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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라고" 전국 '국민평형' 평균 분양가 6,463만원 뛰었다 눈높이 낮춘 실수요자들, 전용면적 60㎡ 소형 아파트 청약 증가 분양가 급등에 쌓이는 미분양 매물, 건설시장 '혹한기' 본격화
실수요자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소위 '국민평형'으로 꼽히던 전용면적 84㎡(옛 33·34평)의 입지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고물가 기조로 인해 건설 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자,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에 1순위 청약자가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곳곳에서 한동안 분양가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분양 시장 침체 가속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너무 비싸니 소형으로" 국민평형 흔들린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1,736만원으로 전년(1,546만원) 대비 190만원 상승했다.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계산하면 1년 사이 분양가가 6,463만원 급등한 셈이다. 원자재값과 인건비 상승세로 공사비가 급등한 가운데, 1·3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경기 주요 지역이 분양가 상한제 등 규제에서 벗어나며 전반적인 분양가가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분양가 급등에 부담을 느낀 실수요자들은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서울 내 1순위 청약자(27만5,141명) 중 전용면적 59㎡ 이하 소형 아파트에 청약한 비중은 자그마치 51.81%(14만2,555명)에 달한다. 아파트 매매 시장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서울의 전용 60㎡ 이하 아파트 매매 비율은 47.2%로, 중형·대형 매매 비율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비단 서울에만 국한되는 현상이 아니다.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아파트 분양가가 높은 제주도의 경우, 평균 분양가가 전국 평균(526만1,000원) 대비 48% 높은 780만1,000원까지 치솟았다(지난해 12월 기준). 이는 전년 동기(695만5,000원) 대비 12.2% 높은 수준이다.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계산하면 1년 사이에 분양가가 6,000만원 이상 상승한 셈이다.
치솟은 건설 자재 물가, 지쳐버린 실수요자들
아파트 분양가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건설 원자재 가격 급등이 지목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용 중간재 물가지수(2015년=100)는 2020년 12월 106.4에서 지난해 12월 144.2로 35.5% 치솟았다. 이는 제조업자가 판매한 상품 전반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22.4%)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레미콘(34.7%) △시멘트(54.6%) △철근(64.6%) △형강(50.4%) △아연도금강판(54.1%) △건축용금속공작물(99.5%) 등 대부분의 자잿값이 급등하자, 건설사들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줄줄이 분양가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어지는 경기 침체 및 고금리 기조로 '탈진'한 실수요자들에게 분양가 부담을 견딜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다. 대다수 실수요자는 높아진 분양가를 감당하는 대신 주택 구입을 연기하기를 택하고 있다.
주택 구매 수요가 급감하자 분양 시장은 얼어붙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2,489가구에 달한다. 이는 전월(5만7,925가구) 대비 7.9%(4,564가구) 증가한 수준이다. 3월부터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이던 미분양 주택 수가 10개월 만에 상승 전환한 것이다. 특히 분양가가 폭발적으로 뛴 수도권의 미분양 주택은 1만31가구로, 지난해 11월 대비 43.3%(3,033가구) 급증했다. 부동산 시장 전반에 싸늘한 냉기가 감도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분양가 상승이 오히려 건설시장 침체를 부추길 것이라는 비관적인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