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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팹 '2㎚'로 공정 변경 추진, "파운드리 반격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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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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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최선단 공정' 확대, AI 수요 대응 일환
이르면 3분기 내 전환 여부 결정, 가동 시점 관심
3·4㎚ 수요 부진에 2㎚ 공정으로 반격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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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을 4나노미터(㎚)에서 2㎚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엔비디아·AMD·퀄컴 등 핵심 파운드리 고객사가 포진한 미국에서 TSMC·인텔과의 경쟁을 강화하기 위해 최선단 공정을 빠르게 늘리려는 조처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4㎚→2㎚ 전환'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팹) 공정 변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삼성전자는 이르면 올해 3분기 내에 2㎚ 전환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테일러 공장은 2021년 투자를 결정, 이듬해 공사를 시작했고 2024년 말부터 단계적으로 가동할 계획이었다. 경계현 전 삼성전자 DS부문장도 지난해 7월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테일러 공사 사진을 공개하며 “2024년 말이면 여기서 4㎚ 양산 제품 출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복수의 반도체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테일러 장비 발주가 지연되고 있다. 4㎚에서 2㎚로 공정 전환을 검토하면서 삼성이 당초 계획했던 장비 주문을 미루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테일러 공정 변경을 추진하는 구체적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인공지능(AI)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반도체 시장도 급변하고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해석된다.

또한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AI 반도체가 앞으로는 스마트폰이나 PC와 같은 기기 속(온디바이스 AI)으로 들어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이에 따라 최선단 공정이 필요한 만큼 상용화된 4㎚보다 2㎚를 준비하는 것이 경쟁력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파운드리 경쟁사들이 2㎚ 이하 공정에 승부를 걸고 있는 시장상황도 있다. 인텔은 올해 미국 애리조나 공장과 오하이오 공장에서 각각 2㎚와 1.8㎚ 공정 양산을 계획 중이다. 또 미국 내 3개 팹을 건설 중인 TSMC는 2025년 상반기 4㎚, 2028년 2·3㎚, 2030년 2㎚ 이하 공정을 계획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일본 라피더스도 2027년부터 2㎚ 반도체를 양산하기 위해 미국 IBM과 협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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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노스 AP/사진=삼성전자

3㎚ 열세 "수율 기대 이하"

3㎚ 공정 수율과 전력효율성 측면에서 삼성이 TSMC 대비 열세를 보인 점도 이번 공정 변경에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3㎚ 공정 양산을 선언한 지 이미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22년 6월 업계 최초로 3㎚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적용해 양산을 시작했지만, 3㎚ 1세대 공정인 N3 노드(SF3E)가 기대 이하의 수율과 성능을 보이면서 암호화폐 채굴용 칩과 같은 틈새 시장에서만 채택돼 왔다. 이후 자체 개발한 삼성 시스템LSI 사업부의 엑시노스 2500도 삼성 파운드리 3㎚ 공정을 통해 생산됐으나 수율이 기대 이하에 머무르고 있다는 전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 파운드리 3㎚ 공정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저조한 수율과 전력 효율성을 꼽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선단 반도체 공정의 주요 격전지로 떠오른 전력 소모와 발열 문제를 제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TSMC 대비 10~20% 낮은 지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모바일, 서버 등 주요 시장에서 AI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칩의 전력 효율성은 가장 중요한 요소다.

발열 제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의 발열 문제는 지난 20년 동안 최첨단 칩 제조사들의 난관이었지만, AI 반도체 시대가 열리면서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가 됐다"며 "특히 모바일 칩의 경우 발열은 스마트폰의 전체 구조를 붕괴시킬 정도로 리스크가 크고, 서버용 칩 역시 하나의 서버랙에서 발생한 발열이 들불처럼 번져서 서버 전체에 과부하를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파운드리 회사의 발열 제어 공정 노하우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렇다 보니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도 점점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 점유율은 11%로 지난해 4분기(11.3%)보다 소폭 하락했다. 반면 TSMC는 스마트폰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점유율이 61.2%에서 61.7%로 증가했다.

4㎚도 TSMC 가성비 공정에 밀려

여기에 4㎚ 수요 부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TSMC가 최대 8.5% 저렴한 '가성비' 4㎚ 공정 출시를 예고하면서 삼성전자에도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통상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가격은 같은 공정에서 TSMC보다 저렴하다. 파운드리 후발주자인 삼성전자가 TSMC와 경쟁을 위해 고객에게 가격 부담을 낮추는 전략을 펼친 것이다. 더욱이 첨단 공정에 속하는 4㎚ 공정은 수익성이 높다.

그러나 TSMC가 4㎚ 공정 가격을 낮출 경우 삼성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게 된다. 실제로 TSMC는 가격을 낮춘 4㎚ 공정을 제공하면서 팹리스 고객사의 가격 부담을 낮추고, 삼성전자와 인텔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한다는 계획이다. 4㎚ 공정의 주요 고객사로는 엔비디아, AMD, 애플 등이 있다. 엔비디아가 지난 3월 발표한 AI 가속기 B100 GPU도 TSMC 4㎚ 공정에서 생산된다.

이에 업계의 관심은 테일러 공장 가동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설비 변경이 필수적인 데다, 반도체 공장은 안정화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진행된 1분기 실적설명회에서 “고객 수주 상황에 맞춰 미국 테일러 공장을 단계적으로 가동을 준비하고 있으며 첫 양산 시점은 2026년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 규모와 투자를 확대, 오는 2030년까지 총 400억 달러(약 55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조건으로 미국 정부로부터 64억 달러(약 9조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그런 만큼 테일러 공장 공정 전환에 따른 투자 지연이 영향을 줄 지도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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