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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3사 생산량 감소에 전기차 업체들과 보상금 협상
국내 양극재 3사도 1분기 부진한 성적표, 투자 조절 공식화
정부 보조금에 연명하던 중국 전기차 업체들도 줄도산 위기
국내 배터리 업계가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일제히 보상금 협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기차 수요가 급격히 둔화하면서 완성차업체의 배터리 주문량이 당초 계약상의 최소 구매량에도 못 미쳤기 때문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가 LG에너지솔루션· SK온·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에 지급해야 할 보상금은 5,000억~6,000억원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양극재 3사도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의 여파로 실적이 부진함에 따라 투자를 줄이기로 하는 등 전기차 관련 산업으로 위기가 확대되면서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전기차 수요 제고를 위한 정책적 대응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손실 수렁에 빠진 배터리 3사, 고객사들과 보상금 협상
5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국내 배터리 3사는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들과 최소 구매 물량 미달분에 따른 보상금 협상을 진행 중이거나 완료했다. 최근 배터리 3사는 글로벌 전기차 업계의 배터리 재고 조정에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후 배터리사들는 대규모 수주 물량을 채우기 위해 신·증설을 진행 중인데 이로 인해 신규 투자가 확대된 상황에서 기존 공장의 가동률이 줄어들면서 배터리업계의 비용 부담이 커졌다.
여기에 전기차 수요 위축까지 더해져 국내 배터리사의 실적이 더욱 악화했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 받은 첨단 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1,889억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31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AMPC를 제외한 영업이익률은 -0.5%다. 주요 고객사인 GM(제너럴모터스) 볼트가 단종되면서 배터리 납품이 감소했고 미국 미시간 공장이 리모델링에 들어가면서 가동이 중단된 여파로 해석된다. 유럽 공장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1분기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 공장의 가동률은 30%대로 매우 저조했다. 업계에서는 폴란드 공장의 주요 고객사인 폭스바겐, 포드, 볼보 등의 재고 조정이 지속되면서 2분기 가동률도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SK온은 1분기 영업손실 3,315억원을 기록하면서 9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을 186억원까지 줄였지만, 올해 1분기 적자 폭이 다시 커졌다. 주요 고객사인 포드와 폭스바겐의 판매 부진이 지속돼 미국 공장의 가동률도 매우 낮았다. 유럽 고객사들의 수요 감소로 SK온 유럽법인도 헝가리 이반차 공장(30GWh)의 가동을 1분기에서 2분기로 미루는 등 시기 조율에 나서는 모양새다. 증권가에서는 2분기에도 SK온이 3,013억원의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보상금 협상이 상반기 중 타결되면 2분기 적자 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도 올해 부진한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삼성SDI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8% 감소한 2,674억원을 기록했다. 고급 전기차에 공급되는 각형 P5 제품의 매출이 확대되고 각형 신제품 P6 공급이 시작됐지만,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의 수요는 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SDI는 원통형 전지를 리비안과 볼보트럭에 공급하고 있다. 현재 삼성SDI는 고객사를 대상으로 최소 구매 물량 계약 미이행에 대한 보상금 논의를 완료한 상태다.
양극재 3사도 전기차 캐즘에 투자 '주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기업들도 부침을 겪고 있다. 먼저 지난 2일 실적을 공시한 에코프로비엠은 연결 기준 1분기 매출액 9,704억원, 영업이익 66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1.7%, 영업이익은 93.8% 대폭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포스코의 이차전지 소재 계열사 포스코퓨처엠도 매출 1조1,384억원, 영업이익 379억원을 기록하며 겨우 적자를 면하는 데 그쳤다. 오는 9일 실적 발표가 예정된 엘앤에프 역시 1분기 실적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엘앤에프가 1분기 영업손실로 1,300억원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자 양극재 업체들은 장기 불황에 대비하기 위해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나섰다. 폭스바겐, GM, 테슬라 등 주요 전기차 완성차 업체(OEM)가 투자 계획을 수정하는 등 숨 고르기에 나서면서 불가피한 선택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포스코홀딩스가 공개한 IR 자료에 따르면 2026년 양극재 목표 생산능력 역시 기존 목표치였던 44만5,000톤보다 5만 톤 낮은 39만5,000톤으로 수정했다. 전기차 시장 둔화 추세에 맞춰 공급량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中 전기차 업체도 수요 위축과 출혈 경쟁에 줄폐업
중국 전기차 업체들도 줄도산 위기에 내몰린 상황이다. 지난달 28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막대한 보조금을 노린 전기차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며 "중국의 전기차 브랜드 수십 곳이 해마다 중국 시장의 수요보다 많은 차량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들 사이의 '출혈 경쟁'이 3개월째 지속되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중소 업체들의 줄폐업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미국 경영컨설팅 업체 알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한 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한 브랜드는 123개에 이른다. 중국 비야디를 비롯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중국 광저우자동차그룹 산하 아이온(Aion), 상하이GM울링 등 단 4개 브랜드만 차량 40만 대 이상을 판매했다. 40만 대는 테슬라의 재무정보 기준 전기차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지점으로, 대다수 업체가 보조금으로 연명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지난해 10월에는 샤오펑, 니오, 리오토와 함께 '4소룡(小龍)'으로 불렸던 WM모터스가 중국 법원에 사전 구조조정을 신청하기도 했다. WM모터스는 바이두, 상하이차 등 굵직한 업체로부터 350억 위안(6조3,000억원)을 투자받으며 2021년 분기 판매량이 1만 대를 넘기도 했지만, 지난해 1,000대 미만으로 쪼그라들며 자금난을 호소해 왔다. 4소룡의 선두 격인 니오도 지난해 말 전체 인력의 10%인 2,7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중국 정부가 보조금 정책을 지속하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중국 정부는 생산 물량이 중국 내에서 소화할 수 없을 만큼 많음에도 불구하고, 한번 파산했던 기업까지 되살릴 정도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엔 시진핑 국가주석이 첨단산업 중심의 '새로운 질적 생산력'을 강조하고 있는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글로벌 전기차 패권 강화를 위해 경쟁력이 낮은 업체까지도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해 자동차 시장의 양적 성장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 판매 부진 극복 위해 보조금 인상 등 검토해야
이런 가운데 한국 전기차 시장의 부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시장이 글로벌 주요시장에서 유일하게 판매가 감소하며 역성장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하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의 위기가 더욱 심화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KAIA는 "전기차 판매 부진이 계속될 경우 오는 2030년 420만 대 보급 목표로 달성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내 자동차산업의 전동화 전환 동력 상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
자동차 업계는 매년 전기차 보조금이 축소되고 있는 점과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혜택 중단에 따른 유지비용 증가 등이 전기차 시장의 부진에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한다. 여기에 충전기 고장에 따른 전기차 사용자들의 불편 증가, 전기차 화재 관련 언론보도로 인한 불안감 제고 등도 수요 위축을 부추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전기차 수요가 회복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보조금을 증액하고 충전요금 할인특례를 부활하는 등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재정적 지원뿐만 아니라 전기차 소유자가 체감할 수 있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도 적극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권오찬 책임위원은 "미국, 노르웨이 등의 사례를 참조해 고속도로 버스전용차선에 전기차 진입 허용, 친환경차 전용차선 설치, 거주자 우선주차 배정시 친환경차 우선순위 부여, V2X 인프라와 제도 마련을 통해 배터리 전력 거래 시스템 구축 등 전기차 구매·운행 시 차별적인 우대혜택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