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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부터 마이데이터 트래픽 따라 사업자에 과금 단, 중소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에겐 50% 비용 감액 핀테크 업계 “적자폭 큰 중소업체에 부담 불 보듯 뻔해”
정부가 마이데이터 전송료를 원가 수준으로 산정하겠다던 과금안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빅테크는 약 200억원의 과금을 트레픽 기준으로 부담하게 됐으며, 은행은 약 107억원을 배분받게 됐다. 다만 마이데이터 사업자 가운데 직전 3년 매출액 80억원 미만인 중소형 업체들엔 비용 50%를 감액해 주기로 했다. 현재 마이데이터 관련 사업에서 흑자를 내는 업체는 거의 없는 핀테크 업계 상황으로 볼 때 마이데이터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비중이 높은 중소 사업자들 위주로 타격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데이터 전송 원가 수준으로 과금, 중소형 업체는 50% 감면
10일 한국신용정보원(신정원)은 마이데이터 주요 업권을 대상으로 '금융분야 마이데이터 과금 설명회'를 진행하고, 마이데이터 과금 운영 방안과 과금 체계 등을 발표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은행, 상호금융, P2P(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여신전문금융, 보험, 통신, 전자금융 등 업계 담당자들이 참석했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의 재무현황 정보를 한데 모아 분석해주는 서비스로 2022년 초 본격 도입됐다. 이를 통해 금융사들은 소비자에게 금융·소비 패턴 등 정보를 제공해주고, 핀테크 기업은 이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적합한 금융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간 데이터 제공 업체가 마이데이터 시행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과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지속 제기되자, 금융당국은 지난달 회계법인 용역을 통해 마련한 과금 산정 절차를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등에 전달했다. 이후 지난 4일 과금 산정 초안에 대한 업계 의견이 수렴되면서 최종안이 확정됐다.
마이데이터 정보 전송은 데이터의 최신성 및 정확성을 유지하기 위해 고객이 앱에 접속하지 않아도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정기적으로 직접 전송을 요구하는 '정기적 전송'과 고객이 직접 앱에 접속해 새로고침, 업데이트 등을 시행하는 '비정기적 전송'으로 나뉜다. 이때 전체 호출량 중 정기적 전송 비중은 22% 수준으로, 최종안에 포함된 마이데이터 과금액은 ‘정기적 전송' 데이터 비율과 투입된 비용 원가를 토대로 282억원이 책정됐다.
282억원에 대한 과금은 ‘전체 API 호출 성공건수 비중’을 기준으로 사업자에게 배분된다. 다시 말해 마이데이터 전체 과금은 정기적 전송으로 비용을 책정하되, 사업자는 정기적전송과 비정기적전송 전체 트래픽량에 비례해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사업자가 과금을 피하기 위해 고객에게 정기적 전송 여부 동의 등을 고의로 변경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에 따라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등 빅테크 3사는 마이데이터 과금 금액을 트래픽에 비례해 부담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50% 이상으로 업계 내 가장 많은 트래픽량을 차지하는 토스는 최소 100억원에서 최대 14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할 것으로 예상된다. 빅테크 외에도 카드캐피탈, 은행, 핀테크, 금융투자, 보험 등 업권별로 마이데이터 비용이 과금될 예정이다. 다만 중소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이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을 고려해 중소형 사업자를 대상으로는 과금액의 50%를 감액해 주기로 했다. 중소형 사업자 기준은 직전 3년 매출액 80억원 미만이거나, 서비스 시행일 기준 1년 이내 사업자다.
핀테크 업계 마이데이터 과금에 ‘울상’
이번 마이데이터 과금안을 두고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기적전송에 투입된 비용 원가를 토대로 과금하겠다곤 하지만, 현재 핀테크 업체 대부분이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카오페이·토스·핀다’ 3사의 지난해 말 기준 결손금 총합은 1조580억원으로 전년 동기(769억원) 대비 37.51% 넘게 증가했다. 경비가 총 수입금액을 초과하는 경우의 초과금을 뜻하는 결손금이 확대됐다는 건 자본잠식 상태가 그만큼 더 심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지난 3분기 기준 카카오페이와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누적 당기순손실은 각각 168억원, 1825억원에 달했다.
현재 핀테크 업계에서 마이데이터 관련 사업에서 흑자를 내는 업체는 거의 없다. 그나마 다른 사업에서 이익을 내는 업체의 부담은 덜 할 수 있지만, 새로운 시장을 보고 뛰어든 중소업체는 기존 적자에 정보 이용료까지 부과되면 경영에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다. 국내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각 사업체별로 정기적 전송의 비중이 천차만별인 가운데 해당 비중이 큰 사업자들 위주로 출혈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업계 대부분 마이데이터 전송에 따르는 비용을 납부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던 상황에서 납부 시기를 더 유예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