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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주총 앞두고 한미약품 등기이사 고심
국민연금공단 반대, 정부 추진 상법 개정안 과제
임종윤 개인회사와 이해상충 해소 및 상속세 해결도
다음 주 초로 예정된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등기이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에 대한 반대와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반대 부딪힌 임종윤
14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오는 18일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의 등기이사 선임 건을 앞두고 한미약품 지분의 10.49%를 가진 국민연금이 반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국민연금 반대에 앞서 정부가 최근 기업 이사회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함에 따라, ‘이해상충’에 의한 피소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대표이사 선임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임 이사가 한미약품 조직개편과 신사업을 예고하면서 본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개인회사들과 한미약품 연계 가능성 등을 언급하고 있는 점도 기존 이사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더구나 금융감독원이 임 이사의 개인회사 ‘디엑스브이엑스’가 추진 중인 유상증자 건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면서 이 회사 자금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까지도 고려해야 할 대상으로 분석된다.
실제 임 이사의 개인회사인 코리그룹과 디엑스앤브이엑스 양쪽 최고기술책임자를 맡고 있는 한성준 에빅스젠 대표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코리그룹 유통 플랫폼과 한미약품 공급망을 연동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밝혀 이해상충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 이사 외에도 신규 사외이사 후보인 남병호 헤링스 대표 역시 과거 코리그룹으로부터 수십억원대 투자를 받은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칫 이해상충 이슈에 따른 주주 소송 등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신규 사업 실적 달성 계획 등 시장에 알려야
한미약품 이사들이 신중을 기해야 할 대상은 이뿐만이 아니다. 임 이사가 한미약품 조직개편을 예고하고 CMO(위탁생산) 등 신규 사업 진출 등을 선언하고 있지만, 이같은 시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질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약품은 최근 3년간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데다 현재 한미가 주력하는 R&D(연구개발) 프로그램도 국내에서 비교적 앞선 편인 비만치료제 개발이다. 이에 따라 내부의 급진적인 변화가 기존보다 좋은 결과로 나타나지 않을 경우 현 이사진에게는 피소 가능성 등 법적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현재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새로 진입할 이사진이 한미약품 방향성을 바꾸는 과정에서 주가가 하락할 경우 주주 손실로 이어지면서 이사진이 다양한 주주로부터 충실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수 있다.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형제 중 차남인 임종훈 이사가 큰 잡음 없이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대표로 취임한 것과 달리, 매분기 매출과 실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한미약품은 이사들의 셈법이 더 복잡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현재 한미약품 등기이사진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박재현 사내이사, 마케팅 수장인 박명희 사내이사, 황선혜, 윤영각, 김태윤, 윤도흠 사외이사 등 6인으로 구성돼 있다. 주총 이후 4명의 이사진이 신규 진입하더라도 신임 대표이사 선임은 참석 이사 수의 과반을 확보해야 한다. 이에 기존 이사들 5명만 반대하면 임종윤 이사는 대표이사로 선임되지 못한다.
상속세 재원 마련 등 청사진 제시도 시급
이에 임 이사가 대표이사로 선임되려면 한미약품 청사진을 명확히 기존 이사들에게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엔 상속세 재원 마련 방안 등 현안에 대한 입장도 포함된다. 한미그룹 오너일가는 지난 2020년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타계 이후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지분 2,307만6,985주(34.29%)를 일괄 상속받았다. 이 과정에서 오너 일가는 5,400억원 규모의 상속세 부담을 한꺼번에 안게 됐다. 연매출 절반에 달하는 상속세 규모에 이들은 과세당국과 상속세 5년 분할 납부를 합의했다. 이에 지금까지 총 2,400억원을 납부 완료했으며 2025년까지 2,644억원가량을 더 납부해야 한다.
문제는 재원 조달이다. 지금껏 오너 일가는 은행·증권가의 주식담보대출과 환매조건부 주식 매매 계약 등을 통해 상속세 자금을 마련해 왔다. 하지만 이 방법도 한계에 달했다. 현재 오너 일가 전체 주식담보대출 규모는 4,400억원 수준이며 가계여신의 70% 이상이 주심담보대출에 해당한다. 한계에 다다른 재원 조달 문제에 오너 일가는 각각 활로를 모색했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은 OCI홀딩스와의 패키지 딜을 통해 상속세를 해결하고자 했으나 합병 무산으로 재원 조달이 어려워졌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지난 2월 경영권 분쟁에 따른 기자회견에서 개인 순자산을 통해 해결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최근 임종훈 대표가 자녀들의 지분까지 담보로 잡아 450억원의 대출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형제의 재원 조달 방법 역시 안갯속이다. 오너 일가 상속세 재원 조달 방법에 적신호가 뜨자 ‘마진콜’ 우려도 제기됐다. 상속 당시 7만원을 호가하던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현재 3만원 수준에서 횡보하면서 주식담보대출을 해준 기관들에서 조기 상환이나 추가 담보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도 오너 일가는 구체적 재원 마련 대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논란이 지속되자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합심하여 상속세 현안을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