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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 행진 이어가던 연준, 드디어 '피벗' 신호 보낸다 한국 '장기 침체' 점치는 주요 기관, 올해 경제성장률 2% 전망 부동산 PF 위기·중국 경기 침체 악재 겹쳤다, 1%대 비관적 예측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올해 내 피벗(Pivot·정책 기조 전환)이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국내 시장에서는 이른바 'L자형' 장기 침체(침체 상황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불황 국면)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 침체, 최근 본격화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등 악재가 겹치며 경기 전반이 가라앉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준금리 하락해도 2% 저성장 이어진다?
연준은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 금리를 5.25~5.5% 수준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글로벌 경기는 고금리의 파도에 휩쓸리며 순식간에 가라앉았고, 각국은 본격적인 경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상황이 변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당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 논의가 가시화하고 있다"며 본격적인 피벗 신호를 보냈다. FOMC 위원들도 2024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5.1%에서 4.6%로 하향 조정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사실상 확정된 상황이지만, 국내 시장의 올해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한은이 내놓은 우리나라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2.1%에 그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는 2.2% 수준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한은과 동일한 2.1%의 전망치를 제시했다. 대다수 기관이 2% 언저리의 성장률을 점치고 있는 것이다.
학계 역시 한국 경제가 장기간 1~2%대 저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11월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211명의 대학 교수를 대상으로 진행한 ‘최근 경제 상황과 주요 현안’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3.2%가 1~2%의 저성장 기조를 예측했다. '내년(2024년)에 2%대에 진입하고 2025년부터 평균 3%대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 응답자는 14.4%에 그쳤다. 곳곳에서 이른바 L자형 장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셈이다.
전망치 끌어내리는 '부동산 PF' 위기
일각에서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제기된다. LG경영연구원은 '경영인을 위한 2024년 경제 전망'에서 올해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을 1.8%(상반기 1.9%, 하반기 1.7%)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성장률 추정치(1.3%) 대비 0.5%포인트(p) 높지만, 한은의 전망치(2.1%)와 비교하면 0.3%p 낮은 수치다.
지난해 12월 이창용 한은 총재는 IT 부문을 제외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1.7%에 그칠 것이라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한은의 예상치(2.1%)는 IT 수출 회복 기대가 반영된 값이며, 사실상 IT를 제외한 산업 분야의 올해 체감 성장은 상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이를 고려해 보다 세밀한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이후 본격화한 부동산 PF 위기는 '1%대 저성장' 우려에 불을 붙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47개 저축은행의 부동산PF 요주의 고정이하 여신(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의 연체 여신) 비율은 2021년 말 10.1%에서 지난해 6월 말 51.0%로 급증했다. 1년 반 만에 부실채권 비율이 5배가량 치솟은 것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건설업 관련 연체액은 2년 만에 3배 이상 늘었고, 연체율도 2배 이상 불어났다.
업계에서는 특히 올해 만기가 집중돼 있는 '브릿지론'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3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브릿지론 중 절반 가까이가 손실 처리될 수 있다는 분석마저 제기된다. 토지 매입 비용 조달 수단인 브릿지론은 10~15%에 달하는 고금리 상품인 데다, 사업 진척이 난항을 겪을 경우 사실상 자금 회수가 어렵기 때문이다. 부동산 PF '시한폭탄'의 위기가 가시화하는 가운데, 시장의 불안감은 꾸준히 고조되고 있다.
가라앉는 중국, 함께 흔들리는 한국
중국의 경기 침체 역시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고질적인 부동산 침체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부동산 공급 과잉과 인구 감소, 실수요층(25~49세) 감소 등 악재가 겹치며 시장 전반이 가라앉은 것이다. 헝다그룹, 컨트리가든(비구이위안) 등 내로라하는 대형 건설사들은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줄줄이 도산했다. GDP의 30%를 차지하는 대형 시장이 가라앉자 중국 경기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지방정부의 부채 급증 역시 중국 경기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IMF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중국 지방정부 부채의 GDP 비중은 산하 기관인 융자플랫폼의 채무를 포함할 경우 76%에 달한다. 이 중 융자플랫폼 채무의 GDP 비중은 2022년 47%로 전체 지방정부 부채의 62%에 육박한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지방정부의 주요 수입원인 토지 매각 수익이 급감, 융자플랫폼 채무가 급증한 것이다. 이처럼 지방정부 부채가 급증할 경우 지방정부의 인프라 투자를 기반으로 하는 중국의 고성장에도 '브레이크'가 걸리게 된다.
미국으로의 자본 유출도 위험 요소다. 현재 중국 국채금리는 10년 기준 2.5~2.6% 수준으로, 미국(3.8~3.9%) 대비 1.3%포인트 낮다. 이에 중국에 머물던 투자 자금은 신용도가 좋고 금리가 높은 미국으로 빠르게 유출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대만과의 갈등상태 등 지정학적 위기 역시 자금 유출의 '트리거'로 작용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중국 주식과 채권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액은 약 310억 달러(약 39조7,000억원) 감소했다. 이는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최대 순유출 규모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한국 역시 유사한 전철을 밟으며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