치도 먼저 시작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고금리, 고물가 등 경제 환경 악화로 인해 많은 벤처기업이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연쇄창업가는 이 가운데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2024년까지 지속될 경우 유럽의 연쇄창업가들은 더 많은 자본을, 그것도 빠른 속도로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첫 라운드 조달에 소요되는 시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