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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 보유 주택 1,895만 가구
국내 주택 소유한 외국인 9만 명 중 중국인 55%
외국인 집주인과의 임대차 계약도 역대 최대 기록
최근 국내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매입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인의 비중이 전체 거래의 과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외국인에게는 부동산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한국으로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외국인이 산 한국 집 71% 중국인 매수
2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한동안 정체됐던 부동산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외국인 보유 주택이 증가했다.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년 외국인 주택·토지 보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외국이 소유한 국내 주택은 전체 1,895만 가구의 0.48% 수준인 9만1,453가구로 6개월 새 4,230가구가 증가했다. 이 중 71%를 중국인이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을 소유한 외국인은 8만9,784명으로 이 가운데 중국인이 소유한 주택은 5만328가구를 기록했다. 국내 주택을 보유한 외국인 중 중국인의 비중은 전기 대비 6.3% 증가한 55.0%로 집계됐다. 중국인 다음으로는 미국인 22.9%, 캐나다인 6.7%, 대만인 3.6%, 호주인 2% 순으로 나타났다. 2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는 5,889명으로 국내 주택 보유 외국인 중 6.6%를 차지했다.
특히 외국인 보유 주택은 수도권에 집중됐다. 시도별로는 경기 38.4%, 서울 24.8%, 인천 9.8% 순으로 나타났고 기초지자체는 경기도 부천시가 5.1%로 가장 많았다. 올해도 이런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29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최근 2개월간 외국인 집합건물(공동주택, 오피스텔, 빌라 등) 소유권 이전 등기가 월평균 1,400건을 넘어서며 총 3,000건에 육박했다.
외국인의 매수세 역시 수도권에 집중됐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 5월 외국인 주택 매입 1,448건 중 서울 194건, 인천 223건, 경기 664건으로 수도권 물량이 70%를 웃돌았다. 특히 중국인의 매수세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달 중국인의 소유권 이전 건수는 96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국인 236건, 캐나다인 55건, 대만인 19건의 순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에게는 부동산 규제 적용하지 않아 유리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이 늘어나면서 집주인이 외국인인 임대차 계약도 늘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임대인이 외국인인 임대차 계약은 1만7,786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국인 집주인과의 임대차 계약은 2019년 1만114건을 기록하며 1만 건을 돌파한 후 △2020년 1만1,152건 △2021년 1만2,256건 △2022년 1만7,488건으로 계속 증가했다.
올해 외국인 부동산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전국 외국인 건축물 거래는 1,604건으로 전월 대비 38% 증가했다. 매수자 혹은 매도자가 외국인인 경우를 모두 합산한 수치다. 서울이 217건으로 전월 대비 25% 증가했고 자치구별로는 강남구가 21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 4월 서울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부동산의 외국인 임대인 수도 718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같이 외국인 집주인이 늘어난 이유는 대출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내국인은 집을 살 때 담보대출 제한이나 다주택자 세금 규제 등이 적용되지만 외국인은 특별한 규제가 없다. 또 외국인은 자국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어 유연한 자금 운용이 가능하다. 여기에 하향 조정된 현재 서울 집값을 저점으로 보고 향후 오를 것이란 기대감도 국내 부동산 투자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외국인 보유 주택의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체 주택 수 대비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아 아직은 영향력이 미미한 상태다. 또 1주택자가 93.4%로 국내에서 투기로 인식되는 다주택자의 비율이 낮아 단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국내 미분양 물량을 외국인이 소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대도시로 번진 中 부동산 위기, 韓 저점 매수 유인
중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도 국내 부동산의 저점 매수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올해 1월 중국 국가통계국 통계에 따르면 중국 대도시 주택 가격은 지난해 10월부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조사 대상인 전국 70개 주요 도시 중 67곳에서 주택 가격이 하락했다. 특히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4대 대도시의 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1.0~1.5%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시장 위축 이전과 비교하면 하락세는 더욱 뚜렷하다. 상하이는 2년 전보다 30% 하락했고 선전에서는 반값으로 내려간 아파트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통계가 실제 하락세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부촌으로 꼽히는 상하이 구베이 등 일부 지역은 여전히 매물 호가가 높지만, 실제 거래가 없는 상황이다. 아파트를 팔려는 사람들이 공격적으로 가격을 내려야 거래가 가능하다.
이에 중국 정부는 지난해 9월 대도시 아파트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대대적인 부양책을 내놨다. 아파트 담보 대출 시 1차 납부 금액을 총분양가의 60~80%에서 30~40%로 크게 낮췄고, 과거 아파트를 구매한 이력이 있어도 지금 보유한 상태가 아니면 생애 최초 주택 대출 수준의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하지만 과거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도입했던 각종 규제 정책을 풀었음에도 아직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중국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