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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가 새빨갛다" SNS 뒤흔든 화곡동 일대 '무더기 경매' 지도 전국 부동산 시장 뒤덮은 전세사기 피해, 전세 기피·월세 선호 심화 다 떨어지는데 아파트 전세만 뛴다? 전세사기로 고장난 부동산 시장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곳곳에서 붉은색 지도 이미지가 공유되기 시작했다.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 '무더기 경매'의 현실을 담은 지도였다. 해당 지도의 출처는 대법원 사이트 경매 정보, 자산관리공사의 공매 정보 등을 수집·공유하는 '경매지도'라는 이름의 부동산 사이트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세 사기 피해 사례가 수면 위로 속속 드러나며 시장의 공포감이 가중되는 가운데, 임차인들은 전세사기범의 주무대인 빌라·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시장에서 눈을 돌리고 있다.
확산하는 비아파트 '전세 사기 공포'
강서구는 지난해 서울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자치구다. 지난해 강서구 내에서 발생한 사고 건수는 145건에 달하며, 사고 금액은 340억원에 육박한다. '붉은 지도'의 주인공인 강서구 화곡동은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이 특히 많이 발생한 지역이다. 2015년부터 2019년 화곡동 일대 빌라 283채를 매입·임대하고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임대사업자 강모(56세)씨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2022년 부동산 시장을 발칵 뒤집었던 '빌라왕' 故 김모(당시 42세)씨 역시 화곡동 빌라 80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한편 해당 지도 이미지를 접한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전세사기의 위협이 강서구와 화곡동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전국 각지에서 전세사기 피해 사례가 꾸준히 누적되고 있으며, 수많은 임차인이 전세 포비아(공포)를 호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전세 사기 피해가 집중됐던 비아파트 시장에서는 본격적인 '전세 기피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전날 기준) 서울에서 발생한 빌라 전월세 거래(4만5,891건) 중 월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54.9%(2만4,665건)에 달했다. 전세 거주를 기피하는 임차인들의 수요가 월세로 몰린 것이다.
비아파트 임차인들의 월세 선호 기조는 국토교통부의 연간 주택통계 조사 결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해 전월세 거래(신고일 기준) 통계를 살펴보면,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2022년 43.5%에서 지난해 44.1%로 0.6%p 느는 데 그쳤다. 반면 전세 사기 피해가 집중됐던 비아파트 시장의 월세 거래 비중은 59.6%에서 65.6%로 자그마치 6%p 증가했다.
아파트 전세만 오른다? 기형적인 부동산 시장
일부 수요자들은 아예 비아파트 시장을 떠나 아파트 전세 매물을 찾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 전반에 찬바람이 몰아닥친 가운데 아파트 전셋값만이 상승곡선을 그리는 이유다. 실제 KB국민은행이 29일 내놓은 1월 월간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월 평균 0.45% 상승하며 전월(0.47%)과 비슷한 수준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9% 하락해 전월(-0.11%) 대비 낙폭이 커졌다.
한편 수요자를 잃은 비아파트 전세 시장은 점차 가라앉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연립·다세대(빌라)의 평균 전세가율은 68.5%로, 2022년 12월(78.6%) 대비 10.1%p 하락했다. 이는 2022년 8월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 2022년 80%를 훌쩍 웃도는 전세가율로 '깡통주택' 공포를 조성했던 비아파트 시장이 이제는 매물 누적으로 인해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매매 거래 역시 급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서울 빌라(다세대·연립) 매매 거래량은 2만2,398건으로 전년 동기(3만2,865건) 대비 31.8% 감소했다. 사회적 인식 악화, 고금리 상황 등 악재가 겹치며 투자자들의 거래 수요 감소가 대거 이탈한 결과로 풀이된다. 비아파트의 또 다른 '축'인 오피스텔 시장 역시 쏟아지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로 신음하고 있다. 비아파트 시장 전반이 전세사기의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연이은 전세사기가 수요자들의 심리를 뒤흔들며 시장 침체를 가속했다는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