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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뉴욕증시 일제히 하락,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5주래 최고치 예상치 웃돈 소비 지표 및 전날 연준 위원들 매파적 발언 영향 금리선물시장 '3월 인하 확률'은 여전히 60% 이상, "디스인플레이션 예상"
뉴욕증시와 미국 채권시장의 지지부진함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 소비 지표의 호조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위원들이 금리인하 신중론을 제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요 금융사들마저 3월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는 경고를 내놓는 가운데, 미 금리선물시장 등 투자자들은 여전히 3월 인하론을 강하게 지지하고 있다.
뉴욕증시 일제히 하락,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5주래 최고치
17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94.45p(0.25%) 내린 3만7,266.67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500지수도 26.77p(0.56%) 하락한 4,739.21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도 88.73p(0.59%) 하락한 1만4,855.62에 마감했다.
이날 미 국채 시장도 전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며 오름세를 이어갔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3.9bp 상승한 4.103%를 기록하며, 5주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책 금리와 비슷한 향방을 보이는 2년물도 12.6bp 오른 4.352%를 기록했다.
뉴욕증시와 국채시장이 일제히 하락한 건 장 시작 전 발표된 미국의 소비 지표가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0.6% 증가한 7,099억 달러(약 949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전망치(0.4%)와 전월치(0.3%)를 모두 뛰어넘는 수준으로, 크리스마스와 연휴 기간에 걸친 대규모 할인 행사가 소비 심리를 자극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예상치를 웃돈 소비 지표가 소프트랜딩 확률을 높이면서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장중 낙폭을 각각 0.9%, 1.2%까지 키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공개된 미국 연준의 베이지북이 공개되면서 낙폭이 소폭 줄었다. 베이지북에 따르면 연준은 지난해 12월 이후 관할 지역 대부분에서 고용 둔화 조짐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채용 지원자 증가와 이직률 하락함에 따라 임금 상승이 완화하고, 고용을 선택적으로 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인 것으로 드러났다.
다보스포럼서도 금리인하 기대감 ‘시기상조’
이날 뉴욕증시의 약세는 전날 연준 위원들의 발언에 따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연준의 대표적인 매파 인사들은 미국의 기준금리와 관련한 3월 조기 인하론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바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콘퍼런스에서 “현재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근접해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승리를 선언하기 전에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며 “금리를 너무 일찍 내리기 시작한 후 물가 오름세가 재개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행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1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완화정책을 시작하고 인플레이션이 마치 시소처럼 널뛰기한다면 나쁜 결과가 될 것이며, 국민들의 신뢰를 약화할 수 있는 행동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조기 인하에 대한 신중론을 제기했다.
아울러 이날 미국의 주요 금융인들도 금리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연준이 올해 3차례 인하를 예상하는 상황에서 시장이 6차례에 걸친 인하를 기대하며 과도하게 앞서간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의 자산운용사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회장 겸 CEO 론 오핸리는 17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연준은 점도표 상으로 자신들의 예상을 분명히 밝혔지만, 시장이 왜 이를 확대 해석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평가했다. 로버트 홀츠만 오스트리아중앙은행 총재 겸 유럽중앙은행(ECB) 위원도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경기침체 확률이 높아졌지만, 홍해 리스크나 미국의 지속된 임금 상승에 따라 오히려 일부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운 상태까지 직면할 수 있다”고 짚었다.
시장 “근원 PCE 3%대, 더 이상 고물가 시대 아니야”
다만 시장의 3월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강하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은 현재 연준이 1월 동결 후 3월 FOMC에서 금리를 0.25%p 이상 인하할 가능성을 61.4%로 보고 있다. 5월 50bp 인하 확률 역시 50.5%에 이르며 전주 대비 큰 변화가 없다.
연준 위원의 매파적 발언이나 금융사들의 지적에도 시장이 3월 조기 인하를 유력하게 보는 이유는 물가지표에 있다. 지난달 발표된 미국의 작년 11월 PCE 근원물가상승률은 3.2%로, 2021년 4월(3.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불과 1년여 전 5%를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셈이다. 여기에 최근 발표된 작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마저 3%대로 안착한 것으로 미뤄볼 때 더 이상 고물가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울러 생산자물가지수(PPI)가 3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는 점도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둔화) 기대와 함께 조기 인하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12월 PPI는 전월 대비 0.1% 상승할 것이란 월가 전망과 달리 오히려 0.1% 하락했다. 통상 PPI는 일정 시차를 두고 최종 소비재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소비자물가의 선행 지표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연준이 올해 최대 4번의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국내 금융투자 업계 매크로 전략팀 관계자는 “미국 근원 PCE지수의 최근 3개월 및 6개월 월간 변화율의 평균치를 토대로 오는 4월 물가 수준을 계산해 보면 2.8~2.9%로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여기에 올해 경기침체 확률이 크게 낮아지지 않는다면 최대 100bp까지 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