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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불법금융광고 감시시스템'에 AI 본격 도입 예정 구글 AI 언어 모델 '바트' 활용, 불법 광고 판별 자동화한다 고금리로 관련 문제 심화, 윤 대통령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 선포
금융당국이 불법 사금융 광고 감시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한다. 금융감독원은 4일 '불법금융광고 감시시스템 고도화' 계획을 발표, AI 기반 불법금융광고 감시시스템을 본격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서민들이 제도권 대출의 울타리에서 속속 밀려나는 가운데,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불법 사금융 근절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AI 도입해 감독 범위 넓힌다
금융감독원은 지금까지 광고 텍스트를 기반으로 키워드를 필터링하는 감시 시스템을 채택해 왔다. 차후 AI 기반 감시 시스템이 본격 도입될 경우,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을 활용해 불법성 판단 범위를 한층 확대할 수 있다. 불법금융광고 내 이미지 형태로 표현된 불법 내용 및 전화번호를 텍스트로 자동 변환, 기존 불법성 판별 대상이었던 게시글뿐만 아니라 이미지까지 감시 범위가 넓어지는 식이다.
또한 금융감독원은 구글이 개발한 AI 언어 모델 '버트(BERT)'를 불법 광고 탐지에 활용하기로 했다. 2021년부터 누적된 불법금융광고 게시물 심사 결과 6만5,000건을 자연어처리(NLP) 모델에 학습, 광고에 표현된 이미지와 게시글이 불법인지 자동 판별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계획이다. 판별 대상은 △불법대부 △작업대출 △통장 매매△ 개인신용정보 매매 △휴대폰 소액결제 △신용카드 현금화 등 6개 유형 불법 광고다.
불법금융광고 심사 속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심사 과정은 불법 광고가 위치한 웹사이트 주소에 재접속 후 별도 심사를 하고, 증빙 자료를 별도 채증해 전자 공문을 송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차후 금융감독원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해 불법금융광고 차단 요청, 심의 결과 통보 등 프로세스 전반을 자동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고금리와 함께 등장한 불법 사금융 수요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민을 노린 불법 사금융 피해는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제도권 금융의 '최후 방어선'으로 꼽히는 대부업체가 조달 비용 급증으로 인해 정상적인 대출 영업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익성 문제로 현재의 법정 최고금리(연 20%)보다 낮은 대출 상품을 취급할 수는 없다고 호소한다. 결국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수요는 고스란히 불법 사금융으로 유입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를 '기회'로 인식한 불법 사금융 업체들은 공격적으로 고객을 모집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9월 사이 발생한 불법 광고 게시물 삭제 등 조치 의뢰는 지난해(1만1,481건) 대비 15.9% 증가한 1만3,304건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단순히 고리의 불법 사금융을 권유하는 것을 넘어 피해자 나체 사진 수집·협박, 살해 협박 등 악질적인 수법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사채업자들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각 기관은 본격적인 관리·감독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말까지 금전대부 5개사, 매입채권추심업자 5개사 등 10개 대부업자를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AI 기술 도입 역시 이 같은 '불법 사금융 근절'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