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매각 금액 6,800억원→2,990억원 가동 공장 베이징2·3공장 2곳 남아 1%대 시장 점유율, 고급화로 반전 노려
현대차그룹의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가 충칭공장을 약 3,000억원에 매각했다. 이는 2년여 전 베이징1공장에 이은 두 번째 중국 공장 매각으로, 5곳까지 늘어났던 현지 생산 거점은 이제 3곳만 남게 됐다. 현대차는 이같은 생산 운영 합리화를 통해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충칭시 소유 투자그룹이 적극 매수
17일 업계에 따르면 베이징현대는 지난해 말 중국 충칭 공장을 충칭시 량장신구 소재 위푸공업단지건설유한공사(위푸공사)에 매각했다. 2017년 가동을 시작한 충칭공장은 현대차의 5번째 중국 생산거점으로 연간 30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베이징현대는 지난해 8월 충칭공장을 매물로 내놨고, 약 4개월 만에 매각 절차를 완료했다.
매각 금액은 16억2,000만 위안(약 2,990억원)으로 당초 현대차가 제시한 매각 금액인 36억8,000만 위안(약 6,8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충칭공장을 설립하는 데 약 1조6,000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충칭공장 매각 후 현대차의 중국 공장은 베이징2공장과 베이징3공장, 창저우공장 등 3곳뿐이며, 이 중 창저우 공장은 지난해 6월부터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위푸공사는 충칭시가 소유한 충칭량장신구개발투자그룹이 최대 주주로 있는 기업이다. 해당 투자그룹은 베이징현대로부터 사들인 충칭 공장을 또 다른 자회사 신에너지자동차산업개발의 전기차 생산시설로 개조·운영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사실상 충칭시가 이번 공장 인수를 주도한 것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중국 시난 지방에 위치한 중국 4대 직할시 중 하나인 충칭시는 중국 내 핵심 자동차 생산기지로 꼽힌다. 2020년부터 조성된 위푸공업단지 내 친환경차 산업단지에는 베이징현대를 비롯해 상하이제너널모터스, 창안자동차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주요 부품사들이 연이어 입주했으며, 지난해에는 11월까지 생산된 친환경차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000억 위안(약 18조원)을 돌파하며 베이징, 광저우 등 대규모 산업 도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충칭공장 매각이 순조롭게 마무리됨에 따라 현대차의 중국 사업 재편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우리는 중국에서의 사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사업 효율화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번 충칭공장 매각은 생산 운영 합리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2019년 이후 적자 행진, 전기차 전략도 성과 미미
중국 시장 내 현대차의 고전은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대대적 보복 조치로 본격화했다. 2016년 179만2,000대로 중국 시장 내 연간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던 현대차는 2022년 판매량이 25만4,000대로 급감했다. 2013년 1조9,370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도 2019년 이후 매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사이에만 총 2조9,861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내며 중국 사업 지속에 먹구름이 꼈다. 한때 7%를 웃돌았던 현대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22년 1.68%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월에는 전기차 기술력과 관련된 인물들로 베이징현대 임원진을 대거 교체하며 반전을 노리기도 했다. 전 세계적인 친환경차 확대 움직임 속에서 내연기관차 중심의 라인업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당시 현대차는 중국에 배치된 상무급 인사 20여 명 중 약 30%인 6명을 교체하며 조직을 개편했고, 이후 중국 전기차 전략에 속도를 높였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의 중국 판매 대수는 25만7,000대로 전년 대비 1.2% 증가에 그쳤다.
재진입 가능성 희박한 시장에서 ‘승부수’ 통할까
중국 내 외국 자동차 기업의 부진은 비단 현대차만의 일이 아니다. 한때 저가 소형 모델을 앞세워 승승장구했지만, 현지 브랜드의 급격한 성장세에 밀려 부진한 성적을 보인 일본 완성차 업체 토요타가 대표적 예다. 중국 시장 진출 후 2022년 처음 판매량 감소를 기록한 토요타는 이듬해에도 6.6%의 역성장을 기록하며 사업 불확실성이 커졌다. 지난해 8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출하겠다고 밝힌 후 대일 감정 악화에 따른 결과로, 이후 토요타는 현지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와 협업해 준중형 전기 세단 bZ3를 공동 개발하는 등 사업 정상화에 한창이다.
현대차는 고성능·고급화 전략을 내세웠다. ‘반값 전기차’ 등 가격을 무기로 내수 시장을 장악한 현지 업체들과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고, 독보적인 기술력을 앞세운 프리미엄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구체적으로는 중국 내 판매 라인업을 기존 10여 종에서 8종으로 축소하고, 제네시스와 팰리세이드 등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에 박차를 가한다. 이와 함께 무파사 등 현지 소비자들의 취향을 겨냥한 전략형 모델 홍보도 확대한다.
업계는 현대차의 이같은 움직임을 필사의 자구책으로 해석했다. 현지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사업을 일부 철수했다가 추후 재진입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중국 시장 철수는 20여 년 동안 구축한 현지 네트워크와 브랜드 이미지를 모두 매몰 비용으로 만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이는 경쟁 기업을 제거하려는 현지 기업들이 가장 원했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