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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지가 예상한 2040년의 韓, 1인당 GDP가 현재 2배? "삼전급 기업 늘어야" 매서운 전제조건, 업계 "비현실적이다" 끓어오르는 냄비 속 물, 우리나라는 도약할 힘 잃은 개구리
세계 1위 컨설팅 업체로 꼽히는 맥킨지앤드컴퍼니(이하 맥킨지)가 지난 11일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특정 요건을 충족하면 한국의 2040년 GDP(국내총생산)가 4,5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지난 11일 맥킨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의 다음 S곡선(Korea’s Next S-Curve)’ 보고서를 발간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장밋빛 전망'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더 이상 맥캔지의 전망치(경제성장률 4%)에 도달할 만한 기초 체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맥킨지, "韓 '잘만 하면' 2배 성장한다"
맥킨지는 보고서를 통해 "2040년 한국의 GDP 규모가 3조2,000억~3조4,000억 달러(약 4,160조~4,420조원)에 달해 세계 7대 경제 강국 대열에 진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S&P(2조4,000억 달러), 영국분석업체인 EIU(2조2,000억 달러) 등의 전망치를 대폭 웃도는 수치다. 맥킨지가 제시한 규모의 GDP를 달성할 경우, 2040년 한국의 1인당 GDP는 7만 달러(약 9,100만원)에 도달하게 된다. 지난해(3만2,237달러)와 비교하면 2배 이상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2040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4%대에 진입해야 한다. 맥킨지는 "4%대로 도약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한국이 4%대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연결기준 매출 1,000억 달러(약 130조원) 규모의 기업이 현재 3곳에서 8곳으로 늘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지난해 매출 1,000억 달러를 돌파한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맥킨지는 매출 100억 달러(약 13조원) 기업은 54곳에서 74곳으로, 매출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 기업은 418곳에서 518곳으로 대폭 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바이오, 인공지능(AI), 모빌리티, 반도체 등의 산업군에 이 같은 성장이 집중돼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생산성 역시 지금보다 2배가량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 한국의 중소기업 생산성은 대기업의 약 30%에 그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0%를 대폭 하회하는 수준이다.
한국 자본시장 몸집을 불려야 한다고도 분석했다. 현재 한국의 GDP 대비 자본시장 규모는 2018~2022년 기준 9.5%로 미국(25.0%), 영국(20.6%), 일본(11.0%) 등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차후 주주 가치를 제고하고 후진적 지배 구조를 개선해 자본시장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막연한 경제성장률 4%, 업계는 "헛된 꿈"
보고서를 접한 업계는 오히려 '암담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맥킨지가 제시한 평균 성장률 4%가 터무니없는 수치라는 것이다. OECD는 한국의 올해 잠재성장률(인플레이션 등 부작용 없이 최대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1.9% 수준으로 점쳤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023년 아시아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내년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제시했다.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할 만한 기반도 없다. 맥킨지는 현재 우리나라 경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모험 자본 시장의 정체 △국가 기둥 산업의 글로벌 경쟁 심화 △중소기업 생산성 부진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전반이 정체하고, 선도적인 입지를 점했던 사업에서 점차 밀려나며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설상가상으로 2020년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가 현실화하며 노동 생산성 역시 내리막길만을 앞두고 있다. 경제 성장의 발판이 줄줄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셈이다.
2013년 맥킨지는 한국 경제를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한 바 있다. 미지근한 물에 개구리를 넣고 서서히 가열하면 온도 변화를 느끼지 못한 채 죽음을 맞는다는 '삶은 개구리 증후군'을 인용한 것이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맥킨지는 개구리를 냄비 밖으로 꺼내는 과감한 시도와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펄펄 끓어오르는 물 속에서 힘을 잃은 우리나라는 '탈출'을 위한 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